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세금 소득재분배 효과 전혀 없다
        2006년 04월 08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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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빈부격차 해소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뿐 아니라 최상위층과 최하위층간 소득 격차는 세금을 걷고 난 후 오히려 더욱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진보정치연구소는 ‘당면한 조세개혁의 과제와 진보적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행 조세체계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부유세를 신설하는 등 전체 조세에서 직접세의 비율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세부담률,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두번 째

    일반적으로 세금은 소득재분배 효과를 갖는다. 부자들이 세금 내기를 꺼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부자들이 낸 세금의 편익 가운데 일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흘러들어간다. 그래서 보통 증세는 가난한 사람의 이슈고 감세는 부자의 이슈가 된다.

    조세부담률이란 전체 GDP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2003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5.3%로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두번째다. 조세부담률이 가장 낮은 나라는 멕시코로 19%다. 멕시코는 구매력 평가에 따른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조금 넘는 정도다(2004년 기준). 그러나 우리나라는 2만불을 넘는다. 비교적 먹고 살만하다고 하는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세금부담률이 낮은 나라는 없다. OECD 국가 평균은 36.3%다.

    잘못된 조세체계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만 낮은 것이 아니다. 조세체계도 잘못되어 있다. 세금을 걷으면 빈부격차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

    2003-2005년 통계청 가계조사 자료를 토대로 소득계층별로 세금을 걷기 전과 후의 소득을 비교해본 결과 세금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의 경우 소득 하위 20%에 대한 소득 상위 20%의 배율은 세금을 걷기 전 7.23배에서 세금을 걷은 후 7.16배로 눈꼽만큼 줄어들었다. 2004년, 2005년도 비슷하다.

    <세전 세후 소득 비교1(통계청)>

     

    상위20%/하위20%(세전)

    상위20%/하위20%(세후)

    2003년

    7.23배

    7.16배

    2004년

    7.34배

    7.27배

    2005년

    7.55배

    7.45배

    상위 10%와 하위 10%의 경우에는 세금을 걷은 후 소득격차가 오히려 더욱 벌어진다. 2004년 소득 하위 10%에 대한 소득 상위 10%의 배율을 보면 세금을 걷기 전에는 15.66배였던 것이 세금을 걷고 난 후에는 16.14배로 늘어났다. 

     <세전 세후 소득비교2(통계청)>

     

    상위10%/하위10%(세전)

    상위10%/하위10%(세후)

    2003년

    15.5배

    15.76배

    2004년

    15.66배

    16.14배

    2005년

    16.94배

    16.09배

    진보정치연구소는 통계청의 자료에는 농촌가구는 빠져 있는데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들도 가계부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의 소득격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했다.

    가난한 사람 더욱 짓누르는 현행 조세체계

    세금이 이처럼 빈부격차를 줄이기는커녕 외려 더욱 확대하는 것은 부자에게 많이 걷고 가난한 사람에게 적게 걷는다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조세체계는 가난한 사람의 허리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2005년 통계를 보면 월평균 가계소득이 46만원에 불과한 1분위 계층의 경우 조세부담률이 8.9%에 이른다. 반면 소득 10분위 계층의 조세부담률은 8.1%로 이보다 낮다.

    준조세 성격을 갖는 사회보험료는 역진성이 더하다. 월 평균 741만원을 버는 10분위는 자신이 벌어들인 돈의 1.56%만 사회보험료로 지출한다. 그러나 고작 월 46만원을 손에 쥐는 1분위는 소득 가운데 4.3%가 사회보험료로 빠져나간다.

    진보정치연구소는 "사회보험료 중 가장 비중이 큰 건강보험료의 경우 세부담 불공평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질 수 있는 세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득세다. 벌어들인 돈에 비례해 세금을 내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체 조세 가운데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OECD 국가에 비해 낮다. 대신 부자에게나 가난한 사람에게나 똑같은 돈을 거둬가는 소비세는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이다. 다른 OECD 국가들은 소득세 비중과 소비세 비중이 동일하지만 우리나라는 소득세가 소비세의 75%에 불과하다.

    양극화 해소와 거꾸로 가는 참여정부 조세정책

    진보정치연구소는 현 정부가 "빈부격차해소를 위한 조세정책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선 소득세제에 대한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득세는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법인세 기본세율 2%, 2004년에는 소득세 1%를 각각 인하하는 등 소득세 인하를 촉진했다. 상속세의 경우도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면서 상속세 및 증여세의 세수가 일부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미 상속이 완료된 기업에게는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고 있다. 또 상속세, 증여세의 세수가 크지 않아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도 별 효과가 없다.

    이밖에 부동산의 실거래가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과세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현행 건강보험료 산정체계가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노인수발보험을 도입하는 것은 조세체계의 역진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부유세 도입, 부가세 세율 내려야

    세금이 빈부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세체계를 개혁하려면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직접세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진보정치연구소는 부동산 부유세의 도입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제기하고 있다.

    진보정치연구소는 "법인세를 포함한 소득세가 소득재분배 효과에는 가장 효과적이나 한국처럼 택지면적이 좁고, 소득격차가 자산격차에서 유래할 뿐만 아니라 소득세제가 정비되지 않은 여건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유세가 유력한 대안이 된다"며 "부유세의 1단계로서 부동산 부유세 도입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정치연구소는 부동산 부유세의 장점으로 자산 가운데 부동산의 비중이 가장 크기때문에 부유세의 효과를 살릴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토지와 주택별로 합산과세하는 종합부동산세가 이미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나 용이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부동산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이 전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공감을 얻기에 용이한 방법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민주노동당 당원인 김정진 변호사는 "부동산 부유세는 토지와 주택별로 합산과세하던 것을, 토지와 주택, 건물을 전체적으로 합산과세하는 제도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부유세를 "종합부동산세의 확대적용판"으로 규정했다.

    진보정치연구소는 법인세를 인상하고 사회보험료를 개혁하는 것도 잘못된 현행 조세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필수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대표적인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세율도 현행보다 0.5% 내지 1%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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