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미국 때문에 1년 안에 끝내야" -거짓말
        2006년 04월 11일 12: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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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부가 미국 대통령의 무역증진권한(TPA)을 이유로 1년 이내에 한미FTA 협상을 마무리지으려는 것은 외교부, 수출대기업 등의 조급증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며 여기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무역증진권한(TPA)은 필요시 연장 가능"

    진보정치연구소가 11일 오전 개최하는 ‘민주노동당 원내진출 2주년 기념 토론회-한미FTA와 한반도의 미래구상’에서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표문을 통해 "아무리 작은 FTA도 최소 1년의 협상기간이 필요한 것이고, 한-칠레FTA의 경우 3년의 협상기간을 소요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장 교수는 정부가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로 ▲국민적 합의 없는 한미FTA 추진 결정에 대한 합리화 근거 마련 ▲신속한 협상추진을 통한 국민적 반발 및 여론화 최소화 ▲신속한 협상을 통한 시장자유화의 최대화 ▲DDA(도하개발아젠다) 타결 이전에 한미FTA 종결(DDA가 타결되면 정부 등이 주장하는 한미FTA의 효과는 상실됨) 등을 꼽았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장 교수는 미국의 무역증진권한은 주요 무역협상이 있는 경우 항상 의회가 대통령에게 부여해왔으며 공화당이 상하 양원의 다수당인 점을 감안하면 부시대통령이 권한을 연장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미국 대통령의 무역증진권한은 내년 6월말로 소멸하지만 미국 정부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권한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권한 소멸 전까지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우리 정부측 주장은 거짓이라는 얘기다.

    "미국, 무역증진권한 없이도 FTA 여럿 체결"

    또 무역증진권한이 없다고 해서 미국이 FTA 협상을 체결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95년 이후 미국은 대통령이 신속처리권한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의 WTO 가입에 관한 미-중협정, 미-요르단FTA 등 다수의 통상 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칠레, 호주, 싱가폴과 미국의 FTA 협상 역시 미국의 신속처리권한 없이 개시되었다.

    장 교수는 "이같은 전례를 볼 때 외교통상부가 미국 정부의 신속처리권한을 들먹이는 것은 국민적 합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한 합리화이며,  급진적 자유화를 성취하기 위한 의도를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미국의 국내 절차를 이유로 협상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일부 대기업과 기업단체의 요구에 따라 협상을 서두르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국운이 달린 협상인만큼 기한을 두고 제대로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잘못된 조약체결은 결코 안하느니만 못하다"면서 FTA 협상에 접근하는 몇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한중FTA, 한일FTA 등 인근 국가와의 경제협력 강화한 후 한미FTA 검토해야"

    먼저 한미FTA에 대해 장 교수는 "한국경제와 사회에 엄청난 혼란과 위협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며 "협상 체결 시도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대신 한중FTA, 한일FTA 등 인근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먼저 강화한 후에 한미FTA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어느 나라와 FTA를 체결하건 농업과 서비스산업,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는 예외로 하거나 보호를 유지하면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주노동당이 제출한 ‘통상절차법(통상조약체결절차에관한법률(안)’과 ‘무역조정지원에관한법률(안)’을 빨리 제정해 국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는 중국을 소외시켜서는 안된다"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를 용인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태욱 한림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도 ‘한미FTA 체결이 한국의 정치외교에 미칠 영향’이라는 발표문에서 한미FTA가 국내의 정치사회적 혼란은 물론 심각한 외교적 혼선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미FTA 심각한 국내 정치사회적 혼란 불러올 것"

    최 교수는 ‘한미FTA가 체결된다면 미국의 요구대로 내용이 채워질 가능성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국내의 반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국내 협상력이 요구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현재 한국 정부는 그 정도의 국내협상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듯 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 제공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아직 그만한 수단과 기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최 교수는 한국의 복지수준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들었다. 2001년 GDP에서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면 우리나라(6.1%)는 신자유주의 주도국이라는 미국(14.8%)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평가받는 멕시코(11.8%)도 우리나라의 두배 수준이다.

    최 교수는 국내의 복지기반이 이처럼 취약한 가운데 한미FTA협상이 체결되면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사회의 혼란은 이미 예정되어 있어"

    최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는 협상이 개시되기 이전부터 대규모의 조직적 한미FTA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은커녕 그를 위한 최소한의 요식행위마저도 무시한 채 거의 비밀리에 미국과의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 그리고 그렇게 체결된 한미FTA가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 전체에 대하여 미칠 막대한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한국의 많은 식자들을 반대전선에 가담케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특히 "한미 FTA로부터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집단들의 반대는 필사적"이라며 "한미FTA로 발생하는 손해의 대부분은 자신들만이 개인적으로 담당해야할 몫임을 알고 있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오직 반대만을 대안으로 여길 법도 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한미FTA의 반대 움직임이 정당이나 국회 또는 여타의 합헌적 채널을 통하는 대신 각종 시위 등 강압적 채널을 통해 표출되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한국 사회의 혼란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동아시아는 새로운 갈등과 대립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될 것"

    최 교수는 한미FTA가 정부의 외교 노선에도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미FTA의 체결로 인한 한미일 삼각동맹의 공고화가 중국을 소외시킬 경우 현 정부의 (동북아) 지역주의 추진 노선과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미FTA의 체결이 중국 소외 현상을 발생케 한다면 동아시아에서의 지역주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라며 특히 "한미일 남방 삼각체제에 맞서 북중러 북방 삼각체제를 구축하려 든다면 지역주의의 발전은 커녕 동아시아는 새로운 갈등과 대립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이 이러한 대립 구도의 형성이 아니라면 한미FTA 추진은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변수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 마련 없이 오직 한미FTA의 중단기적 외교안보 효과만을 기대하여 조급한 행보를 내딛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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