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주년 3·8 세계여성의 날
미투·위드유, 성차별·여성혐오 맞서자
광화문광장서 민주노총 전국여성노동자대회 개최
    2018년 03월 08일 06: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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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주년을 맞은 3.8 세계여성의 날은 ‘#미투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서울 도심 곳곳에선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조직 내 만연한 성차별, 성폭행에 싸우고 연대를 다짐하는 집회와 행진, 선전전 등이 줄을 이었다.

민주노총이 8일 오후 2시 광화문광장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광장에 모인 조합원들은 “미투”를 외치고 “위드유”로 답하며 성평등 사회를 위한 투쟁을 결의했다.

3.8 세계여성의 날 민주노총 여성노동자대회(이하 사진은 유하라)

민주노총은 “우리는 성폭력 피해를 말하기 시작한 모든 당사자들을 지지한다”며 “민주노총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과 성차별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성평등 사회를 위한 조합원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폭력 피해자와 목격자가 안전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하는 반성폭력투쟁 조직,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대한 현장투쟁 조직, 평등임금 쟁취 등을 약속했다. 또 정치영역에서의 여성의 과소대표성이 여성 차별을 낳고 있다며 올해 지방선거에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장시간노동, 성별 임금격차 등을 언급하며 “110년 전 여성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는 여전히 완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차별이 누적돼 여성들의 삶을 더 참혹하게 만들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미투 운동의 확산은 개인적 피해 넘어 구조적 차별, 일반 노동현장에서 겪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임을 확인하게 된 계기”라며 여성혐오에서 기인하는 성차별, 성폭행에 연대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선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OSG노조 등 6개 노조가 성평등 모범 조직상을, 최현희 전교조 초등강동지회 조합원 등 3명이 성평등 모범 조합원상을 각각 수상했다.

최현희 조합원은 수상자 대표 투쟁발언을 통해 미투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환기하며 일상에서의 미투운동을 이어가자고 밝혔다.

최 조합원은 “진정한 미투운동에 대한 지지는, 단지 가해자를 규탄하고 피해자를 안타까이 여기는 방관자적이고 시혜적 태도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강간 문화, 일상의 여성혐오를 성찰하고 자신과 주변부터 바꿔나가겠다는 결심과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최 조합원은 학교 내 성차별적 교육현실을 고발하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었다. 이 청원글은 하루 만에 12만 명의 청원을 받고 20만 명을 넘길 만큼 많은 지지를 받았다.

민주노총 조직 내 벌어진 성폭력 사건, 2차 가해에 대한 고발도 이어졌다.

최 조합원은 10년 전 벌어진 민주노총 간부의 전교조 여성 조합원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민주노총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조직적인 2차 가해를 방조하고 비호했던 당시 전교조 위원장은 국회의원을 거쳐 현재 경기도 교육감 후보에 출마 선언했다”며 “지금이라도 지난날의 과오를 바로잡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전교조는 전 위원장의 후보 사퇴를 조직의 입장에서 밝혀달라”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을 은폐한 당시 전교조 전 위원장은 정진후 정의당 전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은 현재 경기도교육감 출마를 선언했다. 최 조합원은 정진후 전 의원에 대해서도 피해자 지지모임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교육감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진후 예비후보는 성폭행 사건 2차 가해자를 비호한 것으로 유인물을 배포한 5명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정 후보는 “당시 사건 피해자를 기만하거나 2차 가해자 옹호 사실이 없다”며 “당시 사건과 관련해 열린 전교조 성폭력징계위원회와 성폭력징계재심위원회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관여할 수도 없었는데 내가 관여한 듯 과장되고 거짓된 사실이 지속적으로 유포돼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같은 장소에서 오후 3시부터 한국여성민우회 등 13개 노동·정당·시민·여성단체들이 공동 기획한 ‘3시 스톱(STOP) 조기퇴근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에 참석하지 못한 여성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의미로 정각 3시 휴대폰 알람 울리기 행동이 이어지기도 했다.

3시 스톱 조기퇴근 시위는 100대 64라는 남녀 임금격차 현실을 꼬집는 행사다. 남녀 모두 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 하루 8시간 일하지만, 남녀의 임금격차를 따져 보면 여성 노동자는 오후 3시부터는 사실상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위에 참가한 경희대 페미니즘학회 ‘여행’의 박희원씨는 취업준비부터 직장에 다니기까지 곳곳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벌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박 씨는 “면접을 보면 ‘남자친구가 있냐’, ‘결혼은 언제 하냐’, ‘아이는 언제 가질 거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최근에 들은 가장 황당한 면접 질문은 ‘아이 학예회와 상사 호출이 겹치면 어디 먼저 갈 거냐’는 질문이었다. 대답을 잘못하면 가차 없이 탈락된다. 남자라도 이런 질문들을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가스안전공사 등에선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키기 위해 고의로 면접점수를 조작한 일도 있었다”며 “이쯤 되면 남자인 게 스팩이라는 게 우스갯소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전국 70여개 대학생 단체가 연합한 ‘3.8 대학생 공동행동’은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직장·대학 내 성폭력 근절”, “권력형 성폭력 근절”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고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했다. 아울러 이날 저녁 7시 홍대입구역에선 불꽃페미액션,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전교조 여성모임 등이 공동주최하는 ‘#METOO & #WITHYOU’ 퍼레이드가 열린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미투운동 연대 입장을 밝히며 조직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내고 “우리 사회는 ‘#me_too’ 운동을 통해 더 성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며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에 동조하고 침묵으로 반복되던 야만의 시대를 종식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이 기울일 때”라고 밝혔다.

특히 김 대변인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행 의혹을 의식한 듯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용기 있는 피해 여성들의 외침이 그 어떤 불이익과 2차, 3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 차원의 노력을 배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미투 운동은 단순히 개인의 피해를 고발하는 차원이 아닌 사회적 변혁을 지향하는 시대적 정신이다. 이를 계기로 사회적 전반의 성찰을 통해 비뚤어진 성의식을 바로 잡아나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부당한 권력구조에 맞선 여성들의 용기 있는 고백을 끝까지 응원하고 지지하며 또 지켜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미투운동이 확산되자 일부 남성들이 들고 나온 ‘펜스룰’을 언급하며 “‘펜스룰’까지 유행처럼 확산되는 것은 결코 미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올바른 대응이 아니며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큰 장애가 된다”면서 “위드유를 외치면서 ‘펜스룰’을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당내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발표하고 이윤택 처벌법 등 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 역시 국회 브리핑에서 “미투의 본질은 성폭력을 가능하게 했던 성차별적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라며 “이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동등한 권리이다. 그럼에도 미투의 대응으로 여성을 아예 배제하는 ‘펜스룰’이 얘기 되는 것은 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여성들이 더 이상 미투를 외치지 않아도 될 세상이 오길 바란다”면서 “여성들의 목소리에 의구심을 품을 것이 아니라, 당장 피해자 보호 대책과 일상에 만연한 ‘신종3대여성폭력’(데이트폭력, 스토킹폭력, 디지털성폭력)을 막기 위한 방안들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최근 ‘미투(Me-too)’ 운동과 함께 일고 있는 용기 있는 증언들에 다시 한 번 지지를 보낸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 삶의 터전에서 분투하는 여성 여러분의 안전과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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