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깽깽이풀’ 이름의 유래
    [푸른솔의 식물생태] 어원을 찾아
        2018년 03월 08일 10: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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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깽깽이풀이란?

    깽깽이풀< Plagiorhegma dubium Maxim.1859)>은 매자나무과 깽깽이풀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초본성 식물이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자라고 산골짝의 중턱 이하에서 습윤하고 반그늘이 지는 지역을 좋아한다. 꽃은 중부 지방을 기준으로 4월 초순경에 개화하고, 원줄기가 없다. 원뿌리는 단단하며 잔뿌리가 많고 땅속줄기(지하경)가 옆으로 자라며 땅속줄기에서 여러 잎이 나온다.

    열을 내리고 해독작용이 있어 예로부터 한약재로 사용하여 왔다. 꽃이 아름다워 식물원에서는 관람 목적으로 대개 깽깽이풀을 식재한 곳이 많고, 인공 번식에 성공해서 야생화를 취급하는 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나, 자생지에서 깽깽이풀을 관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국립수목원은 깽깽이풀을 희귀식물(위기종)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다.

    깽깽이풀 새싹

    깽깽이풀의 꽃

    깽깽이풀의 꽃

    깽깽이풀의 잎

    깽깽이풀의 열매

    깽깽이풀의 뿌리(사진 촬영 후 다시 식재함)

    2.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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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effersonia dubia Benth. et Hook.タッタサウ (イトマキグサ)

    Gaenggaengipul 깽깽이풀 朝黃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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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이 최초로 기록된 곳은 일제강점기에 저술된 조선식물향명집(정태현외 3인, 1937)이다.

    여기에 기록된 학명 중 속명 예페르소니아(Jeffersonia)는 미국의 대통령인 Thomas Jefferson를 기념하기 위하여 유래된 이름이고, 종소명 두비아(dubia)는 잎이 반으로 접혀져 올라오는 모양을 말하는 것이니 ‘깽깽이풀’이라는 이름과 관련이 없다.

    중국명은 鲜黄蓮(xian huang lian)인데 여기서 ‘鮮’은 곱다는 의미 또는 조선(朝鮮)의 의미이므로 곱거나 조선에서 나는 黃蓮(황련)이라는 뜻이고, 일본명 タツタサウ(竜田草)는 일본군함 용전(竜田)호의 승무원이 중국에서 최초 발견하였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니, 이것도 깽깽이풀과는 관련이 없다.

    3. 깽깽이풀의 유래에 대한 여러 주장들

    이름이 다소 난해하다 보니, 그동안 여러 주장들이 있어 왔다. (1) 농번기에 홀로 한가롭게 꽃을 피운다고 하여 깽깽이(깽깽이는 악기 해금을 비하할 때 쓰이는 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견해가 있었고, (2) 깽깽이걸음이 깨금발의 뜻이니, 개체가 덤성덤성 나는 모양이 깨금발을 뛰는 것과 같다거나, (3) 심지어는 깽깽이가 개가 우는 소리를 뜻하니 개가 먹고 내는 소리라는 주장까지 있었다.

    ​흔히 이런 유형의 해석방법을 민간어원설이라고 하는데, 민간어원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름이 형성된 시기의 언어와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그 식물과 맺은 관계를 생략하고 오로지 현재의 언어로 현재의 시각에서 해당 식물을 파악함으로써 그 역사성을 사상하는 것에 있다.

    민간어원설이 횡횡하는 것은 식물명이 공통의 언어를 가진 사람이 식물과 맺어온 관계를 서술하는 역사라는 것을 망각한 것에서 비롯된다.

    4.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단서 (1) : 깽깽이풀의 옛이름

    깽깽이풀은 한약재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약재이름으로 한자어로 표기된 경우와 한글명으로 현재의 깽깽이풀과 유사한 이름으로 기록된 것이 있는데, 먼저 한자명으로 표기된 것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黃蓮(조선왕조실록, 1401)
    – 黃連/ᅘᅪᆼ련(구급방언해, 1466)
    – 黃連/ㅎ.ㅏㅇ련(구급간이방언해, 1489)
    – 黃連(동의보감, 1613)
    – 黃連(산림경제, 17??)
    – 黃蓮(청장관전서, 1795)
    – 黃連(물명고, 182?)
    – 黃連(방약합편/1884)

    다음으로 깽깽이풀과 비슷한 한글이름으로 기록된 문헌은 아래와 같다.​

    – 조선식물명휘(1921) : ᄭᆡᆼᄭᆡᆼ이입
    – 조선산야생약용식물(1936) : ᄭᅢᆼᄭᅢᆼ이닙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15세기부터 조선왕조실록과 동의보감(1613)을 비롯한 각종 문헌에서 등장하는 이름이지만 그 명칭은 한자어 黃蓮(황련) 또는 黃連(황련)으로 표기되었다. 구급방언해(1466)과 구급간이방언해(1489)에 한글 표기가 있지만 이는 ‘ᅘᅪᆼ련’ 및 ‘ㅎ.ㅏㅇ련’과 같이 한자어를 음독하여 한글로 표시한 것에 불과하였다.

    일본인 모리 다메조(森爲三)가 저술한 조선식물명휘(1921)는 조선총독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식민지배의 기초 정보 확보를 위해 조선인이 부르는 식물이름을 기록한 것이므로 민간에서 실제 사용했던 이름을 기재한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조선산야생약용식물(1936)은 조선인 정태현 박사가 일본인 하야시 야스하루(林泰治)와 함께 공저한 것으로 약용식물을 정리하였는데, 정태현 박사도 민간에서 실제 사용하였던 이름을 우리의 식물명으로 하고자 하였으므로 이 역시 민간에서 사용한 이름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옛 문헌에는 나타나지 않는 이름이 일제강점기 문헌에 반영된 경우 대개 이러한 한글이름은 조선후기에서 일제강점기 초기에 형성된 것이다.

    <ᄭᆡᆼᄭᆡᆼ이입/ ᄭᅢᆼᄭᅢᆼ이닙>을 현대로 고치면 ‘깽깽이입’ 또는 ‘깽깽이닙’이다.

    이 이름은 당시 언어를 추적해 보면 ‘깽깽이’+’입’이 합성된 것인데, 그 해석은 그 이름이 형성된 시기를 추적해 보아야 대충의 윤곽이라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름이 채록된 시점으로 돌아가 ‘깽깽이’가 무엇이고, ‘입’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것으로 귀결된다.

    단서 (2) : 황련이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黃蓮(황련) 또는 黃連(황련)은 한약재로 소개되어 중국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런데 왜 노랗다는 의미의 黃(황)이 들어가고 연꽃이라는 의미의 蓮(연)이나,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의 連(연)이 들어가는 걸까?

    일제강점기에 조선과 중국의 한방식물을 연구한 이시도야 츠토무(石戶谷勉)가 저술한 조선한방약료식물조사서(1917)에 황련에 대하여 ‘地下莖, 根ヲ 黃蓮 又ハ 朝黃蓮 稱シ’(지하경, 뿌리를 황련 또는 조황련이라 칭한다)라고 기록하였다. 즉, 깽깽이풀은 해를 거듭하여 성숙하면 땅속줄기(지하경)가 자라면서 두터워지고 이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이것이 노란색이고 이 노란색의 땅속줄기(지하경)로 무성번식을 한다. 이것을 연결된다는 뜻 또는 연꽃을 닮은 것으로 보아 黃蓮(황련) 또는 黃連(황련)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뿌리(지하경)를 옛부터 중요한 약재로 사용하였고, 황련이라는 한약명은 뿌리(지하경)에서 왔다는 것이다.

    단서(3) : 깽깽이풀은 무슨 맛일까?

    – 허준이 저술한 동의보감(1613)은 黃連(황련)에 대하여 ‘性寒, 味苦, 無毒’(성질은 차고, 맛은 쓰며, 독은 없다)라고 기록하였다.

    – 실학자 이덕무가 저술한 청장관전서(1795)는 ‘種種世味 皆苦蔘黃連熊胆矣’(갖가지 세상 재미가 모두 고삼(苦蔘)ㆍ황련(黃連)ㆍ웅담(熊膽)처럼 쓰다)라고 하여 그 쓴맛을 고삼과 웅담과 유사하는 것으로 기록하였다.

    맛이 아주 쓰다는 것이고 그 정도가 식물 고삼과 웅담(곰쓸개)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뿌리나 땅속줄기(지하경)을 잘라 맛을 보면 그 쓴맛이 쓴식물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고삼이나 용담에 버금간다.

    단서 (4) : 깽깽이풀은 옛날에도 희귀한 식물이었을까?

    ​깽깽이풀은 옛날에는 흔했는데 남획으로 인하여 희귀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일까?

    옛날에는 현재처럼 멸종위기종 식물이나 희귀식물을 따로 분류하여 관리하지 않았으므로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이 생겼을 것으로 추론되는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에 깽깽이풀이 어느 정도 희귀했는지를 아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정태현 박사가 하야시 야스하루(林泰治)와 공저한 1936년 ‘조선산야생약용식물’이라는 책에는 당시 약용식물의 가격이 기록되어 있다. 약재의 가격은 약성이나 보관 가능성 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약재의 가격이 비싸다고 하여 반드시 희귀한 식물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산삼의 예에서 보듯이 약성이 좋다고 하더라도 쉬이 구할 수 있으면 굳이 가격이 비쌀 이유가 없으므로, 옛날이나 지금이나 약재의 가격은 그 식물의 희귀성과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다. 약재의 가격을 통해 그 식물의 희귀성을 어느 정도는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산야생약용식물에 표시된 한약재의 가격 중 몇가지를 황련(깽깽이풀)과 비교하여 보면 아래와 같다.

    – 석창포 : 1근 15전
    – 백부자 : 1근 40전
    – 삼지구엽초(음양곽) : 1근 30전
    – 조황련(깽깽이닙; 자생종 황련) : 1근 180전(대구기준)
    – 차전엽산자고(얼너지 :얼네지) : 1근 35전
    – 천마(수자해좃) : 1근 150전(대구 기준)
    – 석곡 : 1근 70전(제주에서만 생산)
    – 기생목(겨우사리) : 1근 20전
    – 하고초(제비꿀) : 1근 10전
    – 백두옹(할미꽃) ; 1근 10전
    – 고삼 : 1근 10전
    – 건칠(옷나무) : 1근 120전
    – 황기(속서근풀) : 1근 25전(대구기준)
    – 산장(꽈리) : 1근 30전
    – 사삼(더덕) : 1근 25전(대구기준)
    – 포공영(민들레) : 1근 20전(대구기준)

    황련(깽깽이풀)은 ‘조선산야생약용식물’에 실린 약용식물 중에는 제일 비싸다. 남획으로 자생지가 많이 준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 시절에도 깽깽이풀은 상당히 귀했으며 그러한 이유로 일반 백성이 쉽게 자생지에서 깽깽이풀을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즉, 일반 백성들은 식물이 귀하여 직접 해당 식물을 보지 못하고, 대체로 한의사의 처방에 의하여 약으로만 접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추론된다. 한글 이름이 형성되지 않은 채 문헌에서 한자명으로만 나타나는 것도 그러한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깽깽이’와 ‘입(닙)’은 무슨 뜻일까?

    먼저 조선식물명휘(1921)에 ‘깽깽이입’이라는 이름이 기록되었던 즈음에 저술된 조선어사전(1920)은 ‘깽깽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1) ‘孱弱者가 勞苦를 難堪하는 聲’(노약자가 수고하고 고생한 것을 어렵게 감내하여 내는 소리)
    (2) ’小狗의 鳴聲‘(작은개의 울음소리)

    불란서 선교사들이 조선어을 익히기 위해서 저술된 한불자전(1880)도 ‘ᄭᅢᆼᄭᅢ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Cri plaintif des petits chiens'(작은 개들이 구슬프게 짖는 소리).

    이에 미루어 보면 ‘깽깽이’는 작은 개의 울음 소리를 의미하는 의성어에서 사람이 아파서 내는 신음소리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게 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리고 옛말 사전을 살펴보면, ‘입’과 ‘닙’은 둘다 모두 현대어 입(口)과 잎(葉)의 의미로 다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입’ 및 ‘닙’의 입(口)과 잎(葉)의 혼용에 대하여는 남광우(1997), 고어사전, 교학사, p338, p1181 및 p1182 참조].

    깽깽이입(닙)은 깽깽이+입(닙)의 합성어인데, ‘입'(닢)은 입(口)와 잎(葉)의 의미가 모두 있으므로 먼저 잎(葉)의 의미를 가졌다고 가정을 하여 깽깽이입(닙)을 해석해 보자.

    깽깽이풀의 잎은 둥근모양에 가장자리에 결각도 그렇게 많지 않아 나름 독특한 모양을 이루고 있어 잎의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되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깽깽이와 유사한 발음이 나는 것으로 꽹과리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둥근잎이 일응 꽹과리나 그 유사한 타악기(바라 등)을 닮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꽹과리는 옛표현과 현재의 방언집을 모두 뒤져 보아도, 깽깽이로 불리워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 꽹과리의 옛표현(또는 방언) : 광쇠, 메구, 꽝쇠, 꽹매기, 꽹가리, 깽가리, 깽마구, 깽메구, 깽매기, 깽매, 깽수, 깽사, 깽생이, 깽채, 깽채미, 깐주깡이, 강세, 깡세, 캥수, 캥쎄, 캥상, 캥망, 캥세찌기, 꽹매, 꽹쇄, 꽹기미, 꽹매귀, 깽매구히, 꽝쇄, 깽깨미

    달리 ‘입(닙)’을 잎(葉)으로 해설할 방법이 없으므로, 결국 ‘입(닙)’은 입(口)의 의미로 보아야 할 듯하다, ‘입(닙)’으로 입(口)으로 읽으면 앞의 ‘깽깽이’에 노약자가 수고하고 고생한 것을 어렵게 감내하여 내는 소리라는 뜻이 있으므로 이와 조응이 이루어 진다. 즉, 깽깽이입(닙)은 ‘고통스러워 신음소리가 (나오는) 입’이라는 의미가 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깽깽이풀은 그 한글 이름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황련이라는 한자명으로 사용되었고, 뿌리(지하경 포함)을 약재로 사용하였고, 그 맛은 아주 쓴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깽깽이풀의 희귀성에 비추어 일반 백성들은 그 식물을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이 아니라 약재로서 먼저 경험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렇게 보면 깽깽이입(닙)은 뿌리(지하경)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그 맛이 아주 쓰기 때문에 입에서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의미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해된다.

    5. 결 :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의 유래

    깽깽이풀은 개화기는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기 이전인 4월 초순경이기에 농번기에 홀로 한가롭게 꽃을 피우는 식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일반 백상이 자생지에서 깽깽이풀을 쉬이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그 자라는 모습을 보고 깽깽이걸음(깨금발)을 연상했다는 것도, 개가 쉬이 먹을 수 있는 식물도 아니었기에 이러한 설명은 근거가 없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민간어원설은 깽깽이풀이 기록되기 이전의 이름인 깽깽이입(닙)이라는 이름을 이해할 수 없게 한다.

    깽깽이풀은 깽깽이입(닙)으로 기록된 이름을 식물명집(조선식물향명집)에 기록하면서 만든 이름이고, 그 이전의 깽깽이입(닙)은 그 희귀성과 약재로 사용할 때의 쓴 맛 그리고 그 이름이 채록될 당시의 ‘깽깽이’의 의미를 관찰하면, 뿌리(지하경)을 약재로 사용하는데 그 맛이 쓰기 때문에 약으로 먹으면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올 정도라는 뜻으로 추론된다. 결국 깽깽이풀은 약재로 사용하는 뿌리(지하경)에서 아주 쓴맛이 나는 식물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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