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2006년 04월 10일 02: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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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자료사진)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가 <조선일보>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다는 결정을 공개했다.

    김 후보는 9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조선일보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과, 노동관련 보도 행태에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상대방의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또 상대방이 그 의견으로 탄압받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사실만은 모두의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견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합법의 이름으로 요구하거나 조장하는 그런 폭력적 풍토 속에서는 당분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최근 강정구 교수 사태 때 조선일보가 보여준 모습은 여전히 폭력적”이라고 지적하고, “국가인권위가 국가보안법 폐지와 노동쟁의 사업장의 직권중재 폐지를 권고한 것에 대해 ‘잠꼬대’라고 비난한 것”을 두고서는 “정부와 사용자가 법의 이름으로 벌이는 폭력적인 대응을 옹호”하고 있다고 이 신문을 비판했다.

    김종철 후보 선거 캠프는 지난 6일경 조선일보로부터 한면을 모두 할애한 서울시장 후보 인터뷰를 요청받고 이의 승낙여부에 대해 고심했다. 김 후보 캠프는 후보의 낮은 인지도가 초반지지율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일보의 ‘활용’ 가능성을 놓고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영향력이 큰 조선일보와의 인터뷰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아직 지지율이 낮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솔직히 밝히고, 그러나 “선거전의 유불리만으로만 따질 수 없는 여전히 지켜야할 원칙이 있기” 때문에 조선일보의 인터뷰요청을 거절한다고 공개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4년 말 조선일보의 인터뷰, 기고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다음은 김 후보가 블로그에 올린 글 전문이다.

    <조선일보의 인터뷰 요청을 정중하게 사양하며>

    지난주 저는 조선일보의 민주노동당 출입기자로부터 서울시장 예비후보로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강금실 예비후보를 비롯해 열린우리당의 각 시도 단체장 후보들이 인터뷰를 했고, 이제 한나라당 후보들이 인터뷰를 할 예정인데, 민주노동당 후보도 인터뷰를 하여 독자들에게 서울시장 후보로서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취지였습니다.

    민주노동당이 몇 년 전부터 있었던 언론개혁운동에 동참하면서 당내 주요 정치인들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않아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 이후 여러 변화가 있었습니다만, 이러한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저는 비록 많은 상황이 변하였지만, 주요한 지점에서 조선일보의 입장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에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사양하고자 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아야 합니다. 그것은 상대의 의견, 정견, 사상을 존중하고, 상대방이 그 의견, 사상, 정견으로 인해 탄압받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사상과 정견이 다른 사람을 사형까지 시킬 수 있는 법이 있지요.

    국가보안법입니다.

    저는 이러한 악법의 뒤편에서 이 악법의 준수를 요구하고, 이를 어겼을 때 법에 의한 처벌을 요구하고, 조장하는 것이야말로 폭력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강정구 교수 사태 때라든지, 국가인귄위의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등에서 보여준 조선일보의 모습은 여전히 폭력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국가인권위가 국가보안법 폐지와 더불어 권고하였던 노동쟁의 사업장의 직권중재 폐지 등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잠꼬대’라며 비난하였습니다.

    나날이 생활이 악화되고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통해 자신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조선일보의 태도는 정부와 사용자가 합법의 이름으로 폭력적인 대응을 하는 것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저는 기본적인 동의를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저와 견해가 다른 조선일보와 흔쾌히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러나, 견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합법의 이름으로 요구하거나 조장하는 그런 폭력적 풍토 속에서는 당분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는 어려울 것입니다.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영향력이 큰 조선일보와의 인터뷰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아직 지지율이 낮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선거전의 유불리만으로만 따질 수 없는, 여전히 지켜야할 원칙이 있기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시대가 변화하여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토론하고, 때로는 얼굴을 붉혀가며 논쟁하더라도, 그것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고, 그로 인해 아무도 폭력에 의해 희생되지 않는 사회가 오길 바랍니다.

    그러한 세상이 오도록 조선일보가 노력해 주실 때,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는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꿈꾸며 저의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2006년 4월 9일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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