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핵화와 체제 안전,
    북미회담 기대·우려 섞여
    정상회담 성사 여부부터 회담 결과까지 불투명···한국 정부 역할 중요
        2018년 03월 12일 02: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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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승낙한 것과 관련해 미국 언론과 정치권 등의 비판과 회의론을 일축하며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문타운십에서 열린 하원 보궐선거 지원유세에 앞서 기자들에게 “북한은 아주 잘 할 것이고, 나는 우리가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북한)은 그(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 미사일을 쏘지 않을 것이며 비핵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래서,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도 “북한은 2017년 11월 28일 이후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고 우리들과의 만남이 이어지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그들이 그 약속을 존중할 것으로 믿는다”며 북한의 의도에 신뢰를 밝혔다.

    트럼프의 개인적 스타일이 정상회담 결정에 역할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결정이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자신의 정치적 성과로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연호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2일 오전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북미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의 전기가 마련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될 순 있다”며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의를 받아서 그냥 갖고 있기보다는 대통령 자신의 외교적 성과물로 과시하기 위해서는 곧바로 수용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 이런 전략적인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성향이나 의사결정 스타일이 이번 정상회담 결정에 한몫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승낙 결정에 대한 비판과 회의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많이 나오고 있는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굉장히 큰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부 대화론자들까지도 과연 북미 정상회담이 5월에 열릴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잘만 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외교안보지형을 바꾸는 그런 중대 합의가 나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회담이 불발로 끝나거나 회담장에서 김정은, 트럼프 두 사람이 격돌해서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면 오히려 북미관계가 순식간에 위기로 치달을 것이라는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많다”고도 했다.

    또한 “북한이 클린턴 행정부 말기 때부터 지난 20년 동안 미국과 정상회담을 줄곧 바라왔고, 김정은 제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라며 “(그런데 트럼프가 북한에) 선물을 너무 쉽게 줬다, 양보를 미리 받아내지 않고 (회담을 승낙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결정은 미국 뿐 아니라 국내 대북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 제안은 예상을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토록 빨리 대답을 하고 반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했던 그동안의 조건들을 (북한이) 충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이번에는 정상회담 성과가 나올 거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별도 메시지의 내용과 관련해선 “아마 웜비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사과와 억류 미국인에 대한 석방 문제, 향후 인권 개선 노력을 약속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 가능성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친서를 읽자마자 북미 회담을 전격 수락한 행보를 봤을 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 행보를 보면 평양 방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최근에 나온 얘기로는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줄 선물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면 워싱턴 초청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줄 수 있는 확실한 선물은) 완전하고 비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라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면 그에 따라 장소도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핵화의 대가는 체제 안전 보장

    미국을 상대로 북한이 어떤 요구를 할지도 주목된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건 아무래도 체제 안전 보장이다. 체제 안전 보장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당분간 미국이 해답을 내놔야 한다”며 “7.4 공동성명 이후에 72년도에 남북조절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일종의 남북연합에 대한 초기 단계라 볼 수 있는데, 이번에도 만약에 남북연합의 초기 단계의 내용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이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북한이 평화체제 보장을 뛰어넘어 일국양제의 형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국양제나 이런 형태로 해서, 그러니까 만약에 남북이 사실상 대외적으로 하나의 국가적 모습을 띄게 되면 북한이 우려하는, 미국에 의한 공격이라든지 또 핵 부분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과 충분한 논의 없이 수락한 만큼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 성사되기까지 우리 정부의 ‘중재의 외교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영철 서강대 교수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까지는 조금 시간이 있어야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간단계를 뛰어넘어서 본게임으로 향하는 방식의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백악관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즉석에서 수락한 상황”이라며 “북미 간에는 언제 어디서 회담을 할지, 어떤 의제로 회담을 진행할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우선 북미간 실무회담 또 특사 파견 등 정상회담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접촉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북미간) 밀고 당기기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백악관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서 먼저 뭔가를 보여줘야 하고 그래야 진정성을 확인하고 회담을 할 수 있다’. 이는 회담을 앞두고 확실한 것을 북한에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또 북한도 노동신문을 통해서 미국의 제재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고, 자신들은 어떤 상황에도 준비되어 있다는 사설이 실리고 있다”며 “이처럼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직전까지 서로가 기싸움을 계속 벌일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정말 중재를 잘하는 외교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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