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삼성에 포위된 현정부가
사회안전망 확보?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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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05일 08: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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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를 주장하는 정부 논거는 전부 조작된 것이라고 비판하셨는데요.

= 우선 2-3년 준비했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실제로 제가 동북아위에 있거나 자문회의에 있을 때 한미FTA 얘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어요. 지난해 5월까지 FTA는 제가 담당했어요. 행담도 건으로 물러나기 전까지요. FTA 담당 비서관이 연구를 안했는데 누가 연구를 했겠어요. 적어도 작년 5월까지는 안했어요.

제가 청와대를 떠난 다음에는 김수현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비서관이 제 후임인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왔는데 그 사람이 와서 한 건 부동산 관련 정책밖에 없어요. 만약 제가 나간 후 5월에서 10월 사이에 한미FTA가 문제 됐다면 김 비서관이 나한테 와서 상의를 했을 거예요. 그런데 아무 얘기가 없었거든요. 그렇게 보면 한미FTA는 10월에 갑자기 터진 거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

–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도 한국과의 FTA가 절실하다’거나 ‘미국과 먼저 FTA 협상을 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에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거나 하면서 한미FTA의 기회 요인을 심하다 싶게 강조하고 있고, 또 그것에 대해 선생께서는 굉장히 혹독한 비판을 하셨는데요.

= 요즘 하는 걸 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없어져야 할 조직이에요. 유해한 조직입니다.

– 데이터의 신뢰성을 문제 삼으시는 건가요?

= CGE모델(일반연산균형모델)은 경제학의 일반균형모델을 컴퓨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건데,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규격화되어 있어요. 다만 그 나라의 탄력성 수치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결과 값이 달라지는 거죠.

CGE모델에서 말하는 장기(long term) 개념이라는 건 10년, 20년 하는 자연의 시간 개념하고는 달라요. 자본이 축적돼서 효율적으로 재분배되는 기간을 말하는 겁니다. 거기에는 이미 생산성 향상이라는 변수가 개입되어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 1% 생산성 향상이라는 외부 쇼크를 더 얹은 겁니다. 그게 말이 돼요? GDP가 7.7% 성장한다는 건 현재 5% 수준인 우리나라 NAIRU(물가안정실업률 –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최대 성장률)를 8% 수준까지 올리지 않으면 인플레가 엄청날 거라는 얘긴데, 그게 가능할까요.

– 특정한 의도를 가진 통계적 조작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 생산성 1% 상승이라는 외부 쇼크를 모델에 넣은 것은 그냥 자의적으로 해본 것입니다. 거의 장난 수준이죠. 재밌는 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두 번째 보고서에는 무역수지가 따로 안나와 있다는 거예요. CGE모델을 돌리면 당연히 나오게 되어 있는 건데 말이죠. 그걸 왜 뺐을까요. 짐작이 가는 점은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아직 없습니다. 곧 밝혀지겠죠.

“좌파 신자유주의? IMF 신자유주의입니다”

– 로버트 라이시의 이론을 얘기했는데 설명을 해주시죠.

= 라이시는 클린턴 행정부 초대 노동부 장관인데, 석학이죠. 「Work of Nation」을 보면 이제 미국은 상징조작가의 나라가 돼야 한다, 그게 뭐나면 회계사, 변호사, 의사 등 고급서비스업을 말하는 거거든요, 그런 말이 나옵니다.

미국은 고급 서비스업에 집중하고 다른 나라는 부가가치 낮은 업종에 집중하도록 하자는 얘깁니다. 그걸 지금 우리가 하겠다는 거예요. 그것도 미국을 들여와서요. 「미래를 위한 약속」에서 라이시는 자기비판을 많이 해요.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거죠. 특히 의료는 엉망이 됐어요. 미국계 병원이 지금 그래요. 가난한 사람이 병원에 못가잖아요.

– 양극화에 대한 대통령 얘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일관되어 있는데, 경쟁을 심화시키고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이 구조적으로 양산되면 이들을 사회적으로 부조하겠다는 얘기거든요.

= 정확히 IMF 신자유주의죠. 그러나 우리 개혁파의 주장은 사회적 안전망 수준을 최대한 높이고 위에 있는 사람들은 너희들끼리 싸워라 이렇게 하는 거였어요. 거기서 논리를 더 발전시켜 ‘중간 지대’라는 개념을 설정했는데, 이정우 선생과 제가 쓴 양극화 보고서에도 그 내용이 나옵니다. 참여경제론 이런 이름으로요. 주요 내용은 관련 기업이나 기관 등을 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클러스터의 육성이나 근접 금융 정책 강화 등 시장친화적인 산업정책이었죠.

그런데 정부는 다시 신자유주의로 돌아간 거예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증세를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증세하려면 소득이 올라가야 하는데 그걸 바로 서비스업에서 찾겠다는 논리예요.

서비스업이 발전하고 사업 서비스업이 제조업을 뒷받침하면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다, 이런 주장인데, 맞아요, 그렇긴 할 겁니다. 그런데 이걸 미국이 다 먹어버리면 값이 무지하게 비싸질 거다, 그러면 우리 기업들은 이용 못 할 거다, 그게 제 판단입니다.

한미 FTA 하면 양극화 심해질 수밖에

– 신자유주의 담론을 굉장히 원론적으로 실천하는 거죠.

= 리영희 선생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을 인용하던데, 제가 그랬어요. 리영희 선생의 새는 좌우의 날개가 수평 상태를 유지하며 나는데, 너희들 새는 오른쪽 날개는 올라가고 왼쪽 날개는 내려간 모습으로 난다고.

당연한 겁니다. 한미 FTA를 하면 양극화는 더 심해져요. 그거 메우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해요. 그래서 세금을 올린다는 건데, 저는 증세 찬성해요. 세금을 더 걷어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자, 찬성해요. 그런데 현 정부, 재경부와 삼성에 둘러싸인 현 정부가 증세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확보한다? 저는 힘들다고 봅니다.

– 현 정부가 재경부와 삼성에 둘러싸여 있다는 말은?

= L의원이 재경부하고 삼성하고 착 달라붙어서 그런 분위기를 주도했어요. 대통령 최측근이 그런 짓을 한 거예요. 사실 386들이 운동을 했고 정의감은 있지만 아는 것도 많지 않고 전문성도 없어요. 국회 안 오면 딱히 갈 데가 없어요. 그래서 관료하고 당료하고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안돼요. 안 그러면 자기들 목이 날아가니까.

전문성 있는 사람들은 소신 있게 얘기하고 그만두면 되는데 이 친구들은 전문성이 없으니까 재경부에서 만들어주는 쌈박한 보고서에 그냥 넘어가는 거죠, 아는 게 없으니까, 자기 생각이 없으면 그 논리에 빠지게 되어 있으니까.

386 세대 정의감 있지만 아는 게 없어요

– 민간의보 TF에 삼성생명 직원이 들어가 있어요.

= 삼성이 아니라 미국 애들이 들어오고 싶다 그랬으면 미국 애들도 들어오라 그랬을 텐데요, 뭐. 약가 조정하는 데 미국 애들이 왜 들어와요? 유시민 장관은 안 그러겠죠.

제 입으로 저희를 개혁그룹이라고 하는 건 좀 우습지만 세상이 다 그렇게 부르니까, 이정우 위원장, 저, 강철규 교수, 이동걸 부위원장, 허성관 장관, 또 같은 경제 분야는 아니지만 강금실 장관이나 이창동 장관, 이런 사람들 다 나가면서 정부는 이제 다 재경부하고 삼성 판이에요. 이정우 선생이 그만둔 것도 사실 금산법 때문이에요. 동북아위니 또 저 때문에 사표를 냈다거니 이거 다 사실 아니에요.

“재경부가 1년 안에 우리 다 쫓아내려 했죠. 2년은 잘 버틴 겁니다”

이정우 선생을 마지막으로 이른바 개혁파가 다 쫓겨났어요. 그 다음부터는 재경부를 통제할 데가 없게 된 거죠. 재경부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랬어요. 인수위에서 우리가 그리 갈 때 1년 안에 너희들 다 쫓아내겠다고 했어요. 그래도 2년 버텼으면 잘 버텼죠, 뭐. 정확히 2년 반 버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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