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본사 배불리기의 희생양
    고리대, 개발비, 로얄티, 부품가격 등 본사의 약탈적 행태 지적돼
        2018년 02월 19일 01: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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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난을 겪던 한국지엠(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1만여명의 노동자가 실직 위기에 처한 가운데, 미국의 GM 본사가 본사의 흑자 극대화를 위해 한국GM의 경영부실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지엠은 13일 보도자료에서 “오는 5월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군산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실직 예상 규모는 협력업체 인원까지 포함하면 1만2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모기업인 미국 GM의 글로벌 사업구조조정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GM은 “경영난 극복을 위한 첫 자구 노력”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압박 전략의 일환이거나, 한국 시장 철수를 위한 수순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노동계는 GM본사가 본사 배불리기를 위해 한국GM의 부실을 가속화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GM의 이윤을 미국 본사가 모두 가져가면서 적자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2013년까지 흑자…별 차이가 없음에도 2014년에 갑자기 적자 전환

    이복남 금속노조 한국GM지부 부지부장은 19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한국GM이 2013년까지는 흑자 회사였으나 생산이나 내수, 수출, 판매 수량들은 별 차이가 없음에도 2014년에 갑자기 적자로 전환됐다”며 “추정하건대 저희가 완성차를 만들고 판매를 할 때 완성차 가격이나 수출 가격이나 또는 반조립 상태로 수출하는 가격이 저희가 판매하는 가격보다 제조 원가에 대비해서 저가로 미국에 인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만든 자동차를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미국으로 보냈다는 설명이다. 사실이라면 한국GM은 자동차를 만들수록 적자가 쌓이지만 본사는 한국GM의 적자만큼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구조가 유지된 셈이다. 노동조합은 2014년 갑작스러운 적자 전환에 대해 회사 측에 자료를 요청을 했으나 회사는 거부했다.

    2조7천억원에 달하는 본사 부채에 대한 이자를 5%까지 높여서 한국GM의 부실을 가속화시켰다는 의혹도 있다.

    이 부지부장은 “대한민국 기업을 운영하면서 대출을 받는 이자가 적게는 0%대에서 많게는 3%다. 그런데 (한국GM은) GM홀딩스(GM자회사)라는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는데 이자가 5.3%, 많게는 5.7%까지 준다. (시중보다) 2배 정도의 이자를 냈고, 그게 4년간 4800억 정도가 됐다”며 “투자를 하고 좀 더 생산적인, 발전되는 그런 회사가 만들려는 게 아니라 GM의 계열사인 한국GM을 운영을 하면서 돈놀이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한국GM은 시중은행에서 저리의 대출 이자를 갚아왔지만 본사가 GM의 자회사인 GM홀딩스의 5%대 고리의 대출로 갈아타면서, 한국GM이 본사에 지난 4년간 이자만 5천억 가까이를 냈다는 것이다.

    GM(본사)에 지급한 로열티를 포함한 개발비가 1조 8천 억 정도

    본사가 한국GM을 상대로 거의 착취에 가까운 경영을 해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리의 이자 문제 등도 마찬가지지만 높은 부품 가격이나 로열티, 개발비의 문제 등도 그렇다.

    이 부지부장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한 4년 정도에 걸쳐서 저희가 GM(본사)에 지급한 로열티를 포함한 개발비가 1조 8천 억 정도다. 지금 GM이 주장하고 있는 한국GM의 적자와 거의 상대되는 액수”라며 “미국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차량을 저희 인력과 장비를 이용해서 개발에 지원을 해 줬는데 그 비용마저 저희 비용으로 상계처리하면서 저희 적자가 가중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GM이 개발했음에도) 한국에서 생산하는 차도 거기에 일정 부분 개발비를 내고 거기에 추가로 로열티라고 하는 대당 얼마씩의 비용을 추가로 본사 측에 주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GM이 투자해 개발한 차량을 미국에서 생산만 하면서도, 한국GM은 그동안 수천억원의 개발비와 로열티를 본사에 지급해왔다는 것이다. 이 차량은 주로 미국에서만 판매되는 차량이고 국내엔 3~500대 정도만 들어온다.

    이 부지부장은 또한 “스파크는 개발 홈룸이 한국GM이다. GM의 전 사업장에서 경차를 만드는 회사는 없다. 그래서 한국GM에서 개발을 하고 수출을 하게 되는 차다. (회사 측에서) 자료를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명확히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의문스러운 것은 현재 시중에서 돌아다니는 스파크 이전 것까지는 개발비로 본사에 넘겨주는 비용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시판되는 스파크부터는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정 부분 넘겨주는 것 같다”며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우리 엔지니어들이, 우리 조합원들이 투입이 돼서 한 건데 그마저도 (본사에서) 일정 부분 개발비를 빼간다는 게 저희로서는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본사의 유럽지점 철수 비용까지도 아무 관련이 없는 한국GM이 감당해야 했다.

    이 부지부장은 “유럽에서 쉐보레를 철수하게 됐는데 거기에 들어간 비용이 6천 억 정도 된다. 한국GM이 처음에 거기 들어간 것도 아니고 철수할 때도 한국GM이 결정하지 않았다. GM이 본사 입장에서 자기들이 판단해서 들어가고 나올 때도 본인들이 결정해서 나왔는데 거기에서 사용되는 손실 비용을 한국GM이 떠안았다”고 했다.

    부품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우자동차가 망하기 전에는 차량의 조립 부품들 대다수를 국내 업체를 통해서 수급을 했었다. 그런데 GM으로 넘어간 다음부터는 대다수가 중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수급을 하게 되어 있다”며 “그런데 국내 업체를 이용해서 수급을 할 때 예를 들면 80원이었던 부품이 GM으로 넘어간 다음에 해외 사업장에서 수급을 하는 경우 100원, 110원으로 올라갔다. GM입장에서 보면 기존보다 수급량이 많아졌기 때문에 단가가 내려갔지만 한국GM은 반대로 20% 이상이 원가가 올라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지부장은 “노동조합이 회사에 매년 임금 교섭을 할 때 요구하는 내용이 ‘회사가 어렵다면 도대체 왜 어려운 건지 내용을 알려 달라. 항목별로 세분화해서 내용을 알려 주면 노동조합이나 조합원들이 동의를 하면 거기에 맞춰서 일정 부분 노동조합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적자를 만들었던 것은 차치하더라도 단순히 정부의 지분 참여를 요청만 할 게 아니라 GM이 한국GM을 정상화시킬지에 대한 자구 방안을 내놔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GM에 대한 GM 본사의 약탈적 행위, 정치권에서도 질타

    정치권에서도 GM 본사의 한국GM에 대한 약탈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당 한국GM대책TF위원장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GM이 이렇게 부실화가 된 원인은 글로벌 GM의 오직 돈만 버는 전략에 의해서 한국GM이 희생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GM은 한국GM의 부품 가격을 30%~40% 높게 책정한다든지 엄청난 기술 자문료를 미국에 주거나 또 최근에는 본사에 대한 부채 2조 7천억원에 대한 이자를 이자율 5%까지 높여서 한국GM의 부실을 가속화 시켰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렇게 GM 본사만 배불리는 구조적 문제를 저희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 한국 GM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것을 전제로 우리의 고용안정과 지역 경제를 위해서 한국 정부가 어떠한 지원을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GM특별대책위원장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또한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GM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정부는 GM의 회계장부라도 확인해봐야 한다”며 “GM은 그동안 굉장히 정부 측에 비협조적인 자세였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그 내용을 사실관계를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적자의 상당 액수가 미국 본사에 이자로 나간 돈 5천억, 유럽 지역 GM 철수에 따른 분담금 5천억, 연구개발비 등 명목으로 적자의 상당 부분에 있어 본사의 책임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정말로 GM이 한국 공장에 투자할 계획이 있는지. 이런 걸 확인해 볼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당연히 시간이 좀 걸리는데도 GM측에서는 2월말까지 정부에서 지원 여부를 결정해 주지 않으면 다른 지역의 공장도 닫을 수 있다. 이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참 무책임한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군산에는 현대조선소와 GM 자동차 공장이 있는데 둘 다 문을 닫았기 때문에 지역경제의 절반이 통째로 날아간 셈이다. IMF 때 충격보다 더 큰 충격”이라고 전했다.

    이번 GM 사태에 대해 전·현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크게 봐서는 GM의 경영 실패이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몇 년간 3조 원이 넘는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주주로서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직무태만에 대한 불만이 크다. 정부도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허둥대는 모습”이라며 “지역에서는 GM을 믿을 수도 없고, 정부를 믿을 수도 없고,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정 의원은 군산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것이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지만 이 문제를 같이 아파하고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며 “법에 따라서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대통령이 피해실사단 조사단을 구성해서 내용을 살펴보도록 되어 있는데 이런 것은 미룰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사태를 놓고 ‘GM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온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도 쇄도하고 있다.

    정 의원은 “사실관계가 틀리다. 군산 공장이 닫는다고 해서 디트로이트에 일자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 작년에 디트로이트에서도 1500명이나 일자리를 줄였기 때문에 군산 공장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온다는 말이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며 “동맹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또한 이날 오전 당 상무위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에 항의하고, WTO 제소를 포함한 전면 대응을 즉각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정작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179억 달러를 기록한 반면에, 대미 서비스수지 적자는 142억 8천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한 푼이라도 더 빼앗겠다는 미국 정부의 탐욕은 결국 우리 국민의 민생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양국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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