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치아픈 매체에서 전화왔는데요"
        2006년 04월 10일 03: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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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전 11시 30분경.

    기자는 이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농림부 가축방역과에 전화를 걸었다. 당초 4월 초부터 미국산 쇠고기는 본격적인 수입재개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지난 3월 13일 미국 앨라배마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돼 제동이 걸린 상황이었다.

    광우병 발생의 원인이 되는 동물사료정책에 미흡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미국의 검역시스템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우리와는 달리 수입재개를 철회키로 한 일본, 홍콩과 비교해 볼 때,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들어오려고 하는 한국의 농림부가 가지고 있을 부담은 짐작하고 있는 터였다.

    “네 가축방역과입니다.”

    “수고하십니다. 저는 인터넷매체 레디앙의 권경희기자라고 하는데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싶습니다.”

    “어디시라구요?” “레디앙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

    “과장님, 레디앙이라는 골치아픈 매체가 있는데요. 거기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갖고 인터뷰를 하고싶다는데 할까요, 말까요?”

    잠시 후, “담당자가 자리에 없습니다. 나중에 전화해 보세요.” 전화는 끊겼다.

    두시간 뒤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담당자의 직통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기자는 처음 통화 때와 마찬가지로 본인소개를 하고 전화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담당자의 대답은 짧았다. “저는 이런 언론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굳이 취재를 하고 싶다면 저희 과장님과 통화를 해보시죠. 아, 과장님이 자리를 비우셨네요. 그럼 전 이만 일이 많아서 전화를 끊습니다.”

    최근 미국은 지난 3월 광우병에 걸린 소의 자료라면서 치아 사진 몇장 만을 보내와 빈축을 샀다.  정부는 광우병 감염 소가 발견된지 한달이 다 되도록 광우병 소가 몇 살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측에 추가자료를 요청했다고는 하지만 정부는 “미국에서 자료가 오는 걸 보고 수입재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미온적 태도를 취할 뿐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 여부를 두고 각계의 우려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에게 주어지는 광우병 발생 소에 대한 정보는 치아사진 몇장과 ‘10살인지 아닌지 아직 파악중이다’라는 정부측 관계자의 짧은 언급뿐이다.

    정부 관계자의 말과 태도를 접하고 나니 기자의 ‘골치가 아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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