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지망월(見指忘月) 자초한 나를 자책한다
        2006년 04월 07일 09: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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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레디앙에 게재되고 있는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인터뷰] 기사와 관련해 인터뷰 당사자인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원고를 보내왔다. 원고에서 정 전 비서관은 ‘한미FTA의 위험성’이란 본래의 인터뷰 주제 대신 다른 주변적인 문제들이 중심이 되어버린 작금의 상황에 대해 곤혹스러움과 함께 자책감을 토로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이 발언한 본뜻이 전달돼  한미FTA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레디앙>은 정 전 비서관의 원고를 전문 게재한다. 다만, <레디앙>이 비보도 요구를 깼다는 정 전 비서관의 주장은 <레디앙>의 견해와 다르다는 점을 밝혀둔다. [편집자] 

    견지망월(見指忘月)을 자초한 나를 자책한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본다. 지난 3월 28일과 30일, 각각 인터넷 뉴스 레디앙,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미 27일 cbs와 한미 FTA에 관해서 인터뷰를 했고 그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27일 cbs와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전 대통령 비서관이 정면으로 대통령의 시책을 비판하고 나섰다면서 분파주의를 조장하는 조중동의 비아냥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이 있었다. 그 얘기를 하려면 한미 FTA의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건드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어느 신문도 반응이 없었고 다만 프레시안이 원문을 충실히 실어 줬다. 이것은 내가 바란 바를 100% 달성한 것이다. 프레시안은 서울경제와 더불어 유이(有二)하게 한미 FTA를 심층 보도한 신문이었고 전직 비서관이 그러한 보도를 뒷받침하는 모습이 되었으니 더 바랄 나위가 없었다.

    문제는 오마이뉴스부터 시작됐으며 그것이 내 잘못의 시작이었다. 그야말로 견지망월의 우려를 벗어난 자신감이 문제였다. 당장의 문제점, 이미 시작된 한미 FTA를 어떻게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갈 것인가보다는 누구나 가질 법한 “왜 한미 FTA가 급작스럽게 시작됐나?”에 기자들은 관심을 가졌다. 비밀스럽게 시작된 한미 FTA, 준비도 없이 시작된 그 FTA가 왜 시작됐는지에 관해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뭔가 조급했고 한건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졌을 뿐이다. 그것을 대통령의 조급증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부터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당장 ‘뉴라이트’를 자처하는 이가 배덕자라고 비난하고 나섰으며 조선은 사설에서 얼토당토않게 자주파 대 동맹파를 갖다 붙였다. 이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므로 변호사와 상의하여 고소할 뜻을 밝힘으로써(실제로 7일 변호사와 상의하여 고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일단락된 듯 보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레디앙이었다. 며칠 먼저 인터뷰 했음에도 월요일 창간이었기 때문에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 함께 보도된 레디앙의 기사에 눈길을 보낸 언론은 없었다. 그러나 내용은 심각했다. 창간호여서 그랬는지, 오마이뉴스보다 훨씬 짧게 한 인터뷰를 5회에 나누어 싣겠다는 데 제목부터 자극적이었다. 바로 전화를 해서 쓰지 말라고 한 것은 쓰지 말라고 요구했고 기자는 그 때마다 순순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비보도(이건 정말 쓰면 안됩니다)’를 요구하면서 정황 설명을 한 것이 연일 모두 실렸다. 당연히 신문들은 그 주변 정황을 제목으로 뽑았다. 어느 신문도 한미 FTA의 문제점은 관심 밖이었다.

    “386은 아는 것도 전문성도 없다”(세계일보), “정태인 ”재경부 국장쯤 되면 ‘삼성맨’ 많다“(경향신문), ”한미 FTA 성사되면 정동영의장, 대통령 안될 것“(한국일보), ”386세대가 재경부 앞잡이“… 정태인 전 비서관, 노정권 맹비난 논란(국민일보) 지금까지 나온 신문들의 제목이다. 앞으로 더한 제목과 ‘수준높은’ 분석이 이른바 ‘조중동’에서 나올 것으로 비롯된다. 하루 2시간 동안 한 인터뷰가 며칠동안 계속 됐던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할 말이 없다. 이것은 분명 내 잘못이다. 진보를 표방했다는 것과 내가 이미 알고지내던, 그신문 편집국장의 양식을 믿고, ‘비보도’를 지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여 ‘술집에서나 할 얘기’를 주변 정황으로 설명한 것은 분명 내 잘못임에 틀림없고 레디앙에 실린 문구에 대해서 아무 변명없이 책임을 지겠다. 신생신문으로서 자신을 알리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건 좌파 선정주의라고 항의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도 안다. 내 책임이다.

    그러나 나도, 레디앙도 모두 실패했다. 레디앙도 그랬겠지만 알리고 싶었던 것은 현재 한미 FTA 진행의 위험성이었다. 그러나 견망지월이라고, ‘일일이 대꾸할 필요조차 없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 적절할만큼 이제 거의 정신나간 한 전직 비서관의 비난만이 온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통령께 미안하다. 이런 보도는 곧 ‘저런 정신나간 사람을 비서관으로 쓴 대통령’을 향한 비난으로 방향을 바꿀 것이다. 이렇게 된 점에 대해서도 더 표현할 길 없이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관계 부처에 사과한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 cbs, 또는 프레시안에 실린 원문, 그리고 약간 윤색이 된 오마이뉴스, 비보도까지 보도한 레디앙에서 마저 실제로 내가 주장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봐 주시기 바란다. 문제는 한미 FTA이다. 정태인의 ‘정신나간 타인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앞으로도 며칠 지속될, 내 잘못에 대한 비판을 달게 받아들이겠지만, 내 진의를 읽어달라고, 손가락만 보지 말고 달을 보아 달라고 부탁드린다. 어떻게든 시작된 한미 FTA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정신 나간 전 비서관’이 아니라 진지하고 사려깊게 말하는 사람들에 의해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이왕 시작된 한미 FTA 협상이 충분히(꼭 USTR이 밝힌 만큼) 공개되고 국회에서, 또 시민사회에서 진지하게 토론되어 언제가 되든 우리의 국익, 나아가서 동북아 공동체 형성에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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