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공무원노조,
    10년 만에 법내 노조로
    해고자의 조합원 배제 강요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동일해
        2018년 03월 29일 04: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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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이후 법외노조로 머물러 있었던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공무원노조)가 10년 만에 법내 노조가 됐다.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으로 비판 받아온 공무원노조법의 개정 없이 노조가 해직자를 떠나보내기로 하면서 이뤄진 결정이다.

    29일 공무원노조 등에 따르면, 공무원노조는 이달 26일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해 이날 설립신고증을 교부 받았다. 2009년 처음 설립를 신고한 후 6번째 설립 신고 만에 법내 노조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노조는 단체교섭, 단체협약 체결, 노조 전임자 활동 등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공무원노조가 법내 노조로 인정받은 이유는 해직자 관련 규약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당초 공무원노조는 부당하게 해고됐거나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해왔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까지 공무원노조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규약을 문제 삼아 설립신고를 번번이 반려해왔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에 따르면 면직·파면·해임된 사람은 조합원으로 보지 않는다.

    전교조 역시 같은 이유로 2013년 법외 노조 통보를 받았다. 전교조는 해직자 조합원 문제에 관해 보다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조합원 사이에서 법내 노조 추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결국 공무원노조는 지난 24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해직자 조합원 관련 조항을 별도 규정으로 정하는 내용의 규약 개정안을 77%의 찬성으로 통과시킨 뒤 이틀 뒤 고용부에 설립신고서를 냈다.

    24일 공무원노조 대의원대회 모습(사진=공무원노조)

    그간 공무원, 교원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 공무원노조법 폐기를 주장해왔고,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핵심 협약인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공무원노조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ILO 등 국제기구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해직 조합원만 노조를 떠나게 된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후보토론회 등에서 공무원·교원노조 합법화를 강하게 주장했다. ILO가 권고하는 ‘결사의 자유’ 협약을 비롯한 핵심 협약 비준도 공약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30일 샤란 버로우 국제노총(ITUC) 사무총장과 만나서도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87호 협약과 단체교섭권에 관한 98호 협약을 비준할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었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이나 ILO 핵심 협약 비준 등 문 대통령이 한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공무원·교원노조의 합법화를 요구하자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고, ILO 핵심 협약 비준 역시 문 대통령은 물론 여당과 고용노동부 모두 말로만 “하겠다”고 할 뿐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양대노총에선 공무원노조의 합법화 소식이 나온 직후 잇따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에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내몬 해고노동자의 조합원 자격문제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대표적인 노동적폐 행정이자,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과 자주적인 노동조합 설립을 하위법률과 행정권으로 검열하고 통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탄압”이라며 “이번 공무원노조 설립신고필증 교부가 노조 할 권리와 자유를 억압하고 탄압하는 모든 악법과 행정처분을 폐기하는 출발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입장문을 내고 “누구를 조합원으로 할 것인지는 노동조합이 스스로 내부 결의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지 입법적으로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ILO핵심협약비준과 관련법 개정을 위해 속도를 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설립허가주의에 다름 아닌 노동조합 설립신고제를 폐지해 노동자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무원노조는 설립신고증 교부와 별개로 노동3권 쟁취 투쟁 등은 계속한다. 노조는 내일인 30일 청와대 앞에서 ‘국민의 공무원, 100만 공무원의 노동조합! 해직자 원직복직·완전한 노동3권·정치기본권 쟁취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투쟁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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