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그리고 반대
    정의-민평, 공동교섭단체
    이광호·양경규의 의견을 게재하며
        2018년 03월 16일 04: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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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민주평화당 공동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한 문제가 관심은 높지만 토론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거 같지는 않다. 레디앙에서도 찬반 의견을 게재하여 토론에 기여하고자 했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17일 정의당 전국위원회에서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당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아쉽게 풍부한 토론은 진행되지 못했지만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찬성 입장인 이광호 레디앙출판사 대표와 반대 입장인 양경규 전 노동정치대표의 글을 함께 게재한다. 이광호 대표는 레디앙에 기고 형식으로 보낸 글이고, 양경규 전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지난 글에 이어 덧붙이는 글로 올린 걸 본인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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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모르겠지만 찬성이요”

    정의당이 공동교섭단체 구성과 관련 내부 논의가 분분하다. 평당원으로서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하다. 어느 쪽 입장에 설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별로 없다.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 아니다. 이 논의에 직간접적으로, 공식 문건이나 페북 글 수준으로 입장을 밝힌 사람들 가운데에는 다른 의견도 경청할 자세가 돼 있으며, 설득이 되면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성숙한 토론 문화를 보여주는 측면도 있고, 산뜻한 결론을 내기 쉽지 않다는 사안의 성격을 반증해 주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우리 하기 나름이다

    나는 이러저러한 딱 부러지는 근거를 댈 능력은 없지만 찬성한다. 좀 부끄럽긴 하지만 민주평화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대폭 양보’ 운운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 보고 역설적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커진다. 개인적으로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이 자유한국당 말고 제일 많은 당이지만 닳고 닳은 의원들이 많이 포진한 당에서 저렇게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국회 운영상 교섭단체는 대단히 중요한 지렛대인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누구나 알거나 짐작하는 거지만 국회 안에서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룸’이 넓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 공간에 정의당이 끼어들면서 기존의 답답하고 화나게 만든 국회 운영에 약간의 파열구라도 낼 수 있다면 적잖은 소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평당에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보다는, 국회 운영의 긍정적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해 보면 좋겠다. 순진한 소리라고? 나의 이 순진함이 정의당 당원으로 남게 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그래봤자 역시 소수 교섭단체로 한계는 있겠지만 지금의 6명 정당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문제는 공간을 활용해 휘젓고 다닐 우리의 역량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난 정의당 의원들을 믿는다.

    정체성 문제에 대한 비판은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대목이 논쟁을 실용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다만 나는 요즘 공동 교섭단체보다는 다른 것을 보면서 정체성이 조금 헷갈리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후보로 나온 ‘지인’들의 출마 관련 뉴스나 페북 글을 보면서 속으로 깜짝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의당 후보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후보였기 때문이다. 당을 옮겨서 출마하는 사람도, 정의당 당원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도 축하해 주고 격려해 주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의 차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정체성 문제를 놓고 평가가 다를 만큼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개인의 선택과 조직적 결정은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대중들이 볼 때는 큰 차이가 없다.

    동상이몽 구동존이

    이번 지방선거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견해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 같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불리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본다. 교섭 과정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민주평화당에서 대폭 양보하겠다고 나서니 큰 걸 양보 받아서 첫 번째 교섭단체 얼굴을 우리 당에서 하는 것으로 밀어붙이는 게 필요하고, 이것이 이뤄진다면 지방선거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큰 도움까지는 안 되더라도 손해 볼 건 없다고 본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더 큰 소득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선거 운동의 공간이 열린 것이라고 보자.

    민주평화당하고 짝짜꿍 했으니 존재감이 실종돼서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선뜻 동의가 안 된다. 의석수는 그쪽이 많지만 그 당은 지지율은 바닥이다. 존재감은 우리나 그쪽이나 엇비슷하다. 그래서 공동 교섭단체 꾸리자는 것 아닌가? 우리 하기 나름이다.

    정의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공동 교섭단체 구성했다고 맛이 간 정당이라며 외면할 것 같지 않다. 물론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유연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하는 사람도 못지않게 있을 것 같다. 선거 기간 중에 열린 공간을 만들어서 무언가 변화를 찾아보자. 지금 이대로 하는 것보다 그게 낫다. 이 대목은 이번 선거에서 출마해 현장을 어렵게 뛰고 있는 후보들의 의견이 중요할 듯하다.

    공동 교섭단체 꾸린다고 돈이 더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행이다. 만약 그랬다면 돈 보고 한다는 비난이 많이 나왔을 텐데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건 우리 당의 노선과 관련된 전략적 선택이 아니다. 일종의 실험 성격이 있는 흥미진진한 전술이다. 동상이몽하면서 구동존이하자.

    교섭단체 학습 효과 소중하다

    개인적으로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데 찬성하는 큰 이유는 수업료가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후불제 성격이라서) 교섭단체 경험을 미리 학습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진보정당으로서는 처음 가 보는 길이다. 현직 국회의원도 그렇고 당직을 맡고 있는 젊은 동지들도 그렇다. 당원들도 포함된다. 우리는 집권을 목표로 하지만, 교섭단체라는 징검다리를 반드시 건너야 거기로 갈 수 있다. 새로 열리는 미지의 공간에 현재와 미래의 진보정치인들이 의미 있는 경험을 한다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본다.

    밑져야 본전인 장사는 없다. 밑지거나 남는 게 장사다. 얼마나 벌지, 잃을지 모른다. 하지만 뭔가 판을 바꿔서 일을 저질러야 할 때다. 지금이 딱 그때라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는 언제든 필요했던 그때다. 의원단 결정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함께 해 볼 때다. 잘 안 되면? 그때 평가하고 책임을 물으면 된다. 잘 되면? 좋은 거지.

    이광호/ 레디앙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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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도전하는 과감한 실험?

    전국위를 앞두고 이왕에 반대입장을 밝혔으니 덧붙인다. (지난번 글 링크)

    찬성에 대한 입장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이렇게는 안 되니 무어라도 해보아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들이다. 새로운 실험에 과감하게 도전해 보아야 하지 않겠냐고도 한다.

    나는 그동안 정의당이 무어라도 해보려고 노력했으며 이런 저런 실험을 해왔던 과정을 거쳐 왔다는 데 의심하지 않는다. 교섭단체 구성도 당의 그동안의 기본입장이나 이런저런 실험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그 일관된 흐름이 오늘 정의당에게 어떤 위치를 부여하게 되었는지, 당의 성장에 기여했는지를 평가해 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나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이것이다.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서 독자적인 자기성장전략을 위한 당의 조직 강화와 당원 민주주의,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통한 당 운동의 기반 확장, 보다 분명한 진보적 정체성(정책과 의제)을 통한 소구집단에 대한 선택과 집중, 수사가 아닌 노동과 청년, 여성을 위한 정당으로서 대중을 중심에 놓는 실천적인 행동이 있었는지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의 정치적 유연성을 뒷받침할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이다.

    성장 위한 전략은 무엇이었고 그 결과 어떠했나, 평가에 근거한 출발이 필요

    당의 성장을 위한 기본방향과 철학은 다를 수 있다. 정의당의 지도부는 그 성장을 위해 일정한 방향에서 지속적인 전술을 채택해 왔다고 본다.

    여의도 정치를 통한 존재감의 확인, 선거법 개정 등의 외생변수에 대한 의존, 유력정치인에 의존하는 당의 활동,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자기검열을 통해 얻고자 했던 합리적 진보라는 이름이 당이 지난 수년간 가장 핵심적인 방안으로 채택했던 당의 성장전략 아니었던가?

    그 결과로 나타난 오늘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고 그 한계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굳건히 땅을 디디고 하늘을 보았으면 좋겠다. 지역마다 안간힘을 쓰며 선거구 획정투쟁에 나서는 당원들의 모습이 겹친다.

    물론 나는 당 지도부의 그동안의 전략과 노력이 모두 무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정의당이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당으로 성장하기 위한 비전은 무엇이며 성장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 당 지도부가 깊은 고민이 있는지 근본적으로 묻고 싶은 것이다.

    또 이를 당원과 치열하게 토론하고 공유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 정권교체라는 높은 벽에 막히면서도 당이 가장 역동적인 진보정당으로서의 이미지와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노동과 청년과 여성의 당이라는 성과를 남겼던 지난 대선을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가까스로 쌓아 올린 성과를 까먹을 것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가?

    그래서 반대의견이 그저 정체성을 무조건 주장하는 것이나 정치를 모르는 순진함으로 이해되는 것이 당혹스럽다. 지불하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지 않은가? 지지율 5% 안팎의 정의당이 매번 마치 20% 지지율을 갖는 정당이나 할 법한 성장전략에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정의당이 이번 교섭단체의 문을 열고나면 또 하나의 문에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다가서게 될지 모른다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물 묻은 바지에 땀 묻는 것 꺼리겠는가?

    양경규/ 전 노동정치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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