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용 청탁 의혹 최흥식 사퇴
    금융정의연대 “채용 전반 철저히 수사해야”
    제재 심의 피하려는 하나은행의 제보라는 의혹도 제기
        2018년 03월 13일 04: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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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의 채용비리 조사를 진두지휘해왔던 금융감독원의 수장인 최흥식 금감원장이 KEB하나은행 채용 청탁을 했다는 의혹으로 전격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금융정의연대는 “최흥식 금감원장이 연루된 채용청탁 건 뿐만 아니라 해당 시기의 하나은행 채용 전반에 대한 엄중하고 신속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친구의 아들을 인사 추천하는 등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주간조선>은 이달 10일 “최흥식 금감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대학 동기인 지인 L씨의 부탁을 받고 L씨 아들의 이름을 하나은행 인사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이 과거 채용비리 의혹을 자체 전수 조사한 결과 L씨 아들은 입사서류 평가점수(서류전형)가 합격선에 미치지 못했지만 최종 합격”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같은 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이를 전달했을 뿐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하나은행 역시 최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 당시 지인의 아들을 추천한 사실은 있지만 채용 과정에서의 점수조작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최 원장은 12일 오전에도 ‘금감원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이메일을 보내 자신에 관한 채용비리 의혹 진화에 나섰다. 그는 “본인은 채용 결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신임 감사를 중심으로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본인을 포함한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엄정한 사실 규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같은 날 오후 돌연 사의를 표명하며 입장을 바꿨다.

    시민사회단체는 금융당국과 검찰 등이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조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정의연대는 12일 논평에서 “(자체적인 특별검사단 구성을 통한 조사는)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철저한 검찰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도 남김없이 진상을 밝히고, 응당한 처벌과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당 시기의 하나은행 채용 전반에 대한 엄중하고 신속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의 금감원장과 하나은행이 엮여 있는 만큼 독립적인 수사기관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금감원의 조사 결과로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단 한 건의 채용비리도 없다’고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심상정 의원이 확보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른바 ‘SKY’ 대학교 출신자를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 점수를 조작하고, ‘VIP명단’을 관리하는 등 전방위적인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금감원과 갈등을 빚어온 하나금융지주측이 ‘당국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은행 내부에서 흘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간조선>의 보도 내용이 하나은행의 고위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자료인데다, 최 원장 사건만 특정돼 제시됐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정의연대 또한 “정보의 출처와 의도에 대한 의심을 가질 만하다”면서 “항간에는 하나은행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 심의를 피하고자 최흥식 금감원장의 채용청탁 건을 제보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은행이 2015~2017년 채용실태 검사과정에서 ‘관련 자료가 모두 삭제돼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최 원장의 채용비리 사건은 그보다 이전인 2013년에 이뤄진 채용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이 금융정의연대의 지적이다.

    이 단체는 “이달 6일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금감원에 최순실의 하나은행 인사청탁에 관하여 김정태 회장에 대한 제재요청서를 제출했다”며 “금융당국은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재재 심의나 조사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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