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의 개헌 드라이브에
    유인태·정세균, 우려 표명
    "선거제도 개혁과 국회 총리 추천은 꼭 이뤄졌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
        2018년 03월 23일 03: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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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대통령 개헌안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 합의 없이는 개헌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대통령의 개헌 발의가 자칫 개헌 자체를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중진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원로 등은 4년 연임제를 ‘개악’이라고 평가하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총리 추천제 정도는 수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된다.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은 2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유한국당이 개헌에 대해 직무유기를 해왔고, 결국 대통령이 발의까지 하게 자초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야당이 아주 극렬하게 반대하는 속에서 청와대의 발의가 정도(正道)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청와대가 국민여론으로 야당을 압박해서 발의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욕심을 부리는 건 자충수”라며 “자칫 의회를 무시하는 태도로 비칠 수도 있다”고 거듭 대통령 개헌 발의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대통령 개헌 발의로) 개헌 자체가 실종될 우려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밀어붙일 경우 향후 적폐청산을 위한 입법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폐청산 개혁을 하겠다고 하면서 지금 입법으로 뒷받침된 게 거의 없다”며 “여당이 우호세력까지 합쳐도 과반이 안 되기 때문에 결국은 협치를 통해 정책적 성과를 내야 되는데 개헌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무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이 청와대가 개헌안을 발의할 수밖에 자초한 측면은 있지만 청와대도 그 이상 오버는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개헌의 시기를 연기하되 6월 내로 국회가 합의안을 마련하자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제일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전날인 2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통령 발의권이 헌법에 있지만 입법부와 연결되지 않은 발의안은 성공 가능성이 확실히 담보되지 않는다”면서 “그런 상황(대통령 개헌안 부결)이 오기 전에 국회가 합의안을 만들면 새로운 개헌 로드맵에 대해 대통령도 양해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4년 연임제, 국회 총리선출제 거부 등 개헌안 내용에도 일부 문제가 제기된다.

    정 의장은 대통령 개헌안의 핵심인 4년 연임제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 권력 분산 없이 임기만 8년 늘리면 개악”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ㆍ행정부의 집중된 권력을 나누는 수평적 분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권력을 재배분하는 수직적 분산, 이런 핵심이 빠진 개헌은 의미가 없다. 그걸 수용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대통령 권한 분산 방안으로 제안된 국무총리 국회추천권에 힘을 실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천이 안 됐고, 국회 다수의 추천을 받은 총리라면 책임총리 구현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납득이 가는 얘기”라는 것이다.

    유인태 전 의원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유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은 언급하며 “(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한달 정도 지나서 국회 첫 연설에서도) 한 정당이 어느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독점하지 않는 선거제도를 국회가 마련해 준다면, 다수당에 조각권을 드리겠다고 했다”며 “당시는 내년 총선에서 다수 연합은 한나라당이 될 것으로 상정이 될 무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정무수석을 할 때 노무현 대통령이 저한테 준 미션이 딱 하나였다. 선거제도를 가지고 한나라당, 당시 야당과 협상을 해보라는 거였다”면서 “그 안을 가지고 당시 한나라당과 접촉했고 (한나라당 지도부에서) 귀가 솔깃했지만 영남의 벽에 부딪혀서 안 되겠다고 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개헌이 된다면, 그때는 씨알도 안 먹혔던 선거제도 개혁과 국회 총리 추천은 정말 꼭 이뤄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에선 여전히 4년 연임제 도입과 국회 총리추천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헌정특위 여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에서 4년 연임제에 대해 “연임 가능성으로 인해서 안정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며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4년 만에 선거를 통해서 조기에 물을 수 있어서 새로운 선택의 길을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 총리추천제 등 야당이 요구하는 권력분산 방안에 대해선 “의회로 권력이 좀 더 분산돼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제 자체를 폐지하고 내각제나 이원정부제로 가자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70% 가까이는 여전히 대통령제를 지지하고 있고 내각제는 불과 10%밖에 지지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도를 뒤집으려 한다면 사실상 정략적 주권 탈취 행위”라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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