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남미 인민, 왜 좌파를 다시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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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05일 1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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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에서 좌파의 선거 승리는 계속되고 있다. 금년 2월 7일 아이티의 대선에서도 친-아리스티드 좌파후보인 르네 프레발이 35명이 경쟁한 1차 투표에서 2위 득표자를 36% 포인트라는 큰 차이로 따돌리며 51.15%의 득표율로 결선투표 없이 당선되었다.

    3월 12일 엘살바도르 총선에서도 한때 중남미 최고의 무장 게릴라 조직에서 제도권 정당으로 전환한 파라분도 마르띠 민족해방전선(FMLN)이 수도 산살바도르 시장선거에서 승리하는 한편 의회선거에서도 전국 집계에서 집권 우파 아레나(Arena)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함으로써 높아진 좌파집권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남미에서 중미로 북상하는 좌파

       
    오는 9일 치러지는 페루 대선에 출마한 오얀타 우말라 후보
       

    4월 9일로 다가온 페루의 대선에서도 좌파 후보 오얀타 우말라의 지지도가 급상승하여 지지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보수파 여성후보 루데스 플로레스를 제치고 선두를 차지하기 시작하여 좌파 대통령 탄생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7월 2일로 대선이 예정된 멕시코에서도 좌파 민주혁명당(PRD)의 멕시코시티 시장 출신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꾸준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10월 15일로 예정된 에콰도르 대선에서도 좌파 에콰도르사회당(PSE)의 전부통령 레옹 롤도스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1월로 대선이 예정된 니카라과의 경우에도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에서 탈당한 쿠엔카 레비테스가 우파 몬테알레그레를 앞지르고 있고 FSLN의 오르테가가 3위를 달리고 있어 좌파 후보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좌파의 우세는 2004년 11월 총선에서 수도 마나구아를 포함하여 전체 152개 시장선거 가운데 절반 이상을 FSLN이 차지했고 FSLN 주도의 좌파진영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데서도 확인되고 있다.

    브라질 등 중심 3국 좌파 재집권 가능성 높아

       
     오는 10월 대선에서 재선이 유력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한편 중남미 좌파국가 블록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브라질,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도 금년 말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세 곳 모두 집권 좌파가 재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12월 대선이 예정된 베네수엘라의 경우 차베스에 맞설 야권 후보가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차베스 연합전선 형성이 추진되고 있지만 차베스에 대한 반대표를 결집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어 차베스의 재선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작년 10월 의회 중간선거에서 키르치네르의 집권 정의당(PJ)이 대승을 거두어 상하양원과 주정부 과반수 이상을 장악하여 금년 12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키르치네르의 재선에 이변은 없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년 10월 대선이 예정되어 있는 브라질의 경우, 작년 중반부터 정치자금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던 룰라가 금년 들어 지지도를 회복하며 현재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제라우도 아우크민을 더블스코어로 리드하고 있어 아우크민이 대통령후보 지명 이후 지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룰라의 재선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집권 좌파정권들은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가운데 새로운 좌파정권들의 탄생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그러한 추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남미 대륙은 이미 왼쪽으로 많이 이동했고, 멕시코와 니카라과 대선 결과에 따라 중미도 급격히 좌경화될 수 있을 것이다.

    왼쪽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제자리 잡기

    중남미는 식민지배와 시몬 볼리바르 주도의 독립투쟁에서부터 최근 경제위기와 뒤이은 미국패권 하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 문화, 종교, 인종, 경제적 조건까지 공유하고 있어 좌파 도미노현상은 쉽게 국가간의 경계를 넘어 펼쳐질 수 있다.

    좌파정권의 집권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2차대전 이후, 특히 60년대 중남미를 풍미했던 좌파정권들이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군부의 쿠데타에 의해 전복되어 사라졌다가 이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대륙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파정권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의해 중남미 사회들이 안고 있는 불평등과 빈곤 등 사회문제들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중남미 인민들은 다시 좌파를 부른 것이다.

    좌파정권들이 돌아왔지만 과거의 좌파정권들과 동일하지는 않다. 신좌파 정권들은 한편으로는 구좌파 정권들의 대중주의적 오류와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구좌파 정권들과는 다른 세계화 추세라는 새로운 구조적 여건에 의해 선택지의 제약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신좌파 정권들의 역사적 양면성은 신좌파 정권들의 내적 이질성으로 표출되고 있다.

    다른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신좌파 공통점은 ‘반미’

    신좌파 정권들을 관통하는 공통점도 있다. 구좌파 정권들에서는 관찰될 수 없었던 “반미” 성향이다. 모랄레스와 차베스의 사례에서 확인되었듯이, 미국에 의한 비난과 탄압은 좌파 지도자들의 국내 입지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국내 지지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좌파정권들의 복귀는 개별 중남미 국가들의 사회경제적 변화뿐만 아니라 미국패권 하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도 일정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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