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동성애 색출 논란,
    추행 혐의 장교 민간법원서 무죄
    성소수자 군인 7명 군사법원서 유죄판결
        2018년 02월 22일 11: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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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애자 색출·처벌 논란’ 속에서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장교가 민간 법원에서 열린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22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9단독(판사 양상윤)은 ‘군형법 제92조의6’으로 기소된 예비역 중위 A씨에게 이날 무죄를 판결했다.

    A씨는 현역 육군 장교로 복무하던 중 타 부대 장교 1명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지난해 6월 군 검찰에 기소됐으나, 같은 달 만기 전역해 민간 법원으로 사건이 이첩됐다.

    군인권센터는 “재판부는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성관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군의 기강을 해친다고 볼 수도 없다”며 “이 법을 동성 간 군인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전했다.

    국방경비대법과 해안경비대법에 계간죄가 제정된 1948년 이래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해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인정되었으나 무죄 판결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군 내 성소수자 색출 사건 논란의 시작이었던 A대위는 전역으로 하루 앞둔 지난해 5월, 군사법원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A대위를 포함해 성소수자 색출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성소수자 군인 22명 중 7명이 유죄판결을 받았고, 3명이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이들 모두 민간법원이 아닌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무죄 판결은 피해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며 사법정의를 바로 세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그간 군사법원이 유죄로 난도질 해온 피해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형법 제92조의6은 사실상 동성애 처벌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개인의 성적 지향, 정체성 등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상층부는 군형법 제92조의6을 근거로 성소수자를 색출, 처벌하기 위해 전 부대를 대상으로 함정수사 등 강압 수사를 벌여 논란이 됐다.

    군인권센터는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은 이 악법이 어떻게 차별과 혐오의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지 가감 없이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 해당 법 조항의 폐지를 촉구했다.

    군 내 성소수자 색출 사건에 이어 군사법원의 A대위 유죄판결 이후 정치권과 인권단체, 성소수자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해당 법 조항 폐지를 위한 움직임도 있다.

    군형법 제92조6에 대한 위헌 소송은 이미 제기된 상태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017년 2월 17일에 인천지방법원 형사8단독이 동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고,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의 피해자 중 7인도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라고 전했다.

    국회에서도 이 법안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 해당 법 조항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정미 대표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합의에 의한 성관계는 그 상대가 이성이건 동성이건 범죄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라며 “우리 헌법의 소중한 가치를 지킨, 법원의 오늘 판결을 이 땅 모든 성소수자 여러분과 함께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A씨 외에 군의 성소수자 색출로 기소된 다른 장병들이 군사법원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받은 점을 언급하며 “단지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것을 이유로, 한 인간의 존재를 범죄시하는 일을 새로운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면서 “상급심 법원들이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 문제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헌법재판소 역시 이미 제청되어 있는 군 형법 92조의6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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