•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
    현 헌법보다 훌륭, 발의방식과 권력분산 내용은 유감
        2018년 04월 02일 10: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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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자문위원인 박갑주 변호사가 연구소에 제출한 “대통령 발의 헌법개정안에대한 평가와 촛불정신의 개헌을 위한 제언”을 연구소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대통령 발의안에 대한 비교적 전면적인 분석과 평가를 담고 있다. 긍정적 측면과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 발의라는 형식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 분산의 미흡함 등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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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1일 대통령 개헌안 내용 설명 모습

    1. 대통령 개헌안 발의의 과정 또는 절차와 관련하여

    대통령 개헌안 발의의 적법성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6일 개헌안을 발의했다. 헌법 제128조 제1항에 규정된 권한이므로 그 자체로는 적법하다. 2017년 1월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출범하였고,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들이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도 실시하겠다고 약속하였음에도 국회의 개헌 논의가 1년 이상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 논의를 강제하는 효과가 있음도 부인하기 힘들다.

    ‘6월 지방선거 동시투표 개헌은 많은 국민이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이며, 국민 세금을 아끼는 길’이고 ‘지방선거 때 개헌하면, 다음부터는 대선과 지방선거의 시기를 일치시킬 수 있어 전국 선거의 횟수도 줄여 국력과 비용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대통령 개헌발의 이유 중)인 것도 맞는 이야기이다. 그런 이유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유감이다

    그러나 실제 개헌이 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결국 개헌은 그 절차가 비효율적이고 내용이 타협적이더라도 현재의 국회 구성상 모든 정당들의 합의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이 개헌 저지권을 행사하더라도 집권세력으로서는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으로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였다면 매우 유감이다.

    현행 대통령의 개헌 발의권은 헌법개정안의 제안권 형태로 유신헌법에서 삽입되었던 것으로 권위주의적 독재를 상징하며, 제5공화국 이래로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사문화된 조항이다.(1)

    한 가지 더 지적하면, 청와대 비서실과 행정각부의 이중구조가 문제이며, 사실상 막강한 권한을 행사함에도 책임은 지지 않는 비서실 중심의 정부 운영 관행이 특히 문제된다는 점에서, 이번 대통령 개헌안 발표를 대통령이 직접 하거나 법무부 장관 등을 통해서 하지 않고, 민정수석이 발표한 것은 개헌안 발의의 중대성에 비추어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지 않은 것이다. 그와 같은 이유로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아쉽거나 비판할 점이 있다.

    1. 대통령 발의 개헌안의 내용과 관련하여

    헌법을 담는 형식으로 한글

    (1)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서는 ‘헌법의 한글화 및 알기 쉬운 헌법’으로 개정하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상당히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도 규범이어서 기본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2) 그러나 헌법이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최고법이며 최고의 공문서라면 읽히는 문장으로 작성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개헌안의 헌법 전문만 보더라도 전체가 한 문장으로 작성되어 있다. 읽다보면 중간에서 맥락을 놓쳐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현행 헌법 자체에 존재하는 그와 같은 문장들을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서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한글 전환 기능을 사용하여 현행 헌법의 한자를 한글로 전환한 수준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아쉽다.

    개헌이란 합의되는 안을 만드는 과정이다

    (2) 생존권적 기본권(사회권)을 규정한 민주주의 헌법의 전형으로서 다른 나라의 헌법 제정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이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헌법상의 권리가 보장되거나 실현되지 않았으며, 결국 나치가 집권하였던 것처럼, 헌법규범만으로 헌법현실을 만들 수 없고, 헌법현실을 뛰어넘을 수도 없다. 또한 실제 개헌과정이란 가장 진보적인 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합의되는 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개헌안은 합의라는 이름으로 정당 간, 사회세력 간 타협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제기되는 가장 진보적인 내용들을 반영하지 않았더라도 개헌안을 낮게 평가할 수 없고, 반대할 필요도 없다.

    헌법의 핵심은 기본권(3)과 권력구조이다. 그밖에 국회제도, 지방자치, 경제질서도 중요하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도 그와 같이 구분하여 평가할 수 있다. 여기서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대통령 발의 개헌안 중 기본권, 지방자치, 경제질서 등은 아쉬운 점은 있지만, 지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권력구조,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낙제점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불만스럽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기본권, 지방자치, 경제질서 등에 대한 개헌안 내용은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3) 대통령 발의 개헌안의 기본권, 지방자치, 경제질서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① 현행 헌법이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직무수행’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고(안 제7조 제3항),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여(안 제120조 제1항) 정치적 기본권을 확대하였다.

    ② 천부인권적 성격을 가진 기본권의 주체를 각각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였다.

    ③ 차별금지 사유로 ‘장애, 연령, 인종, 지역’을 추가하고, 국가에 성별 또는 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 상태를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의무를 지움으로써 평등권을 강화하였다(안 제11조 제1항 및 제2항).

    ④ 생명권(안 제12조), 알권리 및 자기정보통제권(안 제22조), 주거권(안 제35조 제4항), 건강권(안 제35조 제5항), 어린이와 청소년의 독립된 인격주체로서 권리(안 제36조 제1항), 안전권(안 제37조) 등의 새로운 기본권을 신설하였다.

    ⑤ 영장신청 주체를 검사로 한정하고 있는 부분을 삭제하였다(안 제13조 제3항).

    ⑥ 선거연령을 인하하여 국민의 선거 주권을 강화하였다(안 제25조).

    ⑦ 현행 헌법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로 변경하였고(안 제28조 제1항), 군사재판권, 군사법원 등에 대한 조항(안 제28조 제2항 및 제110조 제1항)을 개정하고, 비상계엄 하의 단심제(單審制)를 폐지하여(안 제110조) 재판청구권을 강화하였다.

    ⑧ 사용자 관점에서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변경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였다(안 제33조 및 제34조). 특히 동일가치노동에 대하여 동일수준임금 지급되도록 노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안 제33조 제3항), 노동조건의 노사 대등 결정 원칙을 명시하였다(안 제33조 제4항).

    ⑨ 국가와 국민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보호할 의무 및 국가의 동물보호 정책을 수립, 시행할 의무를 규정하였다(안 제38조 제2항 및 제3항).

    ⑩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명시하였다(안 제44조 제3항).

    ⑪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및 국민발안제를 도입하였다(안 제45조 제2항 및 제56조).(4)

    ⑫ 지방자치 및 분권을 강화하였다(안 제121조 내지 제124조).

    ⑬ 경제주체 간의 ‘상생’을 추가하고, 국가에 사회적 경제 진흥 의무를 부과하여 경제민주화를 강화하였다(안 제125조 제2항 및 제130조 제1항).

    ⑭ 토지공개념을 강화하였다(안 제128조).

    (4) 위와 같은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합격점을 줄 수 있다고 하여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사회주의 헌법’ 운운하고, 보수언론에서 검사의 영장 청구권 삭제, 토지 공개념 조항 등을 논쟁적으로 부각하고 있지만,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논쟁적인 내용은 피하고, 대중적인 내용만 포함한 면이 있다. 그 결과 사형제 폐지, 성 평등, 난민 보호 및 망명권, 양심적 집총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등 국제사회 인권기준에 비추어 도입함이 마땅한 내용도 배제하였다. 자본의 반발이 예상되는 노동자 경영참가권과 이익균점권도 반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선거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보장하고(5)(안 제25조)와 토지공개념을 강화하였지만(안 제128조 제2항), 아래와 같은 문제가 있다.

    먼저 선거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보장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의 개정으로 반영하면 될 사안이며, 정부와 여당이 의지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법률 개정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선거연령의 문제를 법률 개정이 아니라 개헌사항으로 만드는 순간 이번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개헌 투표과정에서도 청소년들이 자신의 권리․의무와 관련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헌이 될 때까지 선거연령이 인하되지 않게 될 수도 있게 된다. 또한 원래의 개정안처럼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면 이후 18세 미만으로 선거연령을 인하하기 위해서는 다시 개헌을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헌법 개정안이 수정되어 다행히 해결되었다.

    다음으로 토지공개념은 현행 헌법(제122조, 제128조 등)의 해석으로도 인정되고, 헌법재판소도 여러 결정(88헌가13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3 제1항, 제31조의2의 위헌심판 등)으로 인정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미 토지에 대해서는 다른 재산권에는 존재하지 않는 토지거래허가제와 같은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개정안 제128조 제2항에서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고 하여 특별히 토지공개념이 강화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토지공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토지 관련 일부 법률에 위헌 결정을 한 적은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위헌 결정도 토지공개념 자체가 위헌이어서가 아니라 과세 기준이 너무 과하다거나(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관련)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는 위헌이라는 것이었다(토지초과이득세법 관련).

    실제로 토지공개념 자체가 입법적으로 후퇴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때문이 아니라 김대중 정부시절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을 폐지하였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역사에 비추어 헌법 개정안에 토지공개념을 포함하였다고 하여 토지공개념이 강화되었다 주장하는 것은 집권여당이 걸어온 길을 반성하지 않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의 문제는 헌법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부의 정책방향과 의지 문제이다.(6)

    분권을 통해 협치가 실현되어야 한다

    (5) 필자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내각제를 선호한다. 어중간한 형태의 혼합정부제(이원정부제)는 이중(二重)정부, 분점(分點)정부로 만들어 정부를 작동불능 상태에 처하게 할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에 반대하며, 국민 대다수가 자신이 직접 행정부 수반을 선출하는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는 점 때문에 차선으로 대통령제를 지지한다.

    하지만 제6공화국 이후 많은 대통령의 실패, 여의도 정치에 대한 혐오라는 국회의 현실은 단순히 대통령, 국회의원의 지도력, 자질, 도덕심 또는 정치지형의 구조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행 헌법상의 권력구조와 연관이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대통령의 권한 중 상당 부분을 국회 등에 넘겨 대의민주주의 원리가 더 잘 실현되고, 3권 분립을 통해 견제균형의 원리(principles of checks and balances)가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분권을 통한 정치세력 간의 협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와 같은 이유로 정세균 국회의장도 “이번 개헌의 핵심은 분권으로, 권력 분산 없는 개헌은 아무 의미가 없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나누지 않고 대통령 임기를 현행 5년에서 8년으로 늘리면 이것은 개악”이라고 발언한 것이다.(7)

    권력구조와 관련하여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정부의 법률안 제출에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안 제55조 제2항),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여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강화하며(안 제58조), 국무총리가 행정각부를 통할하는데 대통령의 명을 받도록 하는 부분을 없애고(안 제93조 제2항), 헌법재판소 소장 임명권을 포기하며(안 제111조 제4항), 감사원을 행정부에서 독립시키는 내용(안 제114조 제2항)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방자치분권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관할하는 중앙정부 권한이 줄어드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안 제121조 내지 제124조).

    하지만 그와 같은 헌법 개정안 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펴도 대통령 개헌안은 기존 정부, 대통령의 실패가 권력구조의 설계 또는 헌법규범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지도자의 자질이나 잘못된 제도 운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8) 좋은 지도자가 선출되고 몇 가지 헌법 내용만 조정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오만이고, 오판이다.

    인사권, 법률안 제출권, 예산권에 대한 대통령 권한이 제대로 통제되어야 한다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권한의 핵심인 인사권, 법률안 제출권, 예산권 중 본질적인 부분을 국회 통제를 받도록 하거나 국회에 넘겨야 한다. 특히 현대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정부에 대한 의회의 통제가 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가 아니라 인사와 예산을 통한 간접적인 통제로 그 비중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인사권, 예산권에 대한 통제는 중요하다.

    우선 인사 권한에 대하여 살펴보자. 우리나라 헌법사를 살펴볼 때 대통령제 하에서 한 번도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던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해임건의권, 특히 행정각부 통할권이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가 삭제된다고 하여 현실화될 것이라 볼 수 없다. 한편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헌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소장 임명권을 포기하고, 감사원을 독립기관화 함으로써 감사위원 3분의 2에 대한 임명권도 포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 분권을 통한 협치를 고려하면, 나아가 헌법기구의 장 전부에 대한 임명권을 포기하거나 임명 과정에 국회 청문․인준권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에서의 내용은 아니지만, 수사기관, 세무기관, 언론사, 인권위원회 등이 보였던 정치편향성을 고려할 때, 그와 같은 기관의 장, 장관급 인사에 대한 임명권도 위와 같이 파격적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의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권의 효력을 강화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통령의 수용의무를 부과하여 국회 통제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법률안 제출 권한을 살펴보자. 헌법 개정안은 기존에 아무런 제한 없던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에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헌법 하에서도 긴 시간이 소요되는 까다로운 정부입법 절차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의원입법을 통해 법률안을 제출하는 ‘청부입법’이 횡행하고 있다는 점과 대통령이 여당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특별히 대통령의 법률안 제출 권한을 내려놓거나 실제로 통제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대통령제 하에서는 정부의 권한을 통제하기 위해 법률안 제출권을 국회의원에게만 부여하고 대통령, 정부에게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9)

    이제 대통령의 예산에 대한 권한을 살펴보자. 현행 헌법은 예산특별형식주의로 국회의 예산에 대한 통제가 미흡하므로 그와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재정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예산법률주의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통령 개헌안은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여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 개정안은 제61조에서 정부의 예산증액 및 새 비목설치 동의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재정 국회중심주의를 제약하며 재정에서 정부 우위를 현실화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는 예산법률주의 도입과 함께 예산증액 및 새 비목설치 동의권을 폐지하고 대신 예산총액동의권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대통령제의 권력구조와 관련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상당히 유감스럽다. 집권세력으로 현재 가지고 있는 대통령 권한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개헌은 헌정체제의 개혁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6) 개헌이란 ‘헌법’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헌정체제’(constitutional system)라 할 수 있는 선거법, 정당법, 언론관계법 등과 동시에 논의되고, 개혁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특히 대의기구를 구성하는 규칙인 선거제도 개혁이 중요하고,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인 공정하고 독립적인 언론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4인 선거구 확대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나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추진하였던 방송법 개정이 미루어지고 있는 현실 등에 비추어볼 때, 과연 집권세력에게 개헌과 동시에 헌정체제를 개혁하겠다는 의지와 준비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 결론 – 국회가 주도하여 촛불 정신에 따라 개헌하자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현행 헌법보다 훌륭하다. 다만, 촛불혁명의 정신에 비추어 아쉬운 점이 있고, 특히 분권과 협치, 개혁을 위해 필요한 대통령 권한에 대한 통제방안이 매우 부족하다.

    이제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라는 상황 속에서, 모든 정당들은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서의 아쉬움을 해결하고, 권력구조 개헌내용에서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촛불 정신에 부합하는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국회 주도 개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히 자유한국당이 적극적으로 개헌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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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주>

    1. 미국 헌법 등에서는 대통령에게 개헌발의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2.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한자를 전부 한글화하고 일부 한자어는 우리말로 풀어 쓰고, 많은 문장을 능동형으로 변경하고, 일본식의 문투를 우리 식의 문투로 변경’하였다(개정안 주요내용 설명).

    3. 그와 같은 이유로 헌법을 ‘권리장전’으로 부르기도 한다.

    4. 직접민주주의의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제,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발안제, 헌법개정안 등에 대한 국민투표제가 도입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소환제는 임기를 보장하고 자유위임의 원칙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하여 국정을 수행하는 대의제 원리에 맞지 않고, 선출직에 대한 소환은 주기적인 선거를 통해 정치적으로 소환하는 것이 적절하며,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경우 외국의 사례도 많지 않다는 점에서 필자는 부정적이다.

    5. 원래 대통령 발의 개헌안 제25조는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 선거권 행사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지만 본 글에서 지적하는 문제의식과 같은 법제처의 심사 의견에 따라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 선거권 행사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하고 18세 이상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한다’로 수정되었다.

    6. 이와 관련해서는 정의정책연구소 김정진 소장의 2018. 3. 23.자 칼럼 「토지공개념 유감」을 읽어보라.(레디앙 관련 기사 링크)

    7. 중앙일보 2018. 3. 23.자 「제왕적 대통령제 놔둔 채 임기 8년으로 늘리는 건 개악」 기사

    8. 곽노현은 프레시안 2018. 3. 28.자 「“대통령 개헌안, 일단 합격”…그 다음은?」에서 같은 취지의 평가를 하고 있다.

    9. 대통령의 법률안 제출권이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로 ‘법률이 입법되면 그 법률을 집행하면서 평가하고 보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그 과정에서 신속한 보완이나 수정이 되려면 대통령의 법률안 제출권이 있어야 한다’라는 논리가 있다. 그러나 집행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한 것은 법률이 아니라 그 하위 법령이며, 그에 대해서는 현행 헌법 제75조 등에서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또한 2002년 9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위헌 결정을 받은 83개 법률(조항)의 분석에 의할 때 정부입법의 위헌 비율이 의원입법보다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입법에서의 정부역할론에 의문이 든다(노컷뉴스 2009. 10. 5.자 「정부제출 법안 위헌 비율, 의원입법의 3배」).

    필자소개
    정의정책연구소 자문위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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