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바로 당신들이 적폐"
서울시의회, 4인 기초 선거구 모두 쪼개
기득권 유지 위해 자유당과도 손 잡으며 '개혁 운운'
    2018년 03월 20일 07: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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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기득권 야합’으로 인해 서울시 기초의원 4인 선거구 획정이 무산됐다. 특히 서울시의회 의석의 절대다수를 자치하고 있는 민주당은 입으로는 정치개혁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기득권 사수를 위해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라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시의회는 20일 오후 선거구획정 문제와 관련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고 4인 선거구 7개를 신설하는 내용의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을 모두 폐지하는 수정안을 가결했다. 수정안은 4인 선거구 0개, 3인 선거구 49개, 2인 선거구 111개로 하는 내용이다.

본회의 표결 결과는 재석 의원 55명(재적 99명) 중 찬성 53명, 반대 1명, 기권 1명이다. 서울시의회의 재적 수는 99명이고 이날 출석한 의원은 87명이다. 출석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도 상당수이다.

표결에 참가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은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한 의원은 민주평화당 소속 최판술 의원이 전부다.

본회의에 참석해놓고도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은 김경자, 김기대, 김문수, 김정태, 김인제, 박양숙, 서영진, 신원철, 오경환, 이정훈, 장인홍, 장우윤, 이현찬, 이정훈 등이다. 선거구 쪼개기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민주당의 정치개혁 역행 행태를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어 향후 이들에 대한 비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회 정당별 의석수는 민주당 66명, 자유한국당 24명, 바른미래당 8명, 민주평화당 1명으로 시의회와 해당 상임위 모두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4인 선거구를 폐지하는 수정안을 만든 행정자치위는 10명 중 8명이 민주당, 2명이 자유한국당이다.

4인 선거구 단 7개도 못 받아들이는 거대양당
항의하는 바른미래당 의원들 끌어내 본회의 강행

자치구·시·군의회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1등뿐 아니라 2~4명까지 당선되도록 해 다양한 정치세력과 여성, 청년 등 정치신인의 의회 진입을 도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6년 도입됐다.

이에 따라 선거구획정위는 당초 3인 선거구를 48개에서 51개로 늘리고 4인 선거구를 35개 도입하되, 2인 선거구는 111개에서 36개로 축소하는 잠정안을 냈으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반발해 4인 선거구 7개, 3인 선거구 5개만 늘리는, 크게 후퇴한 최종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처럼 후퇴한 획정안마저 받아들이지 못하고 4인 선거구를 모두 2인으로 쪼갰다. 거대양당의 기득권 담합 앞에 정치의 다양성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4인 선거구는 단 한 곳도 허용되지 못한 것이다.

본회의 개의 과정에선 상당한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본회의에 앞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3~4인 확대하라’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의장석을 점거했다. 그러자 도봉 김동욱 의원 주도로 민주당 의원들이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완력을 끌어내는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방청석에선 ‘4인 선거구 확대’를 촉구하며 피케팅을 하던 정의당 등 진보정당 당원과 시민사회단체들도 “민주당이 적폐다”, “자유한국당 적폐라고 말할 자격 없다”, “날치기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양준욱 의장은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단상에서 쫓겨나자마자 본회의를 강행했다.

서울시의회의 ‘날치기’ 선거구 쪼개기는 자유한국당보다 민주당에 더 큰 비판이 필요하다. 앞에선 정치개혁을 주장하고 자유한국당을 적폐라며 자신들과 분리하면서도, 기득권을 사수를 위해선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정치적 다양성,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대의를 내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 꼴이기 때문이다.

방청하다가 항의하는 정의당과 시민사회단체(이상 사진은 정의당 서울시당)

‘정치적폐’ 자임한 민주당에 비판 쏟아져…재의 요구도 나와
“선거구 쪼개기 날치기통과의 주범은 민주당”
“민주당, 말로만 정치개혁 뒤에선 야합”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거대 양당이 서로 더 가지기 위해 물고 뜯으며 싸움을 하다 결국 자신들의 이익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으면 하나가 되어 소수 정당의 작은 기회마저 빼앗아 가는 꼴”이라며 “거대 양당, 그대들이 뭉개고 없앴건 단지 3, 4인 선거구만이 아닌 촛불의 희망과 열망”이라고 질타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서로 다른 두 당이 언제 하나가 되었는지 내는 목소리며, 하는 행동마저 너무나도 똑같다”며 “누가 그들을 좌·우로 구분하는가? 만약 그들을 좌·우로 구분한다면 이념의 좌우가 아닌 이익을 기준으로 하나가 된 데칼코마니의 좌우대칭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도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기초광역의원 선거구획정 야합 규탄대회’에서 “서로 으르렁대던 집권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원숭이 개 싸우듯이 싸우다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서슴없이 야합하고 있다”며 “(거대양당의 선거구 쪼개기는) 다당제와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서울시당도 논평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은 말로만 개혁을 외쳤지 뒤에서는 야합을 택했다”며 “시의원의 70%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날치기통과의 주범은 자유한국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쪼개놓고 이제 더 이상 촛불정부를 칭하지 마라. 지방분권, 지방자치를 위해 개헌을 하겠다는 민주당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일 뿐”이라며 “대놓고 반대하는 자유한국당과 다를 게 무엇이 있나?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방의회 적폐의 한축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서울시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에 즉각 재의요구를 해야 한다. 만약 재의요구조차 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저지른 날치기 통과의 뒤에 박원순 시장이 있다고 의심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 2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독점한) 시·도의회는 폭거 수준의 선거구 쪼개기를 자행했다. 이는 민심을 외면하고 기득권에 목매는 구태와 적폐 그 자체”라며 “시·도의회의 선거구 획정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재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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