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노위 근기법 처리,
    노동계와 소통 전혀 없어
    사회적 대화에 부정적 영향···양대노총 대응에는 온도차 존재
        2018년 02월 27일 07: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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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미적용, 노동시간단축 단계적 시행, 59조 특례조항 일부 존치 등을 합의한 것과 관련해 노동계가 절차와 내용 모두에 문제를 삼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이번 근기법 개악안 처리와 관련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을 경우 “사회적 대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노동계와 협의 없는 근기법 개정
    양대노총 동시 비판 “입법 절차상 심각한 하자”

    양대노총은 합의 내용과는 별개로, 환노위의 법안 처리 과정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적용 받을 당사자 대표인 양대노총과 충분한 소통 없이 처리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중요한 입법내용을 노동계와 단 한 차례 협의도 없이 자기들끼리 주고받기 밀실합의로 짬짜미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면 “내용을 떠나 입법절차상 심각한 하자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역시 이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주영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이하 한국노총) “저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지만 사용자 측에는 가서 (법안에 대해) 설명을 했다고 하는데 노동자들에겐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며 “중요한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진행된 긴급산별대표자회의에서도 노동계와의 협의 부재가 지적됐다고 한다.

    27일 환노위 회의와 26일 노동개악 저지 민주노총 기자회견

    노동시간 52시간 정상화, 공휴일 유급휴무 민간확대 등
    “진일보한 측면 있다고 평가”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 배제…“양극화” 우려도

    노동계는 고용노동부의 자의적 행정해석에 의한 주 68 노동시간제를 1주 7일, 최장 52시간으로 명확히 한 점, 공휴일 유급휴무 민간 확대,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5개 축소 등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영세기업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 등이 방치되거나 즉각적으로 입법 효과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시행 유예기간을 길게 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52시간 노동시간 정상화와 관련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이 제외됨으로써 권리보호 장치가 없는 영세한 기업의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방치되고 있는 현실은 바꾸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공휴일 유급휴무 민간 확대 또한 30인 미만 기업의 경우 2022년 1월 1일자로 시행하도록 해 최장 4년이 지나야만 적용대상이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도입의 취지가 빛이 바랬다”고 혹평했고, 존치시킨 5개 특례업종의 전면 폐기 시점을 합의안에 언급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기법상 노동시간을 적용하지 못해 여전히 600만 명의 노동자들은 충분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장시간 과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근기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간에 노동시장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대법원 판결 앞두고…휴일근무수당 중복할증 미적용 합의
    민주노총 “사용자 이익 위해 사법부 역할까지 수행”
    한국노총 “위법한 행정지침에 면죄부”

    반면 휴일근무수당 중복할증 폐지, 30인 미만 사업장 특별연장근로시간 허용,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는 노동계 공통적으로 개악으로 지목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휴일근무수당 중복할증 폐지에 대해 “전적으로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현행법을 개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휴일근무 중복할증은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효과와 더불어 하급심은 물론 4월 경 예상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력하게 인정 판결을 앞두고 있는 사안이다. 결국 휴일근무 중복할증 폐지가 근기법을 기습적으로 강행 합의한 핵심적 이유”라며 “입법부가 사실상 사법부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개악”이라고 질타했다.

    한국노총도 “위법한 행정지침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이라며 “주40시간을 초과하는 휴일노동은 연장노동에도 포함되어 중복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압도적인 판결과도 정면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8시간 특별연장근로시간 허용’,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등을 이번 합의 사실상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1주 60시간을 예외적으로 적용받아야 할 근거와 이유가 없다”며 “노동시간 단축효과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판 수위 다른 양대노총, 근기법 개악 연대는 불투명
    민주노총 “민주당, 책임 있는 조치 없다면 사회적 대화 부정적 영향”
    한국노총 “사회적 대화 탈퇴까지 연결시킬 일이 아냐”

    민주노총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 있는 입장을 요구,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탈퇴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홍영표 환노위원장의 독선과 독단 등 노동계를 무시하는 일련의 행태가 집권여당이 노동계를 국정운영의 파트너가 아닌 도구로만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 점에 대해 집권여당이 명확한 입장과 책임 있는 조치가 없다면 이후 노정관계는 물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내일인 28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이번 근기법 입법안과 노동계 무시 입법과정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통해 향후 대응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합의 내용 중 진일보한 면에 무게를 두며 사회적 대화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번 환노위의 합의 내용이 사회적 대화 탈퇴 여부까지 연결시킬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양대노총의 행보는 전날인 26일 환노위 소위가 열린 당일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 결의대회, 선전전 등을 벌이며 안팎에서 국회를 압박했지만 한국노총은 환노위의 노동개악 움직임을 견제하는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았었다.

    경총, 휴일·연장근로 불인정 환영
    공휴일 유급휴무, 52시간 노동시간 정상화엔 “보완 입법 필요”

    경영계는 휴일·연장근로 불인정 등에 대해 환영 입장을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랜 기간 대법원 판결과 입법의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현장의 연착륙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공휴일 유급화, 특례업종 축소에 대해선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현행 유급 주휴일도 전세계 관례가 드문데 공휴일까지 법정 유급휴일로 규정하는 것은 영세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했고, 특례업종 축소 조정에 대해선 “소비자 관점에서 ‘공중의 편의’라는 특례업종 지정의 필요성을 감안한 보완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52시간 근로시간 정상화 단계적 시행에도 불만을 제기했다. 경총은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산업안전과 특별한 비상상황에 불가피한 연장근로가 필요한 경우에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등 보완입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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