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미국은 이토록 철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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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11일 08: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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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추진 과정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들로 논란이 많다. 한미FTA에 대한 반대운동 진영도 범국민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협상담당 부서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일원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의 노동분야 정부대표단이 최근에 한국을 방문했다. 4월 5일부터 7일까지 루이스 카레시 미 무역대표부의 노동담당 대표보(Assistant USTR for Labor), 카를로스 로메로 미 노동부 국제노동담당관, 조세프 데 마리아 미 국무부 국제노동담당관이 노사정위, 경총, 노동연구원, 노동부, 산자부, 한국노총, 통상교섭본부 등을 방문했으며, 방한 마지막 날인 7일 오후에는 “한국의 노사관계 및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현황 파악 및 의견 청취를 위해”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실을 찾았다.

    “나는 노동 관련 분야 담당할 선임 협상가”

       
     
    ▲ 미국은 FTA에 앞서 상대국의 노동권 등에 대해 철저한 사전조사를 실시한다. 사진은 바레인과의 FTA협상을 앞두고 미 노동부가 작성한 바레인 노동권 보고서
     

    미 정부 대표단의 요청을 수용해 이루어진 이번 만남의 서두에 카레시 노동담당 대표보는 자신이 다가올 한미FTA 협상에서 협정의 노동관련 장(chapter)을 담당할 선임 협상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FTA 협상 대상국에 대해서는 미국 의회가 상대국의 노동권에 대한 보고서 제출을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방한했다며 한국의 “노동법과 그것의 집행, 그리고 노동권의 보호 정도”에 관심이 많다고 방문 목적을 소개했다.

    이들은 또 노사관계 로드맵, 비정규직 법안,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현황, 노동부 및 노사정위의 역할에 대한 평가, 구속노동자 현황 등에 대해서 질문을 했었는데, 이에 대해 “지금까지 들어왔던 내용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운을 뗀 단병호 의원은 이후 상세히 본인의 의견을 밝혔다.

    노사관계 로드맵과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서는 정부 및 여당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국내의 이주노동자 관련 제도와 노동부 및 노사정위 역할의 한계 및 문제점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정부의 노동자 탄압에 대해서도 특별히 본인의 5차례 구속 경험과 최근 철도노조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단병호 의원의 의견들이 최종 보고서에 어떻게 반영이 될지 주목된다.

    단병호 의원 의견 최종보고서에 어떻게 담길지 궁금

    물론 미국 정부가 이렇게 노동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자국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비판이 타당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 비판을 의식하듯, 사이사이에 미 정부 대표단은 면담 중간에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오해가 있다”며 “국제적으로 합의된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지켜지는 것이 우리 활동과 노동관련 조항의 목적”이라고 역설했다.

    개성공단의 노동조건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 주최의 공청회에서 미국노총(AFL-CIO)이 문제제기를 하고 이후 매파로 알려진 대북인권특사도 이를 언급한 것이 노동조건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하지만 이들의 방문을 지켜본 필자는 미국의 활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이전에 우리 정부가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졌다. 한국의 외교통상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국무부 국제노동 담당관이 있다는 것도 차이겠지만, 통상에서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인 노동 분야에 대해서도 사전에 파악하는 준비 과정에서의 철저함, 그리고 이의 내용을 의무적으로 의회에 보고하게 되어 있는 절차의 투명성이 한국 정부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비된다.

    미국 정부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우리’ 정부

    미국은커녕, 국내 파급 효과에 대한 숱한 의혹과 이견들에 대한 납득할만한 입장들을 내놓지 못하고, 형식적 공청회마저 제대로 치르지 못한 그 한국 정부 말이다. 의원실을 떠나기 전, “이후에 협상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때 노동권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입장을 듣거나 전달할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발언에 반영된 조직의 문화도 마찬가지다.

    예비협상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통상교섭 절차의 개방성과 투명성은 어떠한가. 정태인 전 비서관의 지적대로, 몇 달 준비로 FTA 협상을 향해 돌격하는 정부에 대해 미국에 상응하는 철저한 준비를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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