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기지 재편 한일 공동대응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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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07일 05: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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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호 편집장께

    오늘 도쿄는 맑게 개인 하늘 너머, 가까운 공원에는 벚꽃도 활짝 피어올랐습니다. 이런 상쾌한 아침에는 눈을 떴을 때, 창에서 쏟아지는 투명한 햇살을 받으며 ‘오늘은 신이 준 하루’구나 하는 감사의 기분이 솟아납니다.

    서울은 어떤지요. 이 편집장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계시지는 않는지요.

    <레디앙>의 오픈을 축하합니다.

    일본에서도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 언론은 더욱 더 관료화하고 보수적으로 변해 저널리즘의 기본인 권력 비판이나 정부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지 못한 형편입니다. <레디앙>과 같은 시민의 편에 선 미디어는 민주주의 성숙에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얘기 한국독자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이제 저는 이 편집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일본의 다양한 사건을 한국의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서로 많은 논의 속에서 대화와 사고를 깊게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주일미군 재편을 둘러싼 움직임에 대한 보고입니다.

    이 편집장도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이즈미 정권은 한번도 미국에 대한 전면적인 종속을 ‘수치’라고 여기는 일이 없습니다. 그에게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 강화야말로 모든 외교 정책의 기본입니다. 자기 이념이라는 것이 없는 정치가에게 주도되는 국가만큼 위험한 것은 없지요.

    고이즈미 정권은 지금 미국의 요청에 따라 주일미군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일미군의 재편은 아시아에 있어서 미국의 군사 전략을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전쟁 가담 방식과 시민사회의 저항

    일본은 역사적으로 한국 전쟁이나 베트남 전쟁 등의 군수 경기를 경제 성장의 계기로 삼아왔습니다. 일본 자신은 직접 군대를 보내지 않았지만 미국을 전면 지지하는 방식으로 전쟁에 가담해 왔다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미 추종 외교에 대해서 시민사회도 입 다물고만 있던 것은 결코 아닙니다. 미군 재편 문제도 전국 각지에서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미 항공모함 탑재기 부대의 수용 여부를 묻는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니(岩国)시의 주민 투표였습니다. 이와쿠니에는 해상 자위대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미 해병대 기지가 있습니다. 미일정부는 여기로 함재기 57대와 미군 1,600명을 옮긴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미군 이전 계획은 현지 시민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는 채 상층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주민들은 ‘계획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계획의 변경은 없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이 최후의 방법으로 “주민투표로 찬반을 묻는다”고 제안한 것입니다.

    일본판 주민 투표 압도적 다수 87%가  ‘미군 거부’

    주민투표는 지난 3월 12일 진행됐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미군 이전 반대가 87%로 압도적 다수의 시민이 ‘미군거부’라는 의사 표시를 했습니다. 투표율은 58%로 찬성파 중에서 투표 불참을 호소한 사람이 많았다고는 해도 주민의 반대 의사는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주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법에는 시당국이 투표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나와 있을 뿐입니다. 정부는 “기지나 원자력 발전 등 국책과 관계된 문제는 주민투표에 부치지 않는다”고 반박해 왔습니다. 그러나 주일미군 기지를 강제로 떠맡은 지역이 많은 희생을 강요당해 온 현실을 보면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국가의 정책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주일미군 기지의 75%가 집중돼있는 오키나와(沖縄)의 주민들도 이 주민투표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오키나와에서는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의 이전 문제로 수용을 강요당한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와쿠니의 주민투표 결과로 인해 ‘미군기지 반대의 물결’은 오키나와뿐만 아니라 카나가와(神奈川), 도쿄(東京) 그리고 미군기지 피해로 괴로워하는 다른 지역으로 확대 되겠지요.

    일본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기지 이전 문제는 미일합의에 따라 일본이 책임지고 해결해 주기 바란다”며 조속한 해결을 재촉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3월중으로 이전계획의 최종보고서를 제출하려고 했습니다만 이미 큰 폭으로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와쿠니의 주민투표는 국가 정책에 대한 ‘반대’를 들이민 것으로 굴욕적인 대미정책을 추진하는 고이즈미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군의 기지가 존재하는 아시아에서의 미국 군사 전략의 요충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북한과 군사적 긴장을 풀 수 없는 한국은 일본과는 미군에 관한 생각이 다를지도 모릅니다. 정치적 거리를 두면서 어떻게 미국과 관계 맺을지에 대해서는 한일간의 입장 차이를 고려하면서 앞으로 토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울은 아직도 쌀쌀한 날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006년 4월 5일, 쾌청한 하늘의 도쿄로부터 노나카 아키히로野中章弘
    (번역: 장석원 기자)

    *노나카 대표는 53년 태어난 일본 저널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이다. 그는 87년 아시아 독립저널리스트 집단인 ‘아시아 프레스’를 만들어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제 3세계 문제를 취재해 신문, 잡지, TV에 발표하고 있다. 그는 "저널리스트로서 일본이 전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비판하고 중지시키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한일 양국과 아시아 문제에 대한 글을 <레디앙>에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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