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구 회장님,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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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08일 12: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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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금속노조
     

    어제 밤이었습니다.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이 8일 새벽에 귀국한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들은 정 회장에게 현대하이스코에서 쫓겨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마음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합원 5명과 함께 밤 10시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밤새 차를 몰아 순천에서 인천으로 달려간 이유를 아십니까

    밤새 차를 몰아 새벽 2시 민주노총 사무실에 도착했고, 금속노조 최용현 부위원장과 이정희 조직실장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새벽 4시 10분. 한 숨도 못 자고 많이 피곤했지만 정몽구 회장이 입국할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복직시키기로 한 약속을 지키라는 당연한 주장을 펼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의기양양했습니다.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현대기아차 사원들과 용역경비들 500여명이 공항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입국게이트에는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주변에 있는 기자들에게 "현대기아차 그룹 소속인 현대하이스코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약속한 해고자 복직과 노조활동 보장 확약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몽구는 약속을 지켜라, 확약서 이행 약속을 지켜라"고 쓴 플래카드는 펼쳐드는 순간 용역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달려들어 우리를 끌어내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소리를 지르면서 이를 막았고, 수많은 기자들과 여행객들 때문인지 용역사원들은 우리를 무자비하게 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2분만의 상황종료, 메아리 없는 우리들의 절규

    5시 18분. 주변이 웅성거렸습니다. 정몽구 회장이 출구를 빠져나오고 있었습니다. 500여명의 현대기아차 사원들이 회장을 에워싸고 눈 깜짝할 사이에 공항을 빠져나갔습니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쫓아가면서 "정몽구 회장은 약속을 지켜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복직시켜라", "비정규직 노조활동 보장하라"고 외쳤습니다. 우리의 피맺힌 절규가 인천공항에 메아리쳤습니다.

    5시 20분이 조금 넘자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우리는 기자들에게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얘기하고 5시 40분 영등포에 있는 금속노조 사무실에 들렀다가 지금 순천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현재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120여명이 해고됐습니다. 작년 10월 크레인 점거투쟁으로 사용자들과 해고자 전원 복직과 노조활동 보장, 민형사상 책임 최소화 등에 대해 합의했지만 사용자들은 합의서를 파기했습니다.

    작년 11월 3일 이후 12월까지 2개 업체가 더 폐업을 해서 41명을 길거리로 내몰았고, 66명의 노동자들에게 72억 4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노사정이 약속한 확약서는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3월 3일 현대하이스코에 대한 2차 투쟁 선포식을 했고, 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우리는 현대하이스코를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해 4월 3일부터 현대기아차 공장을 순회했고, 서울로 올라와 정몽구 회장 집 앞에서 항의집회를 했습니다.

    공장 쫓겨나 한푼 없이 살아가는데, 비자금 수천억원 그게 대체 누구 돈입니까

    저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몽구 회장과 아들 정의선이 불법비자금을 얼마나 모았는지 모릅니다. 수천억원이니 수조원이니 하는 얘기들을 들으면 그저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현대기아차 그룹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쫓아낸 1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하는데는 30억원도 채 들지 않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작년 4월부터 공장에서 쫓겨나 길게는 1년, 짧게는 8개월씩 돈 한푼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처자식이 있는 가정은 거의 빈사상태에 있습니다. 복직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는 까무러칠 수밖에 없습니다.

    정몽구 회장님,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어나가지 않도록 제발 우리와 한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간절한 바램입니다.

    이병용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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