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개정 협정
    정부 '성과', 정의당 '손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 해석 상반
        2018년 03월 27일 11: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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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의 고율 관세를 면제받는 대가로 미국 철강 수출 물량을 제한받고, 미국 자동차의 수출량을 늘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정이 타결됐다. 일부에선 치명적 손실은 피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미국이 요구하면 들어줘야 한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인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를 발표하며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내고 한국산 완성차에 대한 미국산 부품 의무사용 비율은 수용할 수 없다는 우리 주장을 미국 쪽에 먼저 관철시켰다”고 밝혔다.

    브리핑하는 김현종 본부장(방송화면)

    ▲철강관세 면제 대신 대미 수출량 쿼터(수출할당량)을 70%로 축소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부과 만료를 2041년까지 20년 연장 ▲미국산 자동차 2만5천대에서 5만대까지 수입물량 확대 ▲미국산 자동차 연비·온실가스 관련 현행 기준을 2020년까지 유지하되, 2021~2025년엔 미국 기준으로 개편 등이 골자다.

    우리 쪽이 얻어낸 것은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개선, 미국의 각종 무역구제 조사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 확보를 협정문에 반영하는 것 등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다. 양국에 투자한 자본이 분쟁 소송을 남용하는 것을 막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이 침해받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양국은 이른 시일 대에 협상 결과에 대한 분야별 세부 문안 작업을 완료하고, 정식 서명 등을 거쳐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우리 측 민감한 분야인 농업을 철저히 보호하면서도 양쪽 관심사를 적절히 반영해 한미 양국의 균형을 확보한 좋은 협상 결과”라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 선방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본부장은 “미국이 국제 규범이나 이론을 근거로 우리한테 요구한 것이 아니고 일방적으로 요구한 게 꽤 있기 때문에 협상 결과가 우리한테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은 하고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우리가 미국한테 상대적으로 더 많이 양보한 것이 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치명적으로 손실을 입은 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본부장은 “철강업계에서는 100% 환영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추가관세를 부가하지 않게 됐기 때문에 일종의 불확실성은 좀 없어졌다하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동차 분야에 관해선 “2만 5000대의 쿼터를 5만 대로 늘려줬는데, 지금까지 통계를 보면 어느 (미국 자동차) 회사 하나도 만 대 이상을 팔지 못했다. 2만 5000대 쿼터도 별로 실효가 없었던 상황에서, 5만 대로 늘었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하면 다 들어줘야 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긴 협상이었다는 상반된 평가도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 협상은 정부 주장과 달리 선방했거나, 실효를 거뒀다고 보기 힘든 협상”이라며 “미국 측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고, 손해 봤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내용을 들고 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이번 개정 협상을 통해 미국이 요구하면 들어줘야 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며 “이번 협상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의해 개시됐으며,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철강을 지렛대 삼자 다른 것을 줄줄이 넘겨줘야 했다. 앞으로 미국의 요구에 따라 계속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면, 한-미 FTA를 통한 양국 간 이익균형을 이루는 것 역시 꿈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런 협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통상협상의 사령탑과 전략의 교체를 검토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얻어냈다고 설명하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개선과 무역구제조치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이 대표는 “미국이 FTA 체결 국가를 상대로 남용하고 있는 무역구제조치를 방지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한-미 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손꼽힌 투자자국가제소제도(ISDS)의 남용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모호하다”며 “또 다른 독소조항인 래칫이나 포지티브 방식 개방 문제는 의제에 오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또한 이와 관련해 전날 정책 논평을 내고 “정부의 ‘투자자 남소 방지 및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 관련 요소를 반영한다’는 설명만으로는 통상 이외에 환경, 안전, 공공성 강화 등의 목적으로 수행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ISDS의 제소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결과적으론 “미국측의 요구만 반영된 균형 잃은 협상”이라며,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얻어냈다고 평가하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개선 내용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미세먼지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되어 있는 자동차 관련 환경 기준을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해 상당부분 완화해 준 것은 큰 문제”라며 “2021년∼2025년에 적용되는 자동차 연비와 온실가스의 차기 기준의 경우 미국 기준 등을 고려하기로 했고, 특히 휘발유 차량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도 현행 미국 캘리포니아주 수준인 초저공해차(ULEV) 기준에서 이보다 완화된 미국 일반 규정과 조화를 이루기로 변경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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