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뭔가 해야하는데
열린우리당은 아무 생각 없어요
    2006년 04월 07일 09: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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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과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3월 28일 오후 2시, 약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레디앙>이 정 전 비서관과 인터뷰를 기획한 가장 큰 의도는 노대통령 또는 현 정권에 대한 비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미 FTA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에 대한 대중적 공유였다.

물론 심각함을 구성하는 주요 내용에는 정책 담당자들의 시각과 행태의 문제점도 포함된다. 하지만 <레디앙>의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은 한미FTA 체결의 재앙적 결과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 전 비서관과 가진 인터뷰 내용은 4월 3일부터 5회에 걸쳐 연재되고 있다. 따라서 매 회의 기사가 연재되는 시점을 인터뷰 시점으로 인용하고 있는 각 언론사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밝혀둔다. [편집자]

동북아 균형자론 이미 폐기 

– 지금 저희가 중국하고도 FTA 관련 논의를 하고 있죠? 

= 민간 대 민간으로는 하고 있어요. 중국하고 FTA 하는 것도 굉장히 위험합니다.
우리가 중국이랑 FTA 하게 되면 제조업은 우리가 훨씬 유리해요. 중국의 관세가 엄청나니까요. 물론 중국이 우리하고 높은 수준의 FTA를 하려고는 안할 거예요. 중국이 일본하고 먼저 하려고 하는 이유가 있어요. 일본하고 한 다음에 일본하고도 이렇게 했으니까 너희하고도 이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나오려고 하는 거죠.

미, 중국포위 전략에 동참하면 굉장히 위험

물론 중국이 제조업 다 내놓으려고 하겠어요? 그러면 우리도 농산물 적당히 내놓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적당히 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 중국하고 하는 건 그렇게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어요. 

– 한미FTA를 동북아균형자론의 공식적 포기선언으로 봐도 되나요? 

= 동북아균형자론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면서 이미 폐기했다고 봐야죠. 

– 한미동맹 강화, 이 방향으로 다 걸었다고 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그런데 그게 그렇게 연관을 가지고 간 것 같지가 않아요. 대통령 머릿속에서도 사전에 연관되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따로따로 갔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어요. 제가 대통령께 그 말씀도 드렸어요. 중국 위협론 때문에 중국을 포위해버린 겁니다, 굉장히 위험한겁니다, 하고요.

넛 크래커 자꾸 말하는데, 캐스팅 보트 역할 생각해야 

– 우리나라 관료들 굉장히 공세적으로 얘기하던데요. 중국을 향해서. 

= 제정신이 아니죠. 앞으로 몇 십 년 지나면 중국이 훨씬 세져요. 그때가면 미국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균형을 지켜야 돼요. 처음에 대통령에게 얘기했어요. 우리가 양쪽 틈바구니에 끼인 것 같지만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다고요. 양쪽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면 우리가 손 들어주는 쪽이 이긴다고요.

넛크래커(Nutcracker)라고, 우리가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옴짝달싹 못한다고 자꾸 그러는데, 우리가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균형을 잡아야하는데 이번에 균형을 완전히 깨뜨려버린 거예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건 당장 대만하고 문제되면 미국이 한국에서 비행기 띄워서 중국 폭격하겠다는 거예요. 거기서부터 한미 FTA까지 중국을 엄청 자극하고 있는 거죠.

“깡패하고 협약 맺으면 뭐 하나요, 주먹부터 날아오는데” 

– 한미FTA의 국내정치적 함의는 뭘까요? 

= 한미FTA에는 환경, 노동에 대한 기업의 제소권이 포함되어 있어요. 멕시코를 보면 나프타 후에 환경이 확 나빠져요. 물론 우리나라가 멕시코처럼 되지는 않을 거에요. 일부 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유해산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거라고 하는데 왜 옵니까, 멕시코로 가지, 그게 훨씬 싸게 먹히는데.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다만 그런 유해물질이 첨단산업에서 일부 나올 수 있는데 국가가 거기에 대해 규제를 하면 기업이 제소를 할 수 있고 그런 경우 지금까지 미국 기업이 다 이겼어요. 외국 기업이 정부를 일대일로 상대할 수가 있어요. 기업의 경영상 손실도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제가 그랬어요, 어느 회의에서. 깡패하고 협약을 맺으면 뭐 하냐 주먹부터 날아오는데, 심지어 남의 나라 기업인까지 구속시키는데.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말로만 떠들면 뭐합니까. 제가 아무리 재벌 미워해도 이럴 때는 정부가 항의를 해야 한다고 봐요.

너희 법으로 남의 나라 기업인까지 구속하고 이게 뭐하는 거냐, 이 정도로는 대들 수 있어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하지 않겠어요? 재벌 편 들어줘야 할 때는 안 들어주고 안 들어줘야 할 때는 들어주고 말이죠. 제가 비서관이었으면 대통령께 그렇게 보고했을 거예요.

정동영 국채발행론 위험한 발상

– 사회적인 변화도 굉장할 텐데요. 

= 대형병원, 대형 펌은 별로 나빠질 게 없을 겁니다. 인수합병 되더라도 몸값 올라가죠, 또 영리법인 차릴 수 있죠. 대신 사회공공성이 무너지기 때문에 양극화는 훨씬 더 심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것을 메우려면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할거예요.

양극화 심화시켜놓고 그거 메우는 것보다 양극화 안 되게 만드는 것이 세금도 덜 들어가요. 어마어마한 증세, 아마 못할 거예요. 얼마 전 정동영 의장이 한 말을 보면 국채를 발행해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건데, 그거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우리나라가 그래도 괜찮은 게 수출하고 재정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재정까지 적자로 돌아서면 외환위기 일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외환위기의 제일 큰 원인 세 가지 중 하나가 재정적자에요. 만약 양극화를 막겠다고 재정적자 해버리면 이제 외환위기 위험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삼성 1등 아무 소용없다. 현대차 잘 만드는 게 더 중요

제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기준 딱 하나 얘기하는 것이 있어요. 현대자동차가 렉서스 만들 정도 되면 선진국이라고 봐도 돼요. 삼성이 1등 하는 것 소용없어요. 고용효과도 없잖아요. 그런데 현대가 렉서스 만든다는 건 그 밑에 2-3만개의 부품회사를 포함해서 전체 기계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그 정도면 빗장 풀어도 먹고 살 수 있어요. 개방해도. 

– 한미FTA를 막을 수 있을까요? 

= 국회에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 열린우리당은 아무 생각 없잖아요. 민주노동당 의원 아홉 명이 어떻게 막겠어요. 한나라당은 다 찬성할 테고.

– 결국 체결하게 되는 거 아닙니까?

= 하나하나 마다, 이슈마다 미국은 다 공개할 겁니다. 그거 하나마다 정부에 요구해서 마지노선을 일일이 다 받아내야 돼요. 저는 대통령이나 유시민 장관이 강제지정제도 폐지 안하겠다고 얘기한 걸 언론에 자꾸 흘려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도록 말을 퍼뜨리는 거예요. 그런 걸 자꾸 얻어내야 돼요, 

– 시민사회단체나 진보 진영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 일단 반대해야죠. 협상 하나하나를 전부 보고하라고 요구해야 돼요. 국민의 알 권리를 요구해야죠.

여당에만 보고한 것 말도 안 되는 비밀주의 

– 정부는 지금 완전히 일방독주하고 있잖아요. 국회는 안중에도 없고. 

= 정부 보고서를 열린우리당에만 보고하고 걷어갔다는데, 이거 말도 안 되는 비밀주의예요 

– 4월에 통상절차법이 국회를 통과할지도 의문이고요. 

= 국민들이 압력을 넣어서 통과시켜야 돼요. 국민들한테 보고하지 않고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하는 정부가 어디 있습니까. 

–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좀 복잡한 심경이겠어요. 

= 머리도 좋고 똑똑한 분인데 후반기로 갈수록 초조해하는 것 같아요.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관계, 한미FTA를 그런 굵직한 업적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 처음에 그 정도는 아니었잖습니까.

= 그렇죠. 임기 초반에는 대통령도 독일형이나 스웨덴형에 호감을 많이 갖고 있었어요. 집권 1년차 2년차까지는 그런 취지의 발언도 많이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신자유주의 세력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 선생님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각자가 지닌 정치, 경제적 신념과 한 때 몸담았던 정부의 정책이 배치돼서 무척 난감할 텐데요. 

= 작년까지는 안 그랬어요. 대통령도 경제는 자신이 없으니까 양쪽 진영 얘기를 다 들으려고 했어요. 한쪽에 이정우 실장이 있으면 그 밑에는 재경부 출신 권오규씨를 놓고, 이동걸 부원장을 놓으면 이정재 원장을 그 위에 놓고, 그런 식으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는데, 이게 다 깨졌죠. 이제는 신자유주의 세력이라고 그래도 할 말이 없어요. 

– 청와대는 그렇다 치고 열린우리당은 어떤가요? 

= 더 엉망이죠. 경제 정책 내는 사람들이 다 부총리 출신 아닙니까. 그래도 이계안 의원이 제일 낫습니다. 금산법 토론할 때 보니까 잘 알더라고요. . 

– 미국은 몇 나라하고나 FTA를 체결했나요? 

= 16개국입니다. 

– 결과는 어땠습니까? 

= 수출입은 확 늘어나는 데 GDP에는 별 영향을 안 주는 걸로 나타났어요. 대신 상대국의 실질임금은 떨어지는 걸로 나와요. 멕시코 경제 성장율이 10년 동안 1%밖에 안돼요.

실질임금은 마이너스고, 대신 공공성은 다 깨져버려요. 공공 서비스 부문을 미국이 몽땅 장악해버린 겁니다. 그나마 멕시코는 교육 부문은 뺐어요. 그러니 나프타보다 더 강한 FTA는 두 나라를 합병하는 것하고 비슷한 거라고 보면 돼요.

외부쇼크에 의한 국내개혁을 말하는데, 사실 그 논리는 한일합방 논리하고 별로 안 달라요. 한일합방해서 조선사회 얼마나 많이 개혁됐습니까. 철도도 놓고. 이게 안병직 교수의 근대화론이잖아요. 지금 논리가 똑같아요. 한일합방해서 나라를 근대화하겠다는 친일파의 논리랑 말이에요. 한미FTA 얘기하니까 또 답답해지는군요. 말을 할 때는 후련한데…….

“좌파적 정책이라고?” 

–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하고 있나요? 

= 글쎄요. 이제 그럴 일도 없죠. 대통령이 다 거부해 버렸는데요, 뭐. 다른 얘기, 양극화나 이런 얘기라면 또 모르겠는데, 양극화에 대해서는 이미 보고했고요. 받아보시더니 대통령께서 참 수고했다 그러시더군요. 그런데 경제보좌관, 정책실장 이런 사람들이 줄줄이 논평을 달아서 대통령에게 올렸는데 다 뭐라고 써놨냐면 ‘좌우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음’ 이렇게 써놨어요.

대통령은 거기에 또 민감하시잖아요. 그런데 실은 그 내용이라고 하는 게 EITC(근로소득보전세제), 마이크로 크레딧, 지역재투자법, 산업클러스터, 지역사회협약 이런 거거든요. 이런 게 어떻게 좌파적 정책입니까. 기껏해야 스웨덴 수준인데.  

– 경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재경부와 직접 통한다고 보면 되겠군요. 

= 원래 제가 있던 자리에도, 김수현 비서관이 있던 자리에도 지금 전부 재경부 출신이 들어와 있어요. 지금 청와대 내에 재경부 출신이 30명이 넘습니다.

외환은행 불법 매각은 이헌재 사단 작품

외환은행 불법매각 건 있잖아요. 그거 한 번 파보세요. 외환은행 불법 매각 건은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김석동 당시 감독정책 1국장(현 재경부 차관보) 작품입니다. 이헌재 사단 작품이에요. 불행하게 이동걸 부원장이 최종 싸인을 한 걸로 되어 있어서 지금 조사를 받고 있지만, 이동걸 부원장은 그 때 엘지카드 사태 막느라고 외환은행 건에는 거의 신경을 못썼어요. 

– 음모론적 시각에서 보는 쪽에서는 뭐 이권이라든가 이런 게 개입되지 않았겠느냐 의심도 하거든요. 

=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호모이코노미스트와 호모크리스챤”

–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 양극화 보고서 책으로 내고, 박현채 선생 평전 쓰고. 그제 갑자기 성당에서 호모이코노미스트와 호모크리스챤은 어떻게 조화가 될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성당 들어가서 나오는 순간까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거 보니까 이건 계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성당 다닌 지 네 번 만에 두 번의 계시를 받은 건데.

– 첫 계시는 뭐였나요? 

= 첫 계시는 민중을 위한 경제학을 한다고 말만하고 박현채 팔아먹고 실천은 안했기 때문에 지금 네가 고통 받고 있는 거라는 거였어요. 사실이지요.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이타성을 강조하잖아요.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이기주의를 강조하고. 두 가지는 상극인 것 같은데 어떻게 조화가 될까. 사실 기독교 교리대로 하면 토지는 모두 무소유여야 돼요. 땅은 모두 하나님 거고, 그 이용권만 인간이 갖는 거죠. 그것도 50년에 한번씩 재 배분되는 거고요. 기독교인들이 그 교리대로만 해도 자본주의가 상당히 정화될 거 같아요.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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