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한 재생에너지 협력을 통한 평화
    [에정칼럼] 북한, 자연에네르기 개발 적극적인 이유
        2018년 03월 23일 0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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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재생에너지를 ‘자연에네르기’라 부른다. 어렸을 적 즐겨 읽던 만화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날리던 에네르기파가 연상된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서 북한 선수들이 패스를 ‘연락’이라 할 정도로 북한은 영어식 표현 대신 순수 우리말을 대부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영어인 에너지를 우리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발음만이라도 고수하고 싶었던 걸까.

    북한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쓸데없는 농담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최근 들어 남북 간의 관계가 전쟁과 위협에서 평화와 대화의 국면으로 급속하게 전환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외교 안보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한 재생에너지협력을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 같다.

    북한의 에너지난은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의 1990년 1차 에너지 공급량은 23,963천TOE(석유환산톤)에서 2016년 9,910천TOE로 급격히 줄었다. 1인당 공급량으로 보면 1.19TOE에서 0.40TOE로 3분의 1수준으로까지 감소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남한의 1차 에너지 공급량은 93,192천TOE에서 294,654천TOE로 크게 증가했다.

    북한은 에너지난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전력공급을 위해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거나 기존의 오래된 석탄화력발전소를 개보수하는 등의 공급 위주 정책을 시행하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는 전력 수요 억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전력공급이 주요 기관이나 산업에 우선되면서 북한 주민들은 에너지빈곤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북한 에너지정책의 기본 원칙은 자력갱생과 전력생산의 정상화, 소비관리라고 한다. 자력갱생 정책과 열악한 송배전망이라는 상황은 북한이 재생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조건이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매년 신년사에서 재생에너지 이용을 적극 권장하거나 강조하고 있고, 연구와 시범사업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를 전면적으로 활용하고 도입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북한의 태양광 버스. 모습

    북한의 재생에너지개발은 1993년 자연에네르기개발이용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현재는 자연에네르기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1년에는 재생에너지개발 국가 5개년 계획을 수립했고, 2013년에는 재생에네르기법을 제정했다. 2014년에는 중장기 개발계획을 수립해 2044년까지 재생에네르기발전 설비용량을 500만kW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북한이 재생에너지 계획 및 보급 정책을 지속한다고 하더라도 태양광과 풍력발전기의 설계 및 제작 기술 부족 등 내부적인 역량의 한계로 큰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재생에너지협력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인도적 측면을 우선하면서 장기적으로 남한의 잠재적인 시장의 개발이라는 경제적 측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남한의 문재인 정부도 이전 정부보다 진일보한 재생에너지 목표를 제시하고 있고, 부족하지만 탈핵에너지전환을 이야기한 바 있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가 전쟁과 위험의 실체인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버리고, 평화와 안전의 상징인 재생에너지협력을 통해 이뤄지길 바란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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