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기업 노조파괴 핵심,
    검찰의 편파적인 회사 편들기
    사측에게는 늑장 봐주기 처분, 노동자에게 신속하고 가혹한 처분
        2018년 03월 28일 07: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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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원회(유성범대위)가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현대차와 유성기업 봐주기 처분 등 직권남용·직무유기 5대 의혹을 발표했다.

    유성범대위는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지난 7년간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에 대한 검찰의 편파적 행보가 자본의 노조파괴 공작을 지속시킨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은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직접 개입하고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이 공모한 사건으로 정리된다.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한 조합원에 대한 반복되는 징계 등으로 한광호 조합원은 2016년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앞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인권침해나 검찰권 남용 등의 의혹이 있는 12건의 사건 중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선정했다. 노동문제와 관련해선 유일하게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이 포함됐다.

    검찰 직권남용 등 의혹 브리핑(사진=유하라)

    유성범대위는 검찰과거사위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의 노조파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이기도 하다.

    김성민 유성 영동지회 지회장은 “노동자들을 정신적으로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법 집행을 제대로 해야 하는 노동부나 검찰에서 편파적으로 자본가의 편을 드는 것”이라며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국가를, 노동부, 검찰을 더 이상 믿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이번만큼은 검찰과거사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내 개혁위원회가 제대로 조사해서 유성사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성범대위가 이날 발표한 검찰의 직무유기·직권남용 5대 의혹은 ▲현대차에 대한 봐주기 처분 ▲유성기업에 대한 봐주기 불기소 처분 ▲유시영, 이기봉, 정이균, 최성욱에 대한 근로감독관의 구속의견 묵살 ▲유성지회 조합원들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 ▲창조컨설팅에 대한 축소기소 등이다.

    검찰은 창조컨설팅 문건, 이메일 등 현대차와 유성기업,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공모에 관한 주요 증거를 2010년 확보해놓고도, 2013년 현대차와 대표이사를 불기소했다. 이에 유성지회는 같은 해에 다시 현대차와 임직원을 다시 고소했지만, 검찰은 2016년까지 아예 수사진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공소시효 만료 사흘 전인 지난해 5월 19일에서야 현대차 임원 등 4명과 현대차를 기소했다.

    법률사무소 새날 김차곤 변호사는 “현대차에 대한 불기소처분 및 늑장기소는 명박한 봐주기 처분”이라며 “검찰의 직무유기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성지회가 제기한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도 대부분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시켜버렸다.

    검찰은 유성지회가 제기한 유성기업의 혐의에 대한 수사보단, 유성기업의 혐의 벗기기에 발 벗고 나섰다.

    일례로 2013년 수사과정에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의 근로감독관이 수사 진행 후 유죄 의견을 밝히며 검찰에 수사기록을 보냈지만 검찰은 재수사를 명하는 방법으로 수사기록을 다시 돌려보내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급기야 검찰은 근로감독관에게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고, 검찰은 당시 “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성기업 관련자들을 불기소 처분했다.

    또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천안지청 및 청주지청 근로감독관은 유성기업 대표이사인 유시영, 아산공장장 이기봉, 영동공장장 최성옥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 및 구속영장 신청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검찰은 모두 묵살했다.

    김 변호사는 “만약 검사가 근로감독관의 건의를 받아들여 부당노동행위 주범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면,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공작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검사가 이들에 대한 근로감독관의 구속의견을 묵살한 조치는 유성기업의 장기간 노조파괴 공작을 가능케했던 검사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반면 검찰은 유성기업이 제기한 유성지회 조합원들에 대한 고소고발에 관한 수사와 기소는 매우 신속하게 진행했다.

    노조 무력화의 핵심전술로서 유성기업은 조합원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소했다. 유성지회 조합원 대부분이 고소를 당했고 한 조합원은 무려 71건의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고 한광호 열사 역시 5개월간 11차례 고소를 당한 바 있다. 조합원을 고소한 이 사건들에 대해 검찰은 대부분 기소 처리했지만, 법원은 대부분 무죄를 선고했다.

    김 변호사는 “유성기업의 고소는 유성지회 및 조합원들의 쟁의행위를 위축시켰고, 이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 즉 편파적 행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검찰의 이러한 행보는 조합원들에게 심한 고통을 주는 등 인권을 침해한 행위로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고 한광호 열사를 죽음까지 몰아간 현대차와 유성기업의 악랄한 노조탄압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기획한 ‘노조파괴 시나리오’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검찰은 창조컨설팅에 대해서도 축소 기소를 일관했다.

    지난 2012년 10월 국회 청문회를 통해 창조컨설팅의 유성기업 노조파괴가 확인됐지만, 검찰은 창조컨설팅과 임직원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하지 않았다.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시점은 3년이 지난 2015년 6월경이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도 축소기소한 사실이다. 창조컨설팅은 현대차-유성기업과 수시로 만나 노조파괴 전략에 대해 논의·점검했고, 유성지회에 대한 불이익을 준 부당노동행위 금속노조 탈퇴 회유·종용한 행위 등이 문건과 이메일 등을 통해 명백히 드러났지만, 검찰은 창조컨설팅이 유성기업의 어용노조 설립에 개입한 부분만 한정해 기소했다.

    김 변호사는 “(각종 혐의에 대해선) 기소에서 누락하고 추가기소하지 않고 있는 것은 검찰의 직권남용이자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성범대위는 검찰의 편파적인 행보의 배후에 이명박 정부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 전에 맡았던 사건과 비교했을 때 유성기업 사건에 대한 검찰의 태도는 달랐다”며 “그 이유는 그 사업장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검찰에 압력을 가하는 배후가 있었고 그 배후는 현대차, 그리고 당시 이명박 정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유성기업의 파업을 ‘연봉 7천만원 귀족노조 파업’이라며 정당성이 결여된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 하청업체 노조 파업에 대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성명까지 발표하고 나서면서 합법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됐고 일부에선 비난이 쇄도했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이 주장한 ‘연봉 7천만원’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 변호사는 “한 국가의 대통령이 한 사업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직접 성명을 발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검찰에 (노조 파업을 강력하게 차단하라고) 주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문건을 보면 청와대 직원,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주소가 나온다. 아무런 소통이 없는 상황에서 이메일만 주고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과거사위가 (유성기업 노조파괴와 배후 등에 대해) 명백하게 규명해야 한다”며 “지금 유성기업 사업장의 노조파괴 사건을 규명하지 않으면 향후 동일한 부당노동행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규명 후에 검찰은 반드시 유성 노동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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