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차별받고 있다, 여자라서"…"정말?"
        2006년 04월 06일 11:21 오전

    Print Friendly

           
    ▲ 서울 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강금실 전 법무장관   ⓒ 이지폴뉴스  

    강금실이 차별을 받는다? 이 질문에 "무슨 소리,  오히려 너무 환대 받는 거 아닌가?"라고 답한다면, 그 사람은 남성일 가능성이 100%다.  

    그런데 강금실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차별받고 있다"고. 여성이기 때문에. 강금실의 이런 ‘주장’에 여성들은 깊은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강금실 후보는 남성과 여성을 평가하는 정치권 일각의 이중적 잣대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여성주의 진영 및 진보적 여성정치인들도 강 후보의 이런 시각에 동의했다. 이는 ‘남성/여성’의 문제가 우리 사회를 구분짓는 또 다른 분단틀임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 같다.

    강 전 장관, "14년 판사, 6년 로펌 대표, 1년 법무장관, 남성이 이런 경력을 가졌다면…."

    강 전 장관은 6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부 사람들이 서울시장으로서의 자신의 능력과 추진력을 의심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다른 누구에 대해서도 추진력이 떨어진다거나 능력이 없다는 얘기가 없는데, 왜 하필 나에 대해서만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거기에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보는가’는 진행자 손석희 교수의 질문에 "그런 것이 깔려 있다고 본다"면서 "저는 14년간 판사를 했고, 6년간 로펌의 대표자로 재직했고, 1년간 검찰을 지휘한 법무장관을 역임했는데, 이런 경력을 남성이 쌓았다면 어떤 평가가 나왔을지(궁금하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의 이런 시각에 대해 여성계 및 진보적 여성정치인들은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심재옥 서울시의원, "능력 문제 거론, 여성으로서 아주 불쾌한 일"

    민주노동당 소속 심재옥 서울시의원은 "강 전 장관의 생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중요한 직책이나 지위에 여성이 거론될 때마다 항상 나오는 얘기가 ‘능력’과 ‘추진력’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서울시장 경력은 다른 남성 후보들도 없는 것이고, 때문에 서울시장으로서의 능력과 추진력에 대해서는 전혀 검증된 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지금껏 각자의 자리에서 얼마나 올바른 신념을 발휘했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 "민주노동당이 지방의회 비례대표 1,3,5번을 여성에게 할당하기 위해 규약을 개정할 때도 (여성들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일부 반론이 있었다"면서 "주요 자리에 거론될때마다 능력이나 추진력을 문제삼는 것은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아주 불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의 여성폄하적 보도태도도 문제"

    심 의원은 강 전 장관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했다. 능력과 자질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은 하지 않고 옷차림과 외모 등 주변적인 것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언론이 본론은 내버려둔 채 주변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면서 "여성폄하적 시각이 개입되어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끝으로 "한명숙 총리 내정자의 지명이나 강금실 전 장관의 서울시장 후보 영입 등은 정부 여당의 선거 전략의 일환이고, 그것은 대단히 씁쓸한 일"이라며 "그러나 이런 계기를 통해서라도 능력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성중심적 사고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실례를 통해 보여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능력을 보는 ‘남성’과 ‘여성’의 기준이 다르다

    여성학자인 박숙자씨는 능력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기준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기존 정치에서 말하는 능력이란 경력, 인맥, 내력 등이 종합된 것"이라며 "이런 평가틀로 여성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서울시장의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현재의 서울시장은 토건주의적 마인드로 무장되어 있다"면서 "서울시에 대한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른 능력과 다른 자질이 요구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여성학자 이희경씨도 "다른 것은 몰라도 강 전 장관의 능력과 추진력을 문제삼는 것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라고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구체적인 정책 내놓아야 시비 없어질 것

    강 전 장관의 능력에 대한 일부의 편견에는 강 전 장관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 정치인은 "강 전 장관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문제제기에는 정치적 의도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이는 강 전 장관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증폭되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