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3당 간사 합의안
노동계 “노동개악” 반발
여당 입장과 대선 공약서 대폭 후퇴
    2018년 02월 26일 04: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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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6일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근로시간단축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 연장·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폐기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는 환노위 위원들과의 면담투쟁, 선전전 등을 벌이며 국회의 ‘노동개악’ 움직임을 강하게 저지하고 있다.

환노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고용노동소위를 개최했다. 지난 11월 나온 여야3당 간사 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3당 간사안은 당초 여당의 입장보다 후퇴한 내용이거나,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공약 파기라고 봐도 무방한 내용들이 포함돼있다.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윤택근·양동규 부위원장과 산별 임원 등 15여명은 26일 소위 개최 예정 시간(오전 10시) 전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정애 환노위 간사 등 소위 위원들과 면담투쟁, 기자회견, 선전전 등을 벌이며 국회의 ‘노동개악’ 움직임을 총력 저지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기자회견(사진=민주노총)

노동계 반대에도…
여야 3당 간사 합의안 그대로 추진될까

환노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소위에선 3당 간사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졌으나 진전된 합의 내용은 도출하지 못했다.

3당 간사안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으로 68시간까지 허용된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정상화를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 연장·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폐지, 근기법 상 59조 특례조항 ‘일부’ 폐지를 골자로 한다. 여기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법안, 여당의 주휴일 노동을 원칙 금지법안 등이 논의 안건으로 더해졌다.

반면 노동계는 52시간 노동시간 정상화 ‘즉각’ 도입, 연장·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폐지 반대, 59조 특례조항 ‘완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3당 간사안은 노동계는 물론, 여당 일부 의원들까지 반대해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홍영표 환노위원장과 한정애 간사 등은 “3당 간사의 합의”라는 이유로 다시 이 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환노위 소위 위원들과 면담을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여당 쪽에선) 지난 11월 간사안이 합의된 사항이기 때문에 간사 합의안을 기본으로 논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여야 간사 간 합의사항이라는 것은 협상의 대상 아니라 폐기의 대상”이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촛불혁명의 요구는 이명박-박근혜 시대의 잘못된 법제도 해석을 바로 혁파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촛불로 탄생했다고 하는 집권여당은 적폐세력인 보수야당과 손을 잡고 노동개악을 하려 한다”면서 “더 큰 문제는 여당이 노동계와 최소한의 어떤 교섭이나 이해를 구하려는 대화의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5시 속개될 예정인 소위가 끝날 때까지 국회에서 대기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홍영표 환노위 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간사와 민주노총 면담(사진=민주노총)

주52시간 공약은 어디로?
여론 눈치 보며 찔끔 폐지하는 59조 특례

노동시간 52시간 단계적 도입 역시 당초 여당의 입장에서 한참 후퇴한 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대선기간 보수정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68시간까지 허용됐던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낸바 있다.

민주노총은 “애초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시간 관련 국회 합의가 되지 않으면 1월 중 잘못된 주68시간 행정해석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도 그렇게 공언했다”며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불법 행정해석이 여전히 작동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59조 특례조항은 노동계의 오랜 요구사항이었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장시간노동 폐지를 통해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여야 환노위 위원들은 잇따라 벌어진 대형버스 졸음운전 사고에 대한 부정적 여론만 반영한 듯, 일부 운수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만 특례조항에서 제외하겠다고 잠정합의했다.

59조 특례업종 대상 노동자들이 집중돼있는 공공운수노조의 진기영 부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대한항공 자회사에 근무한 이기하 조합원은 한 달에 9일 이상을 12시간씩 일하며, 하루에 3~4시간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과로에 의해 결국 운명했다”며 “이처럼 59조 특례조항에 의해 26개 업종의 공공 노동자 포함 820만명 노동자들은 지금도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부위원장은 “이런 악법을 폐기하라고 1년 동안 투쟁했음에도 국회는 오히려 특례업종 유지, 일부만 손보겠다고 한다”며 “59조 특례조항을 당장 폐기하고 모든 노동법 개악을 중단하할 것을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곽노충

주휴일 노동 금지 법안도 거론
노동계 ‘깜깜이 법안’…59조 특례부터 폐지해야

한정애 간사의 안으로 알려진 주휴일 근무 원칙적 금지 법안은 정확하게 알려진 내용이 없는 상황이다. 휴일에 근무를 시키는 사업장에 대해 법적 처벌을 가능하도록 하는 노동시간 단축 법안이다. 문제는 이러한 법안 내용이 노동계와 전혀 합의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민주노총은 “아무도 내용을 모르는 깜깜이 근기법 개정안”이라며 “국회가 그동안 수많은 노동악법을 통과한 전력이 있지만 법률안의 내용과 실체를 공개하지도 않은 채 법안 심사를 한 경우는 없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이날 면담 과정에서도 한정애 간사에게 주휴일 노동 금지 법안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고 한다. 야당과 협상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은 “실제 법안을 본 적이 없어서 검토의 여지조차 없으나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이 있다면 노동시간 관련 근기법 개정 논란에 볼모로 잡혀 있는 노동시간 특례업종부터 폐지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는 전근적인 특례업종을 그대로 구도 노동시간 단축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기만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뜬금없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법안 논의…강력 비판
“하나 주는 척하며 하나 빼앗아가는 퇴행의 정치”

환노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관련 법안 3개까지 논의 안건에 올렸다. 김동철·하태경·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의 법안들이다. 3개 법안 모두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확대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논의가 종료되지도 않았음에도 환노위가 월권을 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편법과 불법이 횡행하는 가운데 산입범위 확대는 저임금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한 후, 곧바로 인상효과를 무력화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여당에 대해선 최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기만이라는 비판이 불가해 보인다.

민주노총 또한 “하나를 주는 척 하면 하나를 빼앗아 가는 것은 퇴행의 정치”라며 “최저임금을 올리고 산입범위 확대로 다시 무력화하는 것은 조삼모사의 정치”라고 질타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도 회견에서 “최임위에서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환노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다루겠다는 것은 월권 넘어 불법행위”라며 “우리는 국회의 탈법과 불법에 대해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겨우 물꼬튼 노정대화…정부여당 때문에 찬물

이러한 여당의 노동개악 움직인은 최근 겨우 물꼬를 튼 노사정 대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앞서 김명환 위원장 등은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이나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도 국회의 근기법 개악 움직임을 견제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회견문에서도 “오늘 환노위에서 졸속적 심의, 여야 간 야합, 2월 28일 본회의 강행처리를 위한 환노위 날치기 통과와 같은 용납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노정관계 파행은 물론 강력한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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