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지방의회 나눠먹기
민주당과 자유당, 탐욕의 동반자인가
이정미 "지금 한국 풀뿌리 민주주의는 사망 직전"
    2018년 03월 16일 05: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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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시·도의 기초의원(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신설·확대한 3~4인 선거구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2인 선거구로 쪼개는 ‘기득권 담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6일 “갈가리 쪼개지고 있는 기초의회 선거구는 대통령의 후광 뒤에 숨어 잇속 차리기 바쁜 민주당 지방권력과, 지방적폐 수호자를 자임하는 자유한국당이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양당은 민주주의도 쪼개실 건가”라며 “지금 대한민국 풀뿌리 민주주의는 사망 직전이다. 모든 기초의회 선거구가 쪼개기로 난도질당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양당 독식으로 활력을 잃어버린 지금의 지방의회는 썩어버린 4대강과 다를 것이 없다. 행정권력에 대한 견제는 사라지고, 이권 추구와 각종 기행으로 악취만 풍기고 있다”며 “거대 양당이 자신들의 독식을 위해, 2인 선거구라는 거대한 보를 쌓았다. 이 거대한 보가 민심이 흘러야 할 강물을 썩게 만들었다”고 맹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전국의 지방의회가 몸살을 앓으며, 두 당 대표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며 “선거구 쪼개기에 대한 입장과 지방의회 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부산시의회에서 머릿수로 횡포
본회의장 문 걸어 잠그고 4인 선거구 모두 쪼개는 수정안 처리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이미 국민의 신의를 상실했음에도 기존 의석을 이용해, 지방의회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자신의 텃밭은 독식하고야 말겠다는 끝없는 탐욕”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시의회를 규탄하는 정의당 녹색당 등의 모습(사진=정의당 부산시당)

부산시의회는 이날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고 4인 선거구 7곳을 2인 선거구 14곳으로 쪼개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부산시의회는 전체 47명 중 자유한국당이 44명, 바른미래당은 2명, 민주당은 1명으로 구성돼있다. 그나마 민주당 의원 1명은 북구청장 출마를 이유로 사퇴해, 본회의장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반대하는 의원은 바른미래당 의원 2명이 전부였다.

정의당 부산시당 관계자에 따르면, 바른미래당 의원 2명도 본회의 시작과 함께 수정안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시도했으나, 규정 등의 문제로 1시간 만에 의장에게 제지당했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당원들은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본회의장 앞 피케팅과 시의회 의장 면담 등을 통해 원안 통과를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반대 연설이 끝난 직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수정안 통과를 시도했고, 회의장 밖에 있던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당원들이 수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본회의장의 문은 굳게 잠겼다. 갑자기 불어난 경찰 병력도 이들을 막아섰다. 결국 4인 선거구를 7곳으로 확대하는 획정위 원안은 갈가리 쪼개져 오후 1시 50분 경 통과됐다.

자유한국당이 독식했던 부산의 정치적 다양성을 염원했던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 당원들은 회의장을 빠져 나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강력 항의했다. 정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의 항의에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그럼 너네도 51% 받아서 시의회 들어오면 될 것 아니냐”는 말로 응수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의 사퇴는 민주당이 선거구 획정 문제를 ‘자기 밥그릇 챙기기’ 정도로 판단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부산에서 민주당의 약진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선거구와 관계없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반면 여전히 자유한국당이 강세를 보이는 경북, 대구, 경남 등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선거구 쪼개기에 맞서 농성을 벌이며 싸우고 있다.

노태민 정의당 부산시당 사무처장은 “자유한국당은 밥그릇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도 필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역시 4인 선거구에 대한 어떤 의지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득권 앞에서 자유한국당과 똑같은 민주당
이정미 “추미애, 언제까지 묵묵부답 책임회피할 건가”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경기도와 서울, 대전, 광주의 상황도 부산과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경기와 대전에서 애초에 제안된 4인선거구를 모두 쪼개버렸고, 서울도 애초 획정위 원안보다 한참 후퇴했다. 자유한국당이 영남에서 부리는 횡포를, 민주당은 경기도와 서울, 대전, 광주에서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함께) 탐욕의 동반자”라고 규정하며 “2인 선거구 쪼개기로 자유한국당과 나란히 손잡는다면 지방적폐 청산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광주시의회의 4인 선거구 분할에 반대하는 농성 모습(사진=나경채 페이스북)

민주당이 시의회 절반은 차지하고 있는 광주시의회에선 이날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가 무산됐다.

당초 획정위는 3인 선거구 17곳, 4인 선거구 1곳, 2인 선거구 1곳 등 20곳으로 획정안을 마련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3~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자고 주장했다.

이날 정의당 광주시당은 전날부터 1박2일 시의회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이날 아침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전체 의원 간담회장 앞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피케팅을 하는 등 민주당의 선거구 쪼개기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날 의원들은 간담회에서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해 주말 동안 의견을 조율하고 오는 19일 간담회와 본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다양한 입장이 오가지만 일부 의원들 중엔 중앙당의 방침이기 때문에 4인 선거구에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의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하는 말은 ‘(선거구 쪼개기가) 중앙당 당론’이라는 거다.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론을 어길 순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정의당이 추미애 대표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따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광주에선 원안까지는 아니라도, 부산처럼 4인 선거구가 아예 삭제된 수정안이 처리되긴 어려워 보인다. 4인 선거구에 전향적인 민주평화당이 시의회에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서울과 대전 등에서 민주당 주도의 쪼개기 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님, 계속 묵묵부답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이 상황을 묵인하실건가”라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 앞에 개혁을 말하고 싶다면, 지금의 선거구 쪼개기를 즉각 중단하고 지방의회의 구성을 민의대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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