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 논의 제대로 진척될까
    정부 개헌안 초안 발표에 야당들 반발
    하승수 “대통령 발의해야 국회, 책임 있는 논의”
        2018년 03월 14일 01:1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자문특위)가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 초안을 전날인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가운데, 야당들은 개헌 관철을 위해서라도 국회가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며 정부의 개헌안 발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골자로 하는 정부 개헌안
    21일 정부 개헌안 발의…국회가 내달 28일까지 합의하면 철회

    자문특위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초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정부형태(권력구조)로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했다. 현직 대통령이 4년 임기를 마친 뒤 치른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시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는 중임제와 달리, 연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하면 재출마가 불가능해 4년씩 연이어 두 번의 임기 동안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대통령 권한 축소 방안들도 포함됐다. 그 중 하나로 현재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을 독립기구화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권도 제한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 다른 헌법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도 대폭 축소 조정했다. 국무총리의 임명 방식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안과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안이 함께 보고됐으며, 장관 임명 방식도 복수의 개선안을 제안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관련해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는 방식으로 국회가 구성돼야 한다는 원칙을 반영하고, 이러한 전제하에 행정부의 권한을 국회로 분산시키는 방안이 제시됐다.

    자문특위는 예산 법률주의 도입, 정부 법률안 제출권 폐지, 상시국회 도입, 국회의 예산심사 자율성 확대, 조약에 대한 비준동의권 확대, 국회의 헌법기관 구성 추천권 확대 등을 논의했으며 복수의 자문안을 제출했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도 도입됐다. 결선투표제는 선거에서 과반수 등 일정 득표율을 얻은 후보가 없으면 득표수 순으로 상위 후보 몇 명만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해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부마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 등 4·19 이후 발생한 역사적인 민주화운동은 헌법 전문에 담았다. 민주이념을 계승 발전하는 것을 명확하게 헌법 가치로 선언해 ‘국민의 저항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설명했다.

    직접 민주주주의 요소도 대폭 강화됐다.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도입했다. 국회의원 소환제는 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할 수 있게 한 제도이며,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이나 헌법 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확대하기 위한 조항도 대거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과 관련한 조항이 신설됐다.

    현행 헌법 제정 이후 새롭게 대두한 기본권들도 다수 있다. ‘공무원 노동3권의 확대’, ‘헌법 조문 내 근로를 노동으로 변경’, ‘동일가치 동일임금’ 등 노동권 강화와 관련한 조항을 초안에 반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오는 21일까지 정부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회가 다음달 28일까지 합의해 개헌안을 발의한다면 이를 존중해 정부 개헌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관제·사회주의 개헌 중단해야”
    바른미래당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극복 못해”
    민평·정의 “개헌은 국회가 주도해야…선거제도 개혁도 함께 가야”

    보수정당들은 자문특위의 개헌안으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에 소극적인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용 정치 이벤트로 개헌을 이용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통령은 즉각 일방통행, 관제 개헌, 사회주의 개헌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자문특위 안은 그동안 대통령과 여당이 그토록 비판해 오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바로잡는 것과는 동떨어진 개헌안”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내각을 꾸려 실질적인 내치를 담당하는 사실상 의원내각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극복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이 빠진 ‘개헌 자문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로 개헌 논의 자체가 불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2/3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개헌안 국민투표를 부의조차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개헌안은 국회에서 발의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맞다”며 “시기에만 집착해 성급하게 대통령이 개입해 개헌을 추진할 경우, 개헌논의 자체가 불발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개헌안의 내용에 대해서도 “제왕적 대통령제 보완보다는 ‘4년 연임제’에 초점을 두고 있어, 대통령의 권한 분산이 빠진 개헌안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개헌 논의와 함께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며 “민심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 즉,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정치개혁을 완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한다”며 “대통령 개헌안 발의권은 헌법상 권한은 맞지만 현재 국회 구도에서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다면 그대로 국회를 쪼개버리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2/3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개헌안 국민투표를 부의조차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개헌안은 사라지고 개헌을 둘러싼 책임 공방만 남게 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개헌안 내용에 대해서도 “연임제 도입뿐만이 아니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제안한 국회의 총리 추천권을 도입하고,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과 예산안 편성권 등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분권형 개헌에 대한 국회에 대한 신뢰 제고가 필수적”이라며 “자유한국당이 정말로 분권형 개헌을 원한다면 민의가 그대로 반영되는 국회를 만드는, 선거제도 개혁에도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개헌 발의돼야 국회도 책임 있는 논의할 수 있어”
    국회가 국무총리 선출? “국회 불신 팽배해 반대 의견 많아”

    정부 개헌안에 대한 야당들의 반대와 관련해, 하승수 헌법자문특위 부위원장은 14일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일단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야 책임 있는 토론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지금은 내용에 대한 토론보다 본질적이지 않은 개헌 시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국회에서 책임 있는 논의가 되게 만들려면 대통령이 발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 부위원장은 또한 “대통령이 발의하더라도 국회에서 바로 표결로 들어가는 건 아니다. 발의한 다음부터도 55일 정도의 기간이 있다”며 “4월 중순이나 말까지는 충분히 국회에서 토론해서 합의가 되면 대통령께서 발의한 개헌안도 철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 부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하기에는 국회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팽배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한) 숙의형 시민토론회를 했는데 시민들 의견은 토론을 하기 전보다 토론 후에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이 높아졌다. 그 이유는 국회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며 “막연하게 생각했을 때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던 분들이 다른 시민들하고 2시간 정도 토론하면서 ‘현재 국회에 이걸 맡겨도 되겠느냐’는 반응들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 부위원장은 “결국에는 이 문제는 국회 개혁이나 선거제도 개혁 문제와 같이 풀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