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
미세먼지의 정치생태학
[에너지정치칼럼] We Walk 캠페인
    2018년 03월 12일 10: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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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치앙마이에는 도이수텝이라 불리는 사원이 있다. 치앙마이에 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한 번씩은 들른다는 도이수텝 산꼭대기에 위치한 황금빛 불교사원이다. 그런데 매년 2~3월이 되면 이 사원은 새로운 기능을 하나 갖게 된다. 바로 대기질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간편한 지표가 되는 것이다. 시내에서 도이수텝 산을 봤을 때, 산과 하늘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꼭대기에 작게 보이던 도이수텝 사원이 보이지 않으면, 그날 초미세먼지 지표는 ‘매우 나쁨’ 또는 ‘건강에 굉장히 유해함’ 수준을 기록한다.

3월 9일 치앙마이대학교 캠퍼스에서 바라 본 도이수텝 산 ⓒ유예지

이제는 한국에서도 굉장히 일상화된 미세먼지 문제라 그리 놀랄 것도 없을지 모르지만, 치앙마이의 초미세먼지 수치(PM2.5)를 들여다보면 실내에 있어도 숨이 절로 막혀온다. 이번 달 들어서부터는 매일 180~200㎍/㎥을 기록해왔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가 24시간 평균 25㎍/㎥, 연평균 10㎍/㎥을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고 한국의 경우 50㎍/㎥을 넘으면 대기질을 ‘나쁨’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방콕에서도 초미세먼지 수치가 90㎍/㎥까지 올라 일부 학교가 휴교를 하고 언론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앞 다투어 보도했는데, 그 두 배가 넘는 수치라니. 며칠 전 마스크도 아닌, 말 그대로 방독면을 쓰고 있는 사람을 보았는데 웃을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 이 미세먼지들은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그동안 여러 요인들이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우선 자동차와 오토바이, 썽태우라 불리는 빨간색 트럭택시 그리고 뚝뚝 등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이다. 치앙마이에는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대부분의 현지 사람들은 자가용이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관광객들은 대절한 대형버스나 트럭을 개조한 빨간색 썽태우, 뚝뚝을 이용하는데, 이 오래된 차들은 눈에 보일 정도로 시꺼먼 매연을 뿜고 다닌다.

또한 치앙마이의 지리적 위치, 계절적 특징도 미세먼지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치앙마이에 초미세먼지가 집중되는 2~4월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기인데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지형으로 인해 대기 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이 시기에 집중되는 화전에 있다. 동남아 전통적 방식의 화전은 이동경작shifting cultivation을 동반하여 숲에 불을 지르고 땅을 고른 후 작물을 재배하다 땅의 지력이 다하면 다른 토지로 옮겨가고 5-6년이 지나면 다시 돌아와 이전의 땅에서 경작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고정된 지역에서 매년 새로운 경작을 시작하기 위해 수확이 끝난 기존의 작물을 태우는 형식으로 화전을 이용하고 있다. 그 결과 매년 이맘때쯤이면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하여 초미세먼지를 ‘매우 나쁨’ 수준까지 치솟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 이 화전을 하는 농민들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데 단순히 그 농민들을 비난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살펴봐야한다. 1980년대 중반 영국의 지리학자 피어스 블레이키(Piers Blaikie)는 환경문제를 과학적, 그리고 기술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던 기존의 관점을 비판하며 환경문제는 한 사회의 권력관계 및 정치경제적 구조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정치생태학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당시 히말라야 지역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던 토양침식 문제의 주범으로 고산지대의 농민들이 지목되었고 많은 학자들이 교육을 통해 그들의 농경방식은 물론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레이키는 농민들이 그 지역에서 농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추적하는데, 히말라야 지역에서 영국의 식민지배가 시작되면서 목화나 차 플랜테이션이 조성되었고 식민세력으로부터 땅을 빼앗긴 농민들이 산지로 가 농사를 짓게 되면서 토양침식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는 점을 밝힌다. 결국 표면적으로 나타난 문제의 이면에는 식민주의의 토지수탈과 자본주의적 팽창이라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현재 치앙마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기오염 이슈도 정치생태학적 관점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화전은 대부분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장에서 이루어지는데, 농민들은 태국 최대 식품 및 유통기업 CP(Charoen Pokphand)와의 계약농업을 통해 옥수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옥수수는 재배기간이 4개월로 짧은데다 CP가 종자와 비료를 제공하고 수확한 옥수수까지도 보장된 가격으로 전량 수매를 해주니 CP와의 계약을 통해 옥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옥수수는 CP기업의 가축 사료로 대부분 사용된다.

치앙마이의 연무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최근 몇 년 간 치앙마이 지방정부는 태국 북부 산간지역과 농업지역에서 3월부터 4월까지 50여 일간 화전을 금지하는 지방자치법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CP의 옥수수 계약농업은 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얀마와 라오스에서도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치앙마이의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에는 실효성이 없는 상태이다. CP는 여전히 연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치앙마이의 경우에도 블레이키가 지적한 바와 같이,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이라는 환경 문제 뒤에 거대기업의 상업적 농업, 느슨한 환경규제를 찾아 주변국가로 이동하는 공간적 조정(Spatial fix)이라는 정치경제적 문제가 숨어있는 것이다.

2018년 태국 시민사회의 We Walk 캠페인 ⓒPeople Go Network

결국 환경문제는 기술적으로만 접근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그 사회의 정치경제적 구조, 권력관계, 세계화와 지역주의의 영향까지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왔지만 정책결정자들의 인식은 아직 과거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태국 시민사회의 움직임이다. 태국 시민사회는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해 매년 선거를 연기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군부정권을 비판하며 올해 초부터 “We Walk”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포함하여 국민들의 권리와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방콕에서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구체적인 쟁점으로 복지 증진, 농민들의 생계 개선, 생태계 및 천연자원 보호를 주장하며 민주적 정치구조가 실제 국민들의 삶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미세먼지가 치앙마이의 도이수텝 산을 가리고 있듯이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태국 시민사회의 노력이 미세먼지를 걷히게 할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필자소개
태국 치앙마이대학교 사회과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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