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5일 근무 해당무…식목일도 이제 일해
    By tathata
        2006년 04월 05일 11: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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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4일 오후.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강현정(30)씨는 남자친구와 오랜만에 봄나들이를 갈 ‘부푼 꿈’을 안고 전화를 걸었다. “내일 식목일인데 소풍 갈까?” 그런데 애인으로부터 날아온 한 마디. “내일 빨간 날 아니야. 그것도 몰라?” “뭐라구?” 애써 잡았던 ‘무드’는 삽시간에 김이 샌 채 날아가 버렸다. 그제야 달력을 확인하고 응당 빨갛게 칠해져 있어야 할 ‘5’가 까맣게 칠해져 있음을 발견했다.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식목일은 1949년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제정하면서 공휴일로 정해졌고, 1960년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듬해 다시 ‘식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공휴일로 부활된 이래 면면히 빨간 날로 이어져 온 ‘유서 깊은’ 공휴일이다. 그런 식목일이 올해부터 까만 날이 되었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은 지난해 6월 정부가 행정기관에 주 40시간 근무제가 그 해 7월부터 도입됨에 따라 식목일을 올해부터, 제헌절을 2008년부터 관공서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5년) 7월부터 정부기관 등이 주40시간 근무제에 들어가게 됨에 따라 현재 연간 16일인 관공서 공휴일을 2∼3일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공무원의 주5일제 도입으로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는데, 불똥은 애꿎게도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튀었다.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40시간제가 현재 ‘300인이상 100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30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주5일제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식목일까지 공휴일로 날아가 버렸다.

    3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만을 염두에 둔 정부의 조치로 인해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이 식목일의 휴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현재 30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수는 1천306만여명에 달해 전체 1천496만여명 노동자의 8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08년부터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될 경우에는 20인 미만의 사업장의 노동자도 같은 불이익을 겪게 된다. 윤성봉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주 40시간제를 적용 받지 않는 노동자에게 공휴일을 앗아가는 일이 일어나 이중의 불이익을 받게 됐다”며 “빨간 날 되찾기 운동을 전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김성호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관공서의 공휴일이 일반 사업장에서 유급휴일로 적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의 휴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공휴일과 ‘무관하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식당에서 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는 권 아무개씨(55)는 “설날과 추석을 빼고 일요일에도 매일같이 일하는데 식목일이 빠지는 게 무슨 상관이냐”며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라며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 씨는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도 없을 만큼 일하고 있는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달력의 빨간 날은 서글픈 날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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