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반대, 발목잡기? 재앙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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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08일 09: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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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약간의 기술적 이야기

    미국과 한국이 맺을 국제조약 중의 하나인 자유무역협정은 기본적으로는 경제적 이익과 관련된 조약이다.

    4년간 준비했던 한일 FTA가 명백하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조건 합의 도출이 잘 안되었기 때문에 표류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는 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때에만 서로 체결하는 조약이다.

    FTA는 경제조약, 목적은 경제적 이익, 만약 이익이 없다면?

       
    ▲ 지난 3월 3일 김중훈 한미FTA 협상단 수석대표가 한미FTA 협상의 공식 출범을 선언하고 있다(사진=참세상)
     

    물론 이 때의 이익에는 직접적 이익만이 아니라 간접적 이익까지 모두 포괄될 수는 있다. 그건 부정하기 어렵다. 한칠레 FTA는 경제적 이익보다는 우리나라도 FTA를 체결한다는 상징적인 측면이 더 큰 조약이고, 지금 추진되는 한-싱가포르 FTA 역시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보다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적 상호관계가 더 중요해서 추진되는 조약이기는 하다.

    그렇다면 한미 FTA는 어떤 성격의 조약인가? 물론 명백히 경제조약이다. “이익이 클 것이다”는 것이 명백한 이유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다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익이 크다”는 데에는 기술적 검토가 필요한데, 현재 이 기술적 검토를 했던 시도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돌렸던 씨지이(CGE)라는 이름을 가진 모델 결과가 유일하게 주어져 있다. 여기에서 나온 공식 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숫자의 일부만을 보여주는 요약보고서가 제시되어 있는데, 간단하게는 무역은 5조원 정도 손해를 볼 것이지만 ‘단기’에는 8.5조원 그리고 ‘장기’에는 결국 27조원만큼 GDP가 증가하게 된다고 되어있다.

    경제적 이익 계산한 유일한 모델 아직 미공개

    그렇다면 이 숫자를 보고 한미 FTA가 경제적 이익이라고 해석하는데에 기술적 문제점은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장기’라는 가정은 기술조건과 물질조건 등 단기에는 해소되지 않는 균형의 문제가 장기에는 해결될 것을 전제하고 있으며, 그런 면에서 이 장기라는 조건 속에는 뭔가 이해되지 않는 ‘추가 메카니즘’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변수는 자본생산성의 증가 혹은 노동생산성의 증가라는 형태로 대개는 들어가는데, 제일 쉬운 방식은 생산성이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약간의 변화가 있다는 가정을 주면 숫자를 높이기에 편하다.

    정태인씨가 모델 작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정태인 인터뷰③ 참조) 장기 조건에서 1% 정도 높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만약 진짜라면 대체적으로 단기에서 실제 이익이 있을지 아니면 장기에서 이 규모의 이익이 있을지는 불투명해진다. 그렇지만 여전히 모델 내에서 무역적자 5조원은 변하지 않는다.

    약간 전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CGE 모델 내에서의 1~2%에서의 변화는 의미 있는 숫자라고 얘기하기는 어렵고, 이 모델의 결과치만 놓고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이 있다고 말하기에는 좀 ‘약한’ 숫자이다. 그런데 그나마 이 과정에도 보통 모델작업자들이 ‘마사지’라고 표현하는 작업이 있었다면 이걸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기술적 결론은 한미FTA 경제적 이익 발생 어렵다는 것

    기술적으로만 얘기하자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모델 작업에 조작이 있었든 혹은 없었든 이 결과물 자체가 경제적으로 무조건 한미 FTA가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는 것이다. 보통은 ‘민감도 분석(sensitivity test)’라고 부르는 의도적으로 몇 개의 변수에 수치를 바꿔보는 작업을 하는데, 이 정도의 범위라면 연구원 측이 혹시 했을지도 모르는 +1의 가산치를 -1로 바꿔서 다시 모델을 돌려본다면 약간 손해를 보거나 별로 경제적 영향이 없는 수치가 나올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모델 작업 자체는 민감도 범위 내에 있는 수치이고, 연구소처럼 한미 FTA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가설을 선택하지 않고 보수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을 한다면, 같은 연구소의 같은 모델에서 전혀 반대의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한미 FTA에 대해서 급격한(radical) 캘리브레이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생각만큼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이 모델에 대한 해석일 것이다.

    기술적인 결론으로는 한미 FTA에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이다. 예측 모델을 바꿔 구조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시스템 다이나믹스에 의한 모델링을 해본다면 개략적으로 살펴봐도 오히려 10조원에서 15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쉽게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 변수 반영한 모델 돌리면 10조-50조 손실 결과도 도출 가능

    CGE 모델에서 반영되지 않은 서비스 업종 중의 도시자영업의 몰락과 농업의 50% 몰락에 의한 도시빈민층의 형성과 이에 따른 공공지출의 증가 혹은 교육 시장의 붕괴에 의한 30% 정도의 현재 교육인력의 빈곤층 유입 정도만을 모델에 반영하더라도 결과는 최소 10조에서 크게 잡으면 50조원 정도의 경제적 손실이 경제 모델링에서 도출될 수 있다.

    정태인씨가 얼마나 모델링에 정통한 경제학자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미 FTA가 IMF 이상의 경제위기일 수 있다고 하는 말은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다. 만약 다양한 구조적 변화에 의해서 생겨나는 경제적 손실이 50조원 정도를 넘어가면 대체적으로 이 해의 경제성장률은 0% 정도가 되는데, 해방 이후에 0% 성장이 있었던 것은 79년 공황과 97년 공황의 딱 두 번이었고, 이 때 97년 공황이 실제로 0%를 넘어 마이너스가 된 적이 있었는데, 이걸 편의상 사람들은 IMF 경제위기라고 부른다.

    기술적으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CGE 모델과 똑같은 원자료를 집어넣고도 별도의 자료 ‘마사지’ 없이도 ‘작동 메카니즘’만 수정한다면 IMF 혹은 그 이상의 경제위기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연구원은 가장 행복한 캘리브레이션을 한 셈인데, 세상이 그렇게 행복하게만 움직일지는 모를 일이다.

    2. 이 경우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의사결정체계로만 보면 현재의 상황은 간단하다. 국민 중 농민 8%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서비스 부문의 도시 자영업자들은 분명히 손해를 볼 것이고, 역시 얼마인지 모르지만 제조업의 일부와 서비스 부문의 일부는 이익을 볼 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개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부의 입장은 약간 이익을 본다는 것이고, 엄격하게 기술적으로만 말하면 모델만 가지고는 알 수 없다는 것이 보다 객관적일 것이고, 경제학자로서의 내 개인적인 소신을 밝히라고 하면 손해가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이다.

    객관적 수치보다 ‘감’에 따른 주장밖에 할 수 없어

    그러나 현재로서는 누구도 ‘객관적’인 수치를 댈 수는 없고, 다만 ‘감’과 ‘방향’에 대해서만 어렴풋이 주장할 수 있을 뿐이다. 현 상황에서는 객관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어떤 경제학자도 명확하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불행하게도 이게 경제 모델의 속성이다. 만약 정확하게 답을 해줄 수 있는 경제모델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세계경제에 가난한 나라가 존재할 것인가? 같은 문제이다.

    최근에 미국과 FTA를 체결한 스위스의 사례를 보면 두 번 협상을 엎었다. 그리고 농업과 수공업에 대한 일부의 양보를 얻어냈다. 작게 보면 공무원과 공무원 사이의 협상이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한 체계와 다른 체계 사이의 조율을 하기 위한 협상과정이기도 하다.

    자국 국민 대변하려는 미국 공무원 vs 자국 국민 대변 못하는 한국 공무원

    현재의 문제는 미국의 산업과 국민을 대변하려는 미국 공무원에 비해서 한국의 산업과 국민을 대변해야 하는 한국 공무원들이 제대로 혹은 진짜로 대변하고 있는가가 진짜 문제이다. 사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만약 한미 FTA가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여기에서 약간의 희생이 존재하지만 이 사람들은 좀 참아야 하고 정부에서 나름대로 대책을 세울 테니 기다리고만 있으면 적절하게 보상이 될 것이라면 사실 한미 FTA는 더 깊게 고민할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혹은 중앙 언론에세 말하고 경제계의 리더들이 힘주어 말하듯이 이게 선진국으로 가는 마지막 도약인데, 이걸 해석하자면 “다들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그렇다면 한미 FTA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특정 집단의 발목잡기에 다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좀 사정이 다른 것이, 이익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그 효과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잘 설득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대체 보통 ‘국가’ 가끔은 ‘민족’이라고 부르는 이 특별한 결정단위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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