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자유당, 지방의회 나눠먹기
다양성 보장 '4인 선거구' 쪼개기 극심
민주당, 영남에선 분할 비판, 다른 곳은 분할 적극
    2018년 03월 15일 06: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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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시·도의 기초의원(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2인 선거구를 줄이고 3인~4인 선거구를 늘리는 선거구 획정안을 냈다. 하지만 기존 2인 선거구 하에서 기초의회를 독점해왔던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두 거대양당이 3~4인 선거구를 늘리는 획정안에 반대하며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소수정당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거대양당의 횡포”라며 반발하며 일부 지역에선 단식투쟁까지 불사하고 있다.

현재 공직선거법은 한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를 채택하고 있다. 2인 선거구를 채택하면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의 당선이 어렵지만, 거대양당의 공천을 받은 이들은 대부분 당선된다.

‘1, 2당 공천을 받으면 죽은 사람도 당선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2인 선거구는 거대양당의 공고한 기득권 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1034개 자치구·시·군의회 지역구 중에서 2인 선거구가 612개로 절반을 훌쩍 넘었으나, 4인 선거구는 29개로 3% 정도에 불과했다. 선거 결과 기초의회 지역구 당선자 2519명 중 약 87%인 2195명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 두 거대 정당이 각 지역의 기초의회 독점은 결과적으로 지역정치에서 견제가 사라지고 부패를 낳았다.

반면 3~4인 선거구에서는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동반 당선될 확률이 높아져 정치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견제하는 의회를 만들 수 있다. 당초 소선거구제였던 기초의회 선거제도를 2006년부터 중선거구제로 바꾼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이미 독점하고 있는 각 시·도 의회 등에선 3~4인 선거구를 늘리는 획정안을 내치고 있다.

가장 먼저 선거구 획정안을 냈던 서울시 선거구획정위는 당초 3인 선거구를 48개에서 51개로 늘리고 4인 선거구를 35개 도입하되, 2인 선거구는 111개에서 36개로 축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획정위는 4인 선거구 7곳, 3인 선거구 5곳을 늘리는, 크게 후퇴한 획정안을 마련했다. 4인 선거구 7곳마저도 거대 양당의 반대로 축소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다음 주 본회의를 열어 획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전국 곳곳의 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의 4인 선거구 분할 반대 행동들(사진=정의당 등)

경기도의회는 15일 이날 본회의를 열고 2014년 지방선거 땐 있었던 시·군의원 4인 선거구 2곳을 모두 폐지하기로 했다.

정의당 경기도당은 4인 선거구를 모두 없애는 결정에 반대하며 도의회 의장 집무실에서 철야농성을 벌였지만, 결국 자유한국당의 밀어붙이기와 민주당의 방조로 4인 선거구제 폐지를 담은 획정안이 의결됐다.

앞서 경기도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인 선거구 80곳, 3인 선거구 74곳, 4인 선거구 2곳 등 156곳으로 획정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도의회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원회는 도내 4인 선거구는 2곳에서 0곳으로 줄이고, 2인 선거구는 80곳에서 84곳으로 확대했다.

안행위 민주당 의원들은 획정안 수정에 반대하면서도 본회의 표결에선 자율투표를 결정했다. 해당 상임위의 다수당은 자유한국당이라, 결국 4인 선거구를 없애는 자유한국당의 수정안이 통과됐다. 자유한국당의 4인 선거구제 폐지 주장에 민주당이 동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의당 경기도당은 “4인 선거구 폐지를 주도한 한국당은 물론 자율투표를 통해 이를 방조한 민주당도 적폐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전 지역도 마찬가지다. 앞서 선거구 획정위는 2선거구를 9곳에서 5곳으로 줄이고 4인 선거구를 2곳 신설하는 획정안을 시의회에 냈지만, 대전시의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4인 선거구를 모두 2인선거구로 바꾸는 수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의 이중성, 영남에서는 쪼개기 비판 호남 등 다른 곳에서 쪼개기 주도

대구의 경우 지역정치를 독점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선거구획정위의 안을 무시하고 쪼개기에 나섰다. 앞서 선거구 획정위가 마련해 시의회에 제출한 획정안은 2인 선거구를 30곳에서 18곳으로 줄이고 4인 선거구 6곳을 새로 만드는 내용이다.

국민개헌정치개혁대구시민행동과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우리미래 등은 대구시의회 앞에서 획정위가 결정한 4인 선거구 원안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정의당 대구시당 대표단은 15일 이날부터 시의회 선거구안 심의가 끝나는 19일까지 대구시의회 앞에서 단식투쟁까지 벌이고 있다.

경상북도의회도 지난 14일 본회의를 열어 4인 선거구 1개, 3인 선거구 35개, 2인 선거구 69개로 하는 조례안을 확정했다. 당초 확정안 보다 3인 선거구가 10개나 줄어든 내용이다.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이 선거구 쪼개기를 한 결과다.

민주당은 “한국당은 그들의 의원들 기득권 수호에만 골몰하고 지역의 다양한 민의는 무시하는 행태로 본인들 스스로 반민주주의 정당임을 시인했다”고 비판했고, 바른미래당 경북도당은 “경북도민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장기집권에만 눈이 멀어 다양한 도민들의 뜻을 말살하려는 자한당의 오만을 투표로써 심판해 주달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경북도당도 “중대선거구제의 취지와 표의 등가성을 완전 무시하고 다양한 정치세력 및 참신한 정치신인들의 의회진출을 막기 위한 치졸한 작태”라며 “기득권 보호를 위해서는 민심도 저버리는 한국당의 만행은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경남은 2인 선거구 62곳을 38곳으로 줄이고 4인 선거구를 2곳에서 14곳으로 크게 늘리는 획정안이 제출돼 있다.

다수당인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은 기존 선거구 틀을 바꾸는 데 대해 반대하는 당론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자유한국당인 민주당 김지수·김성훈, 바른미래당 하선영·전현숙, 정의당 여영국 도의원 등 5명은 도의회 입구에서 1박 2일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획정안은 16일 오전 심사해서 본회의에 조례안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2인 선거구 수가 전국 최대 수준인 부산도 2인 선거구 52곳을 30곳으로 줄이는 대신 3인 선거구는 기존 18개에서 23개로 늘리고, 4인 선거구 7곳을 신설하는 획정안이 마련돼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그간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는 방안을 주장해왔다. 원안 통과를 강력 요구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날 부산시의회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4인 선거구 신설 내용이 모두 삭제하고, 4인 선거구 7곳을 2인 선거구 14곳으로 쪼개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상임위를 통과한 획정안은 2인 선거구 44곳, 3인 선거구 23곳으로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광주에서도 획정안 원안을 지키기 위해 정의당의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획정위는 3인 선거구 17곳, 4인 선거구 1곳, 2인 선거구 1곳 등 20곳으로 획정안을 마련했으나,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가 지난 13일 이 획정안에 따른 개정 조례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획정위안을 수정하려고 시도했다.

시의회 행자위 소속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소속 위원 3명이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 2곳으로 쪼개고, 3인 선거구인 광산구 마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조정하자는 등 조례 수정안에 찬성한 것이다.

2인 선거구를 유지하려는 광주시의회의 자치구의원 선거구 수정 의견에 대해 정의당 당원들은 “기득권 정당의 의회 독식 행태”라며 이날 시의회 1층 로비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연구, 공청회, 관련 단체 의견수렴을 거쳐 만든 획정안을 광주시의원들이 당리당략에 따라 훼손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들은 “과거 4인 선거구 전체를 2인 선거구로 분할했던 그 악몽을 다시 재현하려 한다”며 “민심이 반영된 획정위안을 훼손하지 말고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의회는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16일 오전 선거구 획정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의당, 민주·자유한국당의 4인 선거구 쪼개기에 
“해도 해도 너무한, 끝도 없는 탐욕”, “민주당, 정치개혁 입에 담을 자격도 없다”

민중당 “정치개혁, 자유당이 막아서고 민주당이 용인하는 형국”

4인 선거구 도입을 강하게 주장해왔던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에서 “거대양당의 야합으로 결국 대한민국 풀뿌리민주주의가 말라붙게 생겼다”며 “각 광역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나름의 전향적인 안을 시·도의회에 넘겼지만, 의회를 장악한 거대양당이 이번에도 머릿수로 표결을 밀어붙일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대전과 경기는 더불어민주당이, 경북은 자유한국당이 다수의석을 점하는 곳이다. 그밖에 서울, 인천, 대구, 경남, 부산 등 표결을 앞둔 나머지 시·도의회에서도 예외 없이 4인 선거구 쪼개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끝도 없는 탐욕”이라며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강력 비판했다.

정의당은 정치개혁을 외치는 민주당에 대해 “자유한국당에는 처음부터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개혁을 책임질 집권여당마저 나서서 기득권 사수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기사회생하는 길을 더불어민주당이 나서서 열어주고 있는 꼴”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정치개혁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는 걸 명심하라”고 질타했다.

김재연 민중당 대변인 또한 논평을 내고 “대부분 지역에서 자유한국당이 기존 획정안 통과를 막아서고,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용인하거나 동조하는 형국”이라며 “보수 양당이 독점해 온 의회 정치 기득권을 단 1석도 내려놓지 않겠다는 탐욕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선거구 쪼개기라는 편법으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자들이 곧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은 자명하다”며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당장 선거구 담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4인 선거를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해온 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가 거대양당의 기득권 지키기로 인해 무산될 상황”이라며 “거대 양당이 오로지 당리당략과 기득권 지키는 데만 협치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대변인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려 한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과거 선거구제 (개혁을 통해) 비례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며 “그런데 지지율이 높아지자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 두 곳으로 쪼개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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