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청 대기업의 치졸한 갑질
    축의금 1억, 딸 차량까지도 요구
    대림산업 불공정행위, 공정위 과징금 고작 900만원
        2018년 03월 22일 12: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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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형 건설사인 대림산업 임직원들이 하청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억원대의 금품을 강요하는 등의 ‘갑질’이 드러난 가운데, 33년 간 대림산업에 하청을 했던 박수웅 한수건설 대표이사가 22일 언론에 대림산업의 치졸한 갑질 행태를 고발했다.

    박수웅 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대림산업 직원)이 ‘대림 사장, 본부장 정도의 아들이 결혼하면 (축의금을) 1억 정도 해야 된다’고 했다”면서 “제가 돈이 없어서 2000만 원밖에 못했더니, 어떤 대림 직원이 ‘한수는 이제 대림에서 공사 못 하게 되겠다’고 했다. 그 다음부터 우리가 (대림의) 공사를 못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림산업에서 14년간 근무하다가 허리디스크로 퇴직한 후 1984년에 한수건설을 설립했다. 박 대표는 이후 2015년까지 지난 30여년 동안 대림산업의 하청을 해오는 등 한수건설을 연매출 300억원 규모의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그러나 대림산업의 갑질로 100억이 넘는 빚을 지고 사실상 회사는 부도를 맞았다. 설계를 바꿔 공사비를 늘려주겠다고 약속해 장비 등을 늘렸지만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현장소장들이 설계 변경을 해 주겠다고 하면서 많게는 수천만 원, 수억 원까지 돈을 요구했다. 매월, 추석, 명절, 설 때도 다 줬다”며 “어떤 사람은 자기 딸이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자기 딸이 쓸 차량이 필요하다’고 차량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저녁 식비나 고급 술집의 비용 대달라는 요구는 수시로 이뤄졌고, 휴가비부터 자녀 유학에 필요한 경비까지 요구하는 등 매월 4000~5000만원의 돈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박 대표는 대림 직원이 요구하는 금품을 주지 않으면 보복행위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속으로는 울화통이 터지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하청업체는) 하루에 장비를 100~200대, 일하는 사람은 300~400명 정도 쓰기 때문에 하루 인건비만 몇 천만 원이 나간다. (현장소장이 요구하는 돈을 주지 않으면) 대림에선 ‘장비가 잘못됐다, 기능공이 능력이 없다’ 이런 식으로 작업을 중지시킨다. 그러면 우리는 장비, 인건비로 하루에 수천만 원씩 손해가 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어쩔 수 없이 요구하는 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돈을) 안 주면 다음 공사도 안 주고 본사 점수도 잘못 매겨서 입찰도 못 하게 하고 등록도 취소시켰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에 따르면, 대림산업 임직원들은 박 대표에게 받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돈을 유흥비 등으로 모두 탕진하며 사리사욕을 채웠다.

    대림산업 본사에 문제를 제기한 적도 있지만 모두 무시했다. 박 대표는 “제가 너무 억울해서 대림 본사 임원한테 몇 번 이야기도 했다. 그랬더니 대림 임원이 ‘현장소장들이 돈 좀 뜯어먹고 도망가려 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알아서 하라’고 했다. 너무 황당해서 정신이 없었다. 돈 안 주면 일을 못 하는데 어떻게 하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다른 하청업체도) 똑같다. 다른 현장소장한테도 다른 업체들이 그렇게 안 하면 일을 못 하니까 똑같이 이렇게 한다. 자기네들(원청)은 관행이라고 하고 우리(하청)는 불법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기업한테 이렇게 상납 안 하면 일이 안 되니까 적자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수건설은 현재 영업정지 상태다. 대림산업이 공사대금을 주지 않으면서 장비업자, 노동자들이 한수건설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대림산업이 한수건설에 주지 않은 돈이) 노동부에서 인정한 게 234억”이라며 “(대림산업에서) 돈을 안주니까 장비업자들이 건설부에 고발을 해서 우리가 부도가…이렇게 정지를 당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바른미래당의 지상욱 의원에 의해 대림산업이 한수건설을 상대로 추가공사대금 미지급 382억원, 금품수수 6억여원, 부당특약 이득 9억7천만원, 물품구매 강제 79억원 등 수백억원 규모의 ‘갑질’을 저질렀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박 대표는 국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대림산업 임직원의 금품갈취 등을 공정위에 고발하자, 대림산업 측이 수백억원대 공사대금을 주지 않는 등 보복행위를 명령했다고 증언했었다.

    당시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대림산업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혐의가 드러났다”면서 “11월 중에 제재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 13일 대림산업에 고작 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대림산업이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도, 미지급 규모에 대한 양쪽 주장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고 서면 계약서를 제대로 발급하지 않은 것만 문제 삼았다. 또 부당특약으로 인한 한수건설의 손해도 역시 특정할 수 없다며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부실조사 논란이 일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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