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탭, 고용불안 저임금 심각
    2006년 04월 04일 07: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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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객시대, 금자탑은 역시 영화산업 전문직 인력(스탭)들의 한숨을 먹고 세워졌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영화판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실태조사를 했는데 스탭들 대부분은 불안정한 고용,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4대 사회보험 가입률은 15%에 불과했고 17%는 아예 가입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노동연구원은 이들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이고 이를 분명하게 해야 영화산업의 르네상스를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실태조사 해보니 ‘가관’

노동연구원은 미발간 보고서인 ‘문화산업 전문인력 형성구조와 정책지원’에서 영화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455명의 스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노동연구원은 “1년에 70~80편의 영화가 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활동하는 영화 인력은 2,000명 내외”라며 “4~5명 중 한 명이 조사에 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태조사 결과는 역시나 스탭들의 열악한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조사에 답한 스탭 가운데 20%는 70만원도 채 받지 못하고 일을 했고 이들을 포함해 45%가 월 120만원 미만의 보수를 받고 일을 했다. 양극화되는 조짐도 나타난다. 20%는 300만원 이상 보수를 받았다. 감독 바로 아래 퍼스트와 세컨드, 서드 등의 구조를 갖는데 서드 이하에서는 120만원 미만의 보수를 받는 노동자가 81%에 달했다.

고용불안 심각, 교육훈련도 자기부담

거기에 고용불안정은 심각한 상태다. 스탭들의 평균 계약기간은 5.1개월에 머물렀다. 1년에 5개월 일하고 나머지는 ‘백수’ 생활을 하는 셈이다. 프로젝트를 주고 이에 따라 계약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제작직군이 7.9개월로 가장 길었고 연출직군은 6.1개월, 미술직군은 5개월, 촬영직군은 3.7개월에 머물렀다. 특히 퍼스트급이 6개월, 서드 이하는 4.9개월로 직급이 낮아질수록 계약기간이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관련 교육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조사결과 교육훈련 프로그램 비용의 60%를 개인이 부담하고 회사는 14%를, 정부나 지자체는 2%만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훈련을 받지 못한 이유를 물었더니 당연히 교육비가 부담되고, 기회가 없었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시간이 없어서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일자리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1점으로 보통을 약간 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근로조건과 관련된 항목인 복리후생 1.7점, 임금수준 2점, 일자리 안정성은 2점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평균치가 올라간 것은 동료간 대인관계, 하는 일의 내용, 상하간 대인관계가 모두 3점대로 나온 덕이다. 조사자의 58%가 열정 때문에 영화판에 뛰어 들었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정부가 노동자성 인정조치 취해야

하지만 이들의 대우는 개선되기 어려운 상태다. 아무리 선후배 사이 소개를 받고 열정 때문에 영화판에 뛰어들어서인지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4대 사회보험 가입률은 15% 내외에 머물렀고 그나마도 직급이 낮을수록 적용률이 낮아졌다. 감독이나 기사급은 19%였지만 서드 이하는 4%에 머물렀다.

노동연구원 안주엽 연구위원은 “서드 이하 직급에 속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근로자성 자체를 부인하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게다가 본인이 사회보험 가입여부를 모르는 비중이 13~1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법정퇴직금 적용비중도 10%에 불과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조건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지만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경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작자들이 이들을 프리랜서로 규정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이 경우 스텝들은 골프장 경기보조원이나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처럼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동연구원 안주엽 연구위원은 “문화산업 종사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의 근로자성 인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4대 보험 적용을 유도해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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