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 문 대통령 면담
    “북, 북미 대화 의지 있어”
    박지원 “비핵화 첫 걸음은 핵동결”
        2018년 02월 26일 03: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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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조속한 북미 대화를 촉구하는 한편, 김 부위원장도 “북미 대화에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 등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전 한 시간 동안 만나 이 같은 내용의 의견을 교환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북측 대표단도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답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해 북한 비핵화를 포함한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6일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한 것은 사실상 비핵화를 언급한 것으로 본다”며 “이에 대해 김영철 부위원장이 ‘북미 대화 용의가 있다’라고 한 것은 비핵화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북미 대화를 하면 비핵화를 거론할 것이라는) 미국의 속셈을 다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측이 ‘북미 대화 용의가 있고 북미 간에 발전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비핵화로 가는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북미 대화를 요청한 것은 비핵화를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봐야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긍정하면서 “제가 2014년도 김양건 북한 통전부장을 만났을 때는 ‘어떠한 경우에도 비핵화로 가지 않는다’고 강하게 얘기했는데, 이번엔 사실상 ‘비핵화로 가야 한다’는 뜻의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대화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은 그런 시점(비핵화를 염두에 둔)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북한에서 핵의 완전한 폐기에 먼저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최소한 북한 핵을 현 상태에서 동결하고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해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사찰을 받는다면 미국이 우려하는 북한의 핵 확산이나 핵 발전은 멈춘다”며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핵동결의 길로 가는 것이 비핵화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의원은 미국도 북한의 핵동결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ICBM이나 SLBM이 미국 영토인 괌이나 사이판 정도는 갈 수 있다. 만약 미국이 북한에 더 시간을 주면 북한 핵의 발전으로 미국 본토에 공격의 위협에 처할 수 있다”면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의 (첫) 단계로 동결부터 가지 않는가. 그런 과정으로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에선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 부위원장의 방남 자체를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전날인 25일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막겠다며 통일대교 앞에서 밤샘 시위를 벌이며 김 부위원장을 ‘체포’, ‘처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번 김여정 부부장이 올 때 반대하지 않았다. 김영철은 특별한 경우다. 우리나라를 공격한 수괴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김영철 이외의 누구도 괜찮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김일성이 6·25를 일으킬 때 얘기입니다만, 전쟁을 일으키면 남한에 있는 좌파세력들이 전부 다 봉기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 아닌가. 지금도 그런 오판을 할 수 있는 사인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이런 상황이 어느 날 갑자기 제2의 월남화로 가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며, 적화통일 상황을 우려했다.

    그러나 다른 야당들은 과거 보수정부에서도 북한의 굵직한 대남도발 이후에 북한 측 인사와 회담 등 대화에 나선 적이 있음에도 이중잣대로 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표적으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당 대표였던 당시 연평도 포격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과 악수하고 환영인사를 했던 것과 박근혜 정부가 김 부위원장과 군사회담을 한 사례가 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같은 매체에 출연해 “천안함 폭침의 주역이 김영철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문제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평도 포격의 주역은 황병서다. 그 황병서가 아시안 게임에 왔을 때 악수하고 국회 왔을 때 크게 웃으면서 환영한 사람들이 김무성 전 대표”라며 “그런데 그분이 지금 (자유한국당) 투쟁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된다? 무슨 논리가 그런가. 이건 거의 깽판 놓자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굳이 따지자면 희생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보다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사람의 수가 더 많기 때문에 황 총정치국장의 방남은 허용할 수 있지만, 김 부위원장은 안 된다는 논리다.

    이 의원은 “칼(KAL)기 폭파나 연평도포격이나 천안함 폭침이나 수괴는 누구인가. 김정일, 김정은 아닌가. 수괴는 괜찮고 그 밑의 졸개는 안 된다는 건가. (박 전 대통령도) 수괴는 만나지 않았나. 전세기 내줘서 비밀회담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연평도 포격 희생자의 수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황 총정치국장의 방남은 괜찮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똑같은 범죄자인데 5년형 받은 사람하고 10년형 받은 사람을 다르게 대접해야 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군사회담은 되지만 평창올림픽 참가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군사회담이면 더 안 되는 것 아닌가. 차라리 평화의 제전이니까 흠이 있더라도 받아들여서 평화 쪽으로 가려고 하는 노력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 의원은 “조선일보가 2014년 사설에서 (김 부위원장을) 전범이라고 했는데 (그런 사람이 대표로 방남한다는 것이 나도) 불쾌하다”면서 “그러나 그런 사람조차도 상대해야 되는 게 남북대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에서 “본인들이 집권한 시절에는 김영철과 대화를 했으면서도 지금은 안 된다는 ‘내로남불’은 결국 홍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은 북한이 없으면 집권 못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노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은 김영철이기 때문에 특별히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 1월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겠다고 한 순간부터 어떻게든 평창올림픽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갖 저주를 퍼부어 왔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풀리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 부위원장 방남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최근 행보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며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니까 그 성과를 문재인 대통령이 가져갈까봐 훼방을 놓는 것이고, 자유한국당 두 분의 국회의원이 비리의혹으로 수사 받고 있는 것에 대한 물타기”라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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