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되면 정동영 대통령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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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06일 08: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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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경부나 삼성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는 프로세스는 어떻게 됩니까?

    = 삼성이 재경부 안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있어요. 이번에 드러난 것 있잖아요. 금산법 안 만들 때 ‘김&장’하고 삼성 쪽에서 만든 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물론 정책 만들 때 업계 의견을 참고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도, 우리나라에 물류 산업이라는 게 거의 소규모고 대규모라고 해도 종합물류산업이 아니에요. 그래서 기획물류산업과 관련된 정책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류 산업 관계자들 다 불러서 얘기를 듣거든요. 그러면 그 사람들이 자료를 다 만들어 와요.

    재경부 국장쯤 되면 삼성 맨 많습니다

    물론 자기들 유리하게 써오죠. 국책연구원에서 연구한 거, 민간에서 가져온 거, 공무원들의 판단 이런 걸 종합해서 정책을 만들긴 만들어요. 그런데 재경부는 주로 삼성거만 가지고 만들어요.

    – 그게 고위담당자의 의지가 반영돼서 그런 건가요, 아님 실무자들의 정책적 판단 때문인가요.

    = 국장쯤 되면 삼성맨들이 많아요. 그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술값 계산 안 해요. 삼성 사람들이 하지. 일차는 자기 돈으로 해요. 밥 먹는 정도는. 자기 카드가 있으니까. 그런데 2차는 삼성이 해요. 제가 그런 농담도 했어요. 그럴 리도 없겠지만 혹시라도 정부에서 나보고 들어오라 그래도 안 들어간다.

    386이 재경부 앞잡이 돼서 개혁파 몰아냅니다

    그런데 꼭 한 군데 제가 가고 싶은 데가 있는데, 국정원이라고요. 국정원에 가서 재경부하고 삼성 유착을 낱낱이 다 밝혀내고 싶어요. 가령 이동걸 부위원장은 삼성생명 문제 건드려서 옷 벗은 겁니다. 이동걸 부위원장이 사실상 항복을 했는데도 온갖 군데서 로비가 들어오는데, 이정우 선생하고 저하고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런 로비와 압력이 다 386들을 통해서 올라와요. 그 친구들은 자기논리가 없기 때문에 재경부가 잘 하는 데 저 선생들은 왜 항상 저렇게 반대만 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 특정인이 주도하는 건가요?

    = 다예요. 다.

    – 지난 2월 기사 보니까 안희정씨는 대통령께 FTA에 대해 진언을 했다고 하던데요.

    = 아니에요. 안희정이는 한 마디도 안했어요. 원래 제가 원했던 건 저와 이정우 선생, 반대편에 한덕수와 김현종, 이렇게 불러서 양측이 싸우고 대통령이 판단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부른 내용을 보니까 저와 안희정, 문성근 선배와 이창동 전 장관을 불렀더라고요.

    이게 무슨 얘기냐면 니들이 아무리 반대해봐라, 내가 오히려 너희를 설득하겠다는 거예요. 들을 생각을 전혀 안하시고 부른 거죠. 한 두 시간 얘기했는데, 제 생각에 논리적으로는 제가 이긴 것 같은데, 그래도 대통령은 가던 길을 계속 가시겠다는데요, 뭐.

    정 “차라리 DDA서 서비스 대폭 양허”, 노대통령 “그 생각은 못해봤네”

    그 자리에서 제가 그랬어요. 정말 서비스업이 중요하고 중국위협론이 중요한 논리라면, 그렇다면 DDA(도하개발아젠다 – 9번째 다자간 무역협상)에 의해서 서비스업을 대폭 양허해버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이죠. 그렇게 하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좋은 기업들도 올 거고 여러 면에서 훨씬 좋을 거라고요. 그 말씀을 드렸더니, 그 생각은 못해봤네, 그러시더라고요.

    대통령의 인식대로 국내 개혁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목전에 위기가 닥친 것도 모르고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만 바쁘고.

    그래서 설혹 외부 쇼크가 필요하더라도 미리 경고하고, 그래서 내부에서 스스로 고쳐나가도록 해야 충격이 덜 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충격을 주겠다는 거예요.

    미국 요구 다 들어주면 우리는 공황상태 빠질 것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공황상태에 빠져요. 모든 제도는 명문화된 글자 하나 때문에 행동 패턴이 생기고 그게 조화가 되면서 제도가 안정되는 거잖아요. 한꺼번에 왕창 바꿔버리면 사람들이 우왕좌왕해버린다고요.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하고 투자를 안 하게 돼요. 공황상태가 오래 가버리는 거예요. 지금 굉장히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일본하고 한다면 혹시 모르겠어요. 거대 경제권중에서 일본이 그래도 괜찮은 건 일단 우리보다 농업이 약하다는 거예요. 또 제도가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해요. 그래서 크게 바꿀 게 없어요.

    그리고 일본은 우리나라에 역사적 부채가 있기 때문에 강하게 요구하지도 못해요. 반일정서를 자극할까봐. 물론 이런 건 있죠. 우리가 기계 산업이 약한 게 문제인데, 그러나 이것도 일본이 우리나라로 공장을 옮기는 방향으로 풀릴 가능성이 높아요.

    그쪽 노동자들이 워낙 노쇠했으니까요. 일본 기업이 우리나라로 넘어올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그렇게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나중에 저는 이렇게 판단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달라요. 미국하고 하는 건 다 박살나는 겁니다.

    일본은 몰라도 미국하고 하면 다 박살난다

    농업이고 축산업이고 다 무너지는 건 당연한 거고요. 일부에서 대일 수입 적자가 대미 적자로 바뀌는 것뿐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다 거짓말입니다. 대일 적자는 대일 적자대로 가고 대미 무역수지는 그것대로 악화될 겁니다.

    우선 우리 기업의 시스템 자체가 일본 기계들에 맞춰져 있어요. 게다가 기계부품이 크면 수송비가 들잖아요. 그리고 더 간단한 건 일본은 단위가 센티미터고 미국은 인치입니다. 만약 우리 기업들이 부품을 들여오려고 하면 10센티, 20센티 이런 규격으로 들여오지 미국처럼 10인치, 20인치 이렇게 맞춰 들여오겠어요?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일본 제품 쓸 수밖에 없습니다.

    – 대통령이 “양보할 건 하고 안할 건 안 한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농업을 내주기보다는 농업을 일부 지키는 대가로 다른 부문을 대폭 양보해버리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 USTR(미 무역대표부) 보고서를 보면 한미FTA를 골드스탠다드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나프타보다 더 강한 FTA를 하겠다는 겁니다. 나프타를 보세요. 완전히 내정간섭 수준입니다. 한미FTA는 우리나라를 다 바꾸겠다는 거예요. 물론 거기엔 쌀도 포함되어 있어요. 포함되어 있다고 USTR에서 명시적으로 얘기했어요.

    내가 미국 관리라면 쌀 내놓으라고 할 겁니다. 쌀 하나 지키려고 다른 거 다 내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어요. 우리 농민들이 다 쌀농사 지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쌀값이 폭락하겠죠? 이래저래 농민은 몰락하게 되어 있어요.

    한미 FTA 때문에 정동영 대통령 못 된다

    – 대통령이 말한 ‘지킬 것’이란 뭘까요

    = 글쎄요. 나도 뭘 지킬 것인지 모르겠어요. 마지노선을 나한테 만들어 달라고 하셨지만 그건 정부부처가 만들어야죠. 문제는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마지노선을 굉장히 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 대통령이 마지노선을 만들어 달라고 하던가요?

    = 대통령께서 자꾸 비판하는 글만 쓰지 말고 차라리 마지노선을 만들어서 주면 내가 그건 지켜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만들려고 했는데, 그런데 제가 어떻게 100명이 10달 동안 만든 걸 만듭니까. 그 세세한 걸 말이죠. 몇 개는 물론 제시를 할 겁니다. 예를 들어 강제지정제도 이런 큼직큼직한 거 말이죠. 그걸 넘어서는 건 제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제가 참여연대 K씨하고 논의를 한 적이 있어요. 같이 마지노선 만들어서 지킬 것은 지키는 것이 어떠냐고요. 그런데 그 사람은 반대를 하더군요. 다른 단체들도 아예 시작을 안 하지, 참여해서 마지노선 만드는 건 안할 거라면서요. 일단 협상 자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저는, 글쎄요. 협상이 이미 시작된 마당에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이제 와서 안하겠다고 하면 정말 국가 신용도 떨어지고 국제사회에서 그냥 바보 되는 건데. 그래서 제가 대통령에게 말했어요. 이거 되면 경제가 망하고 안 되면 정치가 망한다고요. 완전히 죽는 길로 들어선 거라고 말입니다.

    사실은 한나라당이 한미FTA를 내놓고 욕을 먹어야 맞는 건데 거꾸로 돼버렸어요. 그래서 제가 정동영 의장 쪽 어떤 사람에게 말했어요. 한미 FTA 때문에 정동영 의장은 대통령되기 힘들 거라고.

    – 한미 FTA가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부합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참여정부의 개혁이란 곧 시장 원리주의적 개혁이 아니었느냐, 이런 면에서 한미FTA는 개혁 세력의 정체성과도 맞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죠. 이 사람들은 철학이 없어요. 제가 그 전에도 말 한 적 있잖아요, L씨가 했다는 말. 외부쇼크를 통한 내부 개혁. 미친놈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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