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논의와 합의 필요”
    지엠노조, 청와대에 노·정 교섭 요구
    이미 군산공장 비정규직 200여명 해고 일방 통보
        2018년 02월 28일 05: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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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엠(GM) 본사가 한국 군산공장 폐쇄와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 해고를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28일 노정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지엠노조) 등은 이날 오후 광화문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국지엠 30만 일자리 지키기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엔 군산에서 온 노동자들을 포함해 2천여 명이 참가했다.

    특히 노조는 이날 결의대회 직후 청와대로 향해 한국지엠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서한을 전달했다.

    금속노조 결의대회(사진=유하라)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올 설날 선물을 받아도 부족할 판인데 구조조정이나 군산공장 폐쇄를 통보받은 노동자의 심정은 무너지고 있다”며 “며칠 전 정부와 한국GM 간의 협의 절차가 있었다. 형식적 실사가 아니라 금속노조와 한국GM이 참여하는 원칙적이고 방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또한 “군산공장 폐쇄의 모든 잘못을 GM자본이 저질렀는데 대책도 일방적으로 만들어서 ‘노동자 죽이기’로 일관하며 우리에게 강요할 수 없다”며 “대책은 금속노조와 함께 협의해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엠노조, 청와대에 노정교섭 요구

    한국지엠 서한을 통해 부실원인 규명, 경영정상화, 미래전망 마련 등을 핵심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 서한에서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공개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절차와 형식을 따지지 않는 노정교섭 개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정교섭 등을 통해 ▲노조 추천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사 및 실사 결과 제공 ▲연구개발 수행 등 각종 회계 등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한 자료 확보와 제공 ▲‘먹튀’ 방지를 위한 강력한 세무조사와 회계 감리 실시를 통해 한국지엠 사태의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장기 발전전망 로드맵 마련 ▲외국투자자본 규제대책 마련 등 경영정상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번 사안은 정부와 거대 외국기업 사이의 불투명한 논의와 합의만으로 매듭지을 수 없는 중대한 사회적 과제”라며 “노조가 배제된 채 진행되는 일련의 논의는 필연적으로 생존권을 잃을 노동자의 거센 분노와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지엠을 현재의 나락으로 빠뜨린 원인을 밝혀 책임을 묻는 것과 동시에 경영정상화와 미래전망을 마련하는 논의에 금속노조가 중요한 일 주체로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임한택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은 결의대회에서 “정부는 지엠에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 짜맞추기, 형식적 실사를 통한 지원은 안 된다”며 “노조와 회사와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3주체 회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한택 한국지엠 지부장

    군산공장 비정규직 200여명 해고통보
    “비정규직은 결코 정규직의 방패막이가 돼선 안 된다”

    군산공장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명은 내달 말일로 해고된다는 회사의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 희망퇴직으로 퇴직금, 위로금 등 일부 보상금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와 달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떤 지원금도 없이 회사를 나가야 한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비정규직 해고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호소문을 내고 “군산공장 폐쇄 방침에 따라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명이 3월31일까지 회사를 떠나라는 일방적인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해고 통보를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의 3분의 1정도 급여를 받으며 적게는 7년부터 많게는 20년을 한국지엠에서 일해 왔다. 이들은 지난 26일 오후 ‘근로계약해지 통지’를 일방적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정규직이 기피하는 공정을 도맡아 일했지만 결국 일방적인 해고라는 벽 앞에 봉착했다”며 “해고라는 벽 앞에서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는 것에 회의감이 든다. 사내 비정규직 사원들의 고용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규직에는 희망퇴직시 퇴직금, 위로금, 자녀학자금, 차량구매 지원금 등이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사내 비정규직인 저희들은 어떠한 위로금과 생활지원금도 없이 나가라고 한다”며 “아무런 대책 없이 해고통지서를 통보받은 저희들은 살기 위해 이렇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도 사내 비정규직 등에 대한 연쇄적 해고 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임한택 지부장은 “회사 경영진 중 누구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이가 없다. 우리는 무엇을 잘못했기에 노란봉투(희망퇴직 형식의 사직서)를 받아야 하고, 그들은 무엇을 잘했기에 자기 자리를 유지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완규 한국지엠 군산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은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 1천여 명을 해고는 이번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라는 위기의 시작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부지회장은 군산공장에서 10년 동안 근무했으나, 2014년부터 물량이 줄어들면서 이듬해 에 해고됐다.

    그는 “지금 부평, 창원공장에서도 비정규직 해고가 이뤄지고 있다. 그 다음은 정규직이다. 이번 문제는 군산공장 폐쇄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삶이 걸려있는 일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끝까지 싸워서 생존권을 지켜내자”고 말했다.

    김재홍 한국지엠지부 군산지회장도 “어제 조합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우리와 함께 현장에서 10, 20년 일했던 비정규직 동지들이 해고 통보를 받고 자기들의 물품을 챙겨서 퇴근하는 모습을 봤다”는 일화를 전했다.

    김 지회장은 “군산공장 생산율이 낮아지게 된 것이 현장에서 묵묵히 일만하던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잘못인지 묻고 싶다”며 “비정규직은 결코 정규직의 방패막이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산지회 노동자들은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미안한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 전국의 모든 노동자들이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위해 함께 투쟁하자”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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