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김재록' 불거지는 '현대'와 '론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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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06일 11: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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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가지 ‘사건’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론스타와 현대차 비자금.

    우선 론스타 관련 소식. 6일자 한국일보는 감사원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에게 거액의 돈이 건네진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한겨레는 추가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 재정경제부가 금융감독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살 수 있도록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파문이 커지는 양상이다.

    전면에 등장한 론스타와 현대차 비자금 문제

    검찰이 현대차에 대해 전면수사 방침을 밝힌 것도 주목해야 할 ‘사건’이다. 검찰은 "더 이상 수사기조에 변화는 없다. 가지에 불과했던 현대차 수사가 본류로 변했다"(중앙 6일자 6면)고 했다. "현대차 수사는 몇 달 걸일 일을 9일 만에 진행할 정도로 초고속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1·2·3단계를 거쳐 전면 수사에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경향신문은 오늘자(6일)에서 검찰이 현대차가 조성한 비자금의 일부가 정·관계 고위인사들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이 담긴 비밀문건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경향은 현대차가 비자금 문건을 만들면서 이를 건넨 정치인 등을 실명 대신 영문 이니셜로 처리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바야흐로 론스타와 현대차 비자금 문제가 언론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의 수사방향에 대한 ‘평가’는 일단 논외로 하자. 이 두 가지 사건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바로 김재록씨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 비자금과 관련해 많은 보도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눈여겨봐야 할 보도가 있다. 바로 지난 2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내용이다.

    사라진 김재록이라는 이름

       
     
    ▲ 조선일보 4월6일자 4면
     
    이날 MBC는 ‘김재록 단식 중단, 수사 협조’라는 리포트에서 "구속된 뒤 조사를 거부하며 단식까지 벌였던 김씨가 내일(3일)부터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면서 "김씨의 진술에 따라 건축인허가를 넘어 현대차의 사업 확장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로비 의혹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시점 때문이다. 이 보도가 나온 지난 2일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한 날이다. 또한 이전까지 김재록씨 로비의혹과 현대차 비자금 문제 두 축으로 보도를 해왔던 대다수 언론들이 다음날인 3일부터 현대차 비자금이나 경영권 승계문제로 보도방향을 ‘터닝 포인트’한 시점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이해해도 어쨌든 묘한 일이다.

    김재록이라는 이름이 언론보도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날도 이 무렵이다. ‘로비스트’ 혹은 ‘브로커’ 김재록씨가 누구인가. 현대자동차에서 로비자금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인물이면서 동시에 헐값 매각 의혹이 제기된 론스타의 외환은행 사건에도 개입된 인물이다. 이외에도 로비와 관련된 여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비자금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김재록이라는 이름은 사라졌다. 일부 신문을 빼고. (조선과 중앙)

    김재록이라는 이름이 다시 등장할 시점은 언제?

       
     
    ▲ 중앙일보 4월6일자 4면
     

    다시 여기서 오늘자(6일)에 전면으로 등장한 두 가지 ‘사건’으로 돌아와 보자. 김씨가 사라진 시점과 두 가지 ‘사건’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점이 묘하게(?) 일치한다. 그리고 이 사이에 ‘김재록씨가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는 보도가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할까.

    물론 검찰의 수사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순리이긴 하다. 하지만 몇 번의 수사방향을 ‘바꾼’ 검찰이다. "현대차 비자금이 수사 본류고 앞으로 수사기조가 바뀌는 일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이 역시 유동적이다. 바로 같은 날인 6일 "수사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한국일보 6일자)는 보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검찰의 방침을 ‘선의’로 이해하자. 단, 현대차의 비자금 조성과 용도, 김재록씨의 로비의혹 등과 관련해 지금까지 언론에 등장한 것은 대부분 현대차 내부 쪽에 집중됐다는 점을 주목하자. 이는 비자금의 ‘사용처’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것은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끝내고 김재록씨 로비의혹을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것 역시 선의로 받아들이자.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대차 비자금 문제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정·관계 로비의혹이 김재록씨 로비의혹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김재록이라는 이름이 다시 언론에 등장할 때 이번 파문의 전체적인 얼개가 ‘완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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