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일 멕시코 대선
    오브라도르, 당선될까?
    [기고] 친민중주의 성향의 온건좌파
        2018년 03월 26일 01: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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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7월 1일에 멕시코 대선이 열린다. 핵심적 관전 포인트는 18년째 대통령에 도전 중인 온건 좌파 성향의 야당(Morena 국민쇄신운동당) 후보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뻬스 오브라도르(Andres Manuel Lopez Obrador)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가이다. 경쟁자는 PRI(제도혁명당)의 후보인 호세 메아데(Jose Meade)와 PAN(국민행동당)의 리카르도 아냐야(Ricardo Anaya)이다.

    그런데 오브라도르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비판적이고 나머지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오브라도르의 정치 구호는 “모든 이를 위한 민주주의“이었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필연적으로 보여주는 사회적 약자의 배제를 비판하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멕시코 정치지형의 독특함 때문에 사실상 오브라도르와 이들 두 경쟁자 사이의 경쟁으로 볼 수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1988년의 대선에서 살리나스가 대통령이 되는데 이때부터 PRI와 PAN은 은밀히 야합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는 것으로 정치학자들에 의해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PRIAN이란 말이 있다. 두 당의 연결고리는 다름 아닌 신자유주의이다. 모두 알다시피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인 나프타는 발효된다. 그때부터 수십 년이 흐른 오늘 멕시코 신자유주의 체제에 어떤 식으로든 균열을 낼지도 모를 유력 후보가 오브라도르이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오브라도르는 이번의 도전이 세 번째로 그동안 두 번에 걸쳐 대선 경쟁에서 패배했다. 그는 상당수 학자들과 지식인들에 의해 멕시코 정치인들 중 가장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오랫동안 집권에 실패한 것도 멕시코 기득권 계급이 2000년대 초반 라틴아메리카에서 거세게 불었던 좌파 진영의 부상이 멕시코에 상륙하는 것을 막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같은 급진주의자는 아니다. 멕시코는 그동안 특히 마약단과 조직범죄 세력에 의한 폭력이 심각했다. 그로 인해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멕시코의 지식인과 일반시민에게 온건한 좌파 성향의 오브라도르가 합리적인 대안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예전 2006년 대선에서 선거부정이 있었다는 대중의 인식이 컸고 오브라도르는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 등 시내 중심부에서 오랫동안 대규모의 평화적 대중 시위를 주도했다. 과거 젊은 시절에도 오브라도르는 공적인 이슈가 있어 저항과 비판을 표현하기 위해서 대중과 함께 길거리 도보 행진을 했던 적이 많다.

    멕시코는 특히 대중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이 큰 보수적인 교회와 미디어가 대중의 감성을 휘어잡는 소위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의 작동으로 인해 변혁적인 정치세력의 출현이 매우 어려운 나라이다. 예를 들어 사실 멕시코에서 신자유주의가 가동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의 대통령들인 살리나스, 세디요, 폭스, 깔데론과 니에토에 대해 정치 평론가인 뻬드로 에체베리아는 정상국가라면 멕시코 대중을 너무 가난하게 한 죄만으로도 이들이 감옥에 가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위에 언급한 로뻬스 오브라도르가 만약 당선된다면 큰 변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 선거운동을 하는 오브라도르는 기업가 등 기득권층에 대해 유화적인 언술을 내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라 호르나다>지 보도(2018. 3.10일자)에 따르면 오브라도르는 은행가협회에 참가하여 약 50여개 은행의 간부들 앞에서 대통령에 선출되면 취임 후 3년 이내에 대법원을 새로 개혁하고 부정부패 사건을 사법부가 정확하게 다루도록 할 것이며 금융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수용할 것이며 재산 몰수도 없고 국유화도 없다고 했다.

    이런 그의 주장은 충격적이고 급진적인 금융정책을 펼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오브라도르가 금융가들에게 유화적 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금융권과 기업가 등의 기득권 세력이 그를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전형적인 사회민주주의자(socialdemocrata)로, 즉 ‘위험한’ 인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브라도르는 이번에도 선거 부정이 있으면 분노할 대중의 저항은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거라고 경고하면서 자신은 치아파스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여론 조사에서 자신이 약 15% 포인트 이상 앞서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대중의 지지도가 높은 이유는 오브라도르가 항상 대중의 요구에 민감하면서 대중 스스로에 의한 공동체 조직의 다양한 풀뿌리 사회운동을 적극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다른 정치인들이 공적 조직을 통한 선거기계 또는 미디어 정치에 의존하는 패턴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 오브라도를 견제하는 미디어와 기득권 계급은 오브라도르가 젊은 시절에 PRI에 속했고 지나치게 대중 추수적인 정치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정치인으로서 준비가 부족하다고 헐뜯고 있다. 대부분의 우파 자유주의 정치인들처럼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대해 친숙한 정치 패턴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오브라도르가 엘리트보다는 대중 지향적인 것은 그만큼 민주주의를 더 깊게 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과거의 PRI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신자유주의적 정치세력으로 변신한 현재의 PRI와 상당히 거리가 있다. 과거에는 멕시코혁명의 진정성을 어느 정도 따르려는 정치인들이 지금보다 많았다. 그런 점에서 오브라도르는 이념적 차이보다는 과거 멕시코의 친 민족주의-민중주의 전통을 되찾으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온건 좌파 정당인 PRD(민주혁명당)의 대선 후보였던 오브라도르는 시간이 가면서 이 당의 정치적 투쟁력이 약해지고 신자유주의적 기득권층과 타협적인 자세를 취하자 탈당하여 새로 만든 당이 Morena이다. 현재 정치지형에 의하면 대통령인 페냐 니에토(Pena Nieto)의 정치적 성과가 아주 보잘 것 없어 집권당인 PRI의 후보인 호세 메아데(Jose Meade)는 상식적으로 도전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멕시코 정치지형의 독특한 성격 덕분에 다시 도전하는 것 같다.

    멕시코혁명의 공식 혁명정신을 이데올로기로 삼고 1920년대에 출현한 PRI는 전통적으로 노동자, 농민, 대중이 지지하는 정당이었다. 그리고 약 70년 이상 집권당이었다. 그러나 1968년 학생시위에 대한 무력 탄압이 일어난 이후 멕시코 지배세력의 우경화는 지속적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멕시코 국가기구는 급진적 사회운동세력에 대한 치밀한 사회통제 정책을 이끌어온다. 그러나 가끔 공권력이 개입한 사회적 폭력이 현실 위로 부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4년에 있었던 아요치나파시의 멕시코 사범대 생 43명의 ‘강제실종’ 사건을 들 수 있다.

    안타깝게도 멕시코는 마약단을 포함한 범죄조직에 의한 폭력에 포획된 사회이다. 앰네스티 인터내쇼날에 의하면 2017년 한 해에만도 약 4만 명이 폭력에 피살되고 약 3만 명이 실종되었고 언론인도 십여 명 이상 살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오브라도르는 과거 집권당이 마약단과의 전쟁이라는 정책을 통해 이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함으로써 민간인 희생자가 많아졌다고 보고 과잉 정치화를 지양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러나 두 번에 걸친 대선 패배 이후 오브라도르의 현실 정치 노선은 더욱 현실화 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기득권 계급에게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원래 오브라도르의 정치노선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강하면서도 매우 실용주의적 자세를 지녀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일부 부르주아 세력도 현재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멕시코 좌파를 대표하는 사파티스타 해방군은 오브라도르를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

    필자소개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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