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선욱 간호사 죽음,
서울아산병원의 책임이다
[민중건강과 사회]병원은 책임 인정하고 간호인력 확충 등 대책 내놔야
    2018년 03월 21일 10: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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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故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있었다. 남자친구와 유족들이 고인에 대한 괴롭힘, 이른바 ‘태움’이 있었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찰은 조사를 시작했다.

고인은 평소에 간호 업무에 대해 잘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입사동기들에게 일에 대해 물어보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 사망하기 이틀 전 고인은 환자의 배액관 하나가 찢어지는 사고를 겪었다고 한다. 주치의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었고, 고인은 이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신규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면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거나 도와주는 이 없이 혼자서 그 무게를 감당해야만 했다. 고인은 투신하기 전, 의료 소송에 대한 정보를 계속 검색했다고 한다. 그리고 업무에 대한 압박을 호소하는 메모도 남겼다. 결국 소송에 대한 두려움과 업무에 대한 압박감으로 비극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3월 19일, 서울 송파경찰서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폭행·모욕·가혹행위 등과 관련한 자료를 발견하지 못해 내사종결 처리하기로 했다’라는 결과였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확실히 경찰 조사 결과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폭행·모욕·가혹행위’와 같이 형사법상 처벌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조사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의료 업무, 특히 중환자실 업무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교육이 미진한 신규간호사에게 환자를 맡기는 것도 명백한 폭력

대학병원에서 환자의 상태와 향후 치료 방침에 대해 완전히 알고 있는 것은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교수밖에 없다. 모든 의학적 처치에 대해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것은 교수다. 전공의, 간호사 모두 교수의 지시에 의해 일하고 있다. 자신의 일을 자신이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교수조차도 상당한 불확실성을 안고 일한다. 환자 치료에는 매우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병원이라는 근무 환경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환자실에서는 의료인의 아주 사소한 실수로도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업무에 대한 무력감과 실수에 대한 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런 무력감과 강박이 가장 큰 것이 바로 신규간호사다. 업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대학 때 배운 지식은 단지 토대가 될 뿐, 일하면서 배워야 하는 경험적 지식이 훨씬 많다. 아무리 우수한 의료인이라도 일을 시작하는 초기에는 많은 실수와 좌절을 겪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안전하게 치료 받을 수 있다. 초짜 의료인이 실수할 때 그걸 즉시 시정하고 가르쳐줄 교육자 또는 선임자가 있기 때문이다. 신규간호사의 초기 몇 년은 일하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교육 기간이기도 하다. 의사로 따지자면 수련 과정을 밟는 것이다.

따라서 신규간호사를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일터에 내보내는 것도 폭력이다. 이는 병원 현장, 특히 고인이 일했던 중환자실의 특성에 기인한다. 조금만 실수해도 환자의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그 경우 환자들이 의료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고, 실제 사망까지 이어진다면 물리적 위해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

비유하자면 마치 신병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전쟁터에 내보내는 것과 같다. 아무도 신병을 때리거나 모욕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폭력이다. 그 결과 신병이 크게 다쳐서 돌아온다고 하자. 단순히 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신병의 부상에 대한 책임까지 같이 물어야 한다. 현행법상 처벌할 수 있든 아니든, 제대로 진상을 파악해야 재발 방지 대책도 세울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병상수로 보나, 연매출로 보나 국내 최대 규모의 병원이다 [출처: 서울아산병원]

죽음에 대한 책임은 서울아산병원에 있다

고인의 죽음의 원인을 따져보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서울아산병원이다. 고인이 세상을 등진 직접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 둘째, 과중한 업무를 맡았다.

먼저 교육에 대해서 살펴보자. 신규간호사가 일하기 시작할 때, 4~5개월 정도 업무를 배우는 기간을 갖는다. 그 기간 동안 교육하는 간호사를 프리셉터, 교육받는 간호사를 프리셉티라고 한다. 고인은 프리셉터에게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프리셉터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프리셉터에게도 고충이 많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15명의 프리셉터를 인터뷰한 연구 하나를 살펴보자. 프리셉터로서 겪는 어려움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가 교육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과중된다는 것이다. 교육업무 자체도 할 일이 많은데, 자기 업무가 줄지 않으니 힘들 수밖에 없다. 둘째가 교육업무를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프리셉티가 교육이 끝난 이후에 제대로 일을 못했을 때, 담당 프리셉터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병원이 정해놓은 교육 기간이 있다. 프리셉티가 배우는 속도가 느릴 경우에 천천히 가르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결국 제대로 된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프리셉터의 업무를 덜어주고, 상황에 따라 교육 기간을 늘려줄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이 끝나고 나서 제대로 교육을 받았는지, 일할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하는 과정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모두 인력의 숫자와 업무 투입 시기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병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둘째로 신규 간호사가 과중한 업무를 맡는 것 역시 병원 책임이다. 사실 이 문제는 신규 간호사뿐만 아니라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모두에게 해당된다. 중환자실 환자는 워낙 병이 중하기 때문에 간호사 한 사람이 한두 명의 환자를 맡는 게 적정하다는 게 대한중환자의학회의 권고사항이다. 하지만 현재는 간호사 한 명이 3~4명을 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신규 간호사에게는 이런 과중함이 배가된다.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육이 끝난 후에도 신규 간호사가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자만 맡아야 한다. 그 기간 동안에는 인력이 더 충원되어서 업무를 분담해야 한다. 추가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 명의 전문적 의료인을 배출하는 데 필요한 교육비용이다.

간호인력 부족은 한국 병원 어디서나 만성적인 문제다. 하지만 병원은 특히 중환자실에는 시설·인력에 투자하기를 꺼린다. 적자만 난다는 게 이유다. 그러면서 저수가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 중환자실 이외의 부분에서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즉, 중환자실의 적자는 병원 전체 입장에서 보면 운영에 필요한 필수 비용 같은 것이다. 중환자실이 있기 때문에 중한 환자들을 받고 다른 부문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은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강남성모병원) 중에서도 세브란스 병원과 함께 가장 많은 이익을 보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연매출이 자그마치 1조6730억 원이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포함한 실제 순이익은 871억 원이다. 그런데도 간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책임 인정하고 재발방지대책 세워야

유가족들은 제대로 된 진상 규명, 서울아산병원의 사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경찰조사에 대해서는 단순 가혹 행위뿐 아니라 병원 교육시스템의 문제 등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유가족들의 요구에 일차적으로 응답해야 하는 것은 서울아산병원이다. 간호인력 부족은 한국 사회의 만성적인 구조적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개별 병원이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더욱이 서울아산병원 같이 매년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병원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사건 발생 후 한 달이 지났는데, 병원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병원은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제대로 된 진상 규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재발방지대책으로 간호인력 충원 방안과 신규간호사 교육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두 번째로 응답해야 하는 것은 정부다. 보건복지부는 3월 20일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은 간호사 태움문화 등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인력 부족에 따른 과중한 업무 부담에서 야기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을 통해 만성적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대책들은 대부분 구체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통한 권고 등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 복지부는 병원이 필요한 간호인력을 충원하도록 강제하는 대책을 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간호인력 부족 자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대책 중 가장 직접적인 것은 ‘건강보험 수가 개선과 간호사 처우개선 연계’, ‘권역외상센터 간호사 처우개선’인데, 이는 이미 만들어진 정책을 이번 대책에 포함시킨 것일 뿐 새로운 대책이 아니다. 이마저도 병원에 지급되는 간호수가를 인상하거나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의료기관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간호인력 충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의료기관에 수가 인상분의 70% 이상을 간호사 처우개선에 쓰도록 권장하고, 분기별로 모니터링을 시행하겠다는 것을 관리방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역시 강제성이 없어 병원이 추가 수익을 간호인력 처우개선과 상관없는 곳에 쓰더라도 제재할 수 없다. 지금 충분히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서울아산병원도 간호 인력 확충에 자발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간호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의 나머지 부분은 야간전담간호사·시간제간호사 확대 등 노동유연화, 간호대학 정원 확충, 재취업을 위한 센터 사업 활성화 등 이미 실패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규 간호사 교육과 관련해서는 ‘교육전담 간호사 배치’ 방안이나 신규 간호사 교육기간을 3개월 이상 확보하는 방안 등 의미 있는 개선안을 내놓았으나 이 역시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이 가이드라인을 법적으로 의무화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응답해야 하는 것은 사회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뭉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병원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병원과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간호 인력이 부족하면 환자들도 피해를 본다. 작년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 댄스공연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돌이켜보자. 우리 사회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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