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무일 “검찰 수사권 유지해야”
    황운하 “수사·기소·재판 분립, 민주주의 작동 원리”
        2018년 03월 16일 10: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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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찰이 기존대로 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로 꼽히는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지금의 검찰 공화국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발상”이라고 16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운하 청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탄핵정국, 조기대선을 거치면서 정의로운 나라를 염원했던 국민들이 꼽은 최우선 국정과제는 검찰개혁”이라며 “그런데 고위공직자인 분이 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말씀하는 건 실망스럽다. 조직보호 논리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는 안하무인 발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앞서 지난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검찰이 경찰 지휘권과 수사종결권, 영장심사권을 계속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지휘·통제 권한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와 오류를 시정해야 하기 위해선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또 문 총장은 정보와 치안, 경비 등을 독점하는 경찰이 사법통제가 없는 수사권까지 갖게 되면 수사권 남용으로 이어져 인권침해가 우려된다고도 했다. 다만 고등검찰청이 소재한 전국 5개 지방경찰청에서만 특별수사를 집중하는 방식 등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은 완전 곁가지”라며 “경찰과 검찰의 권한을 가지고 서로 조정해서 권한을 조금 줄이고 늘리는 것으로 봐선 안 된다”고 문 총장의 발언에 반박했다. 검찰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황 청장은 “우리나라의 사법정의가 지금 OECD 국가 중에 거의 꼴찌”라며 “이렇게 형사사법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이 붕괴된 원인은 검찰이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고, 그 중에 특별히 검찰이 가져서는 안 되는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가져선 안 되는 권력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대표적”이라며 “이런 권력을 검찰로부터 회수해서 검찰을 기소기관으로 돌려놓는 것이 본질적인 일이다. 검찰과 경찰의 권한 조정은 지엽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찰은 기소기관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이) 모든 선진 법치 국가들의 공통된 형사사법 시스템 기준”이라며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고 검찰이 기소기관으로서 그 수사 결과를 스크린해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법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는 이것이 수사·기소·재판의 삼권분립이고, 민주주의 기본 작동 원리”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황 청장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와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지휘·통제 권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문 총장의 주장에 대해 “30년 넘게 경찰생활하면서 검사의 수사지휘가 경찰의 인권침해나 수사오류를 바로 잡는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며 “검사는 오히려 수사지휘권이 인권보장을 중첩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내세워서 개입하고 싶은 수사에만 자의적으로 개입해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용산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쌍용차 파업 등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선 “경찰이 과거에 과오가 많다. 반성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경찰의 지난 과오와 수사권 독립 문제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공정한 형사사법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경찰과 검찰 중 어디가 더 신뢰를 덜 받고, 어디가 더 똑똑하냐의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권을 분리한 곳을 포함해) 어느 나라든지 검사가 더 법률전문가이지만, 검사에게 권한을 몰아주진 않는다”며 “경찰이 미흡하다 하더라도 경찰의 몫, 경찰의 본래 역할이 있는 거다. 그것이 권력분립”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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