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 징역 20년 등 중형 선고,
    여전히 삼성·이재용에게 관대한 판결
    정의당 "박 전 대통령 죗값은 그보다 더 무거워야"
        2018년 02월 13일 06: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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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이자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불린 최순실 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국정농단 공범으로 적시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중형 선고가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최순실 씨에 대한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2016년 11월 20일 구속 기소된 지 450일 만이다.

    재판부는 “최순실은 극심한 국정혼란과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초래했다”면서 “대단히 무거운 죄인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박영수 특검은 최 씨를 “국정농단의 시작과 끝”이라며, 징역 25년에 벌금 1185억원과 추징금 77억 9735만원 등 총 1263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최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강요 등 죄명만 모두 18개에 달한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아울러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도 뇌물수수 등 혐의 상당 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뇌물공여액으로 평가된 70억원은 추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특검의 최씨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우선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계기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대통령과의 오랜 사적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해 기업들로 하여금 재단 출연금을 강요했다”며 “삼성·롯데로부터 170억원이 넘는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의 주체도 기업이 아닌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라고 판단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공모해 기업에 출연금을 강요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어 “최 씨의 범행과 광범위한 국정개입으로 국정에 큰 혼란이 생기고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까지 초래했다”며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이를 타인에게 나눠준 대통령과 이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 씨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전자 등 15개 전경련 회원 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 씨의 승마훈련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삼성과 관련한 혐의에 대해선 이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석방한 2심 재판부와 같은 요지의 판단을 내렸다. 이번 재판부 또한 삼성에 대한 ‘면죄부 재판’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와 관련해선 433억원 중 72억 9천여만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뇌물공여 약속 부분과 차량 대금만 무죄 판단한 것으로, 이는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가 내놓은 결론과 같다. 마필 소유권이 삼성이 아닌 최 씨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천800만원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 원은 모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 승계작업을 청탁하기 위해 두 재단 등에 출연금을 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삼성과 최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의 승계작업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대해 삼성 측에서 명시적·묵시적 부정 청탁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삼성그룹 승계작업 지원이라는 부정한 청탁이 존재해 뇌물이 오고 간 게 아니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직권을 남용해 삼성에 요청한 결과물이라는 판단이다삼성을 직권남용의 피해자로 본 것이다앞서 청탁을 인정한 이재용 1심 재판부와 달리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삼성이 박 전 대통령의 겁박에 의해 출연금을 냈다고 판단했었고최순실 1심 재판부도 이를 수용한 셈이다.

    다만 이번 재판부는 ‘안종범 업무수첩’에 대해선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와 달리,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최순실씨의 범죄 성립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됐다.

    K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롯데그룹이 70억 원을 낸 부분은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제3자 뇌물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에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본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서 경영 현안을 도와달라는 부정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K재단의 해외전지훈련비 등으로 89억원을 내라고 요구한 혐의(제3자 뇌물 요구)도 유죄로 인정됐다.

    그 밖에 KT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를 압박해 지인 회사나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회사에 일감을 준 혐의 등도 대부분 유죄 판단했다.

    특검의 구형엔 못 미치지만 최 씨가 예상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형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농단 주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엄중한 판단 내려야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사인(私人)인 최순실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는 주지의 사실”이라며 “권력자였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죗값은 그보다 더 무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 씨에 대한 선고가 나온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사필귀정이며 이게 바로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본 모습”이라며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대한민국에 정면으로 도전한 그들에게 단죄는 필수”라고 평가했다.

    백 대변인은 “재판부는 주요 혐의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모를 인정한 만큼, 박 전 대통령은 더 이상 부인과 보이콧 등 여전히 사법질서를 무시하고 부정하는 행태가 아니라 본인의 범죄혐의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진심어린 참회와 사죄를 하는 것만이 속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최경환 민평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은 항소 및 철저한 공소유지로 최순실의 여죄를 남김없이 밝히고, 법원도 엄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그래야 국정농단의 또 다른 주범이자 몸통인 박근혜에 대해서 엄중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다”고 당부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사필귀정이다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던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비리행위에 대해 그 어떤 관용도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재판 결과는 지극히 당연하다면서 오늘 선고는 이후 진행될 박근혜에 대한 재판부의 엄정한 심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독 삼성과 관련해서만 공소사실 인정하지 않아

    그러나 이번 재판부가 삼성과 관련해서만 특검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비판이 제기된다.

    백 대변인은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와 달리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는 점, 그리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법정 구속의 실형을 선고했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며 “오늘의 판결로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 선고에 대한 법적 형평성 문제는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가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 또한 “오늘 재판부 역시 삼성 승계를 놓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청탁이 없었다고 말한 점은 안타깝다.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며 “최고 권력자와 그 공모자를 단죄하는 재판의 현장에서 삼성의 금권을 또 다시 확인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죽은 권력에 매질을 가하는 것만으로 이번 심판이 끝나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력과 사법권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살아있는 권력’ 삼성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이뤄져야만 이번 국정농단 사태는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법부의 맹성을 촉구했다.

    신창현 민중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삼성 승계에 대한 명시적, 묵시적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삼성이 제공한 말 세 필 등을 뇌물로 인정하고도 삼성 승계작업의 명시적·묵시적 청탁 있었다 보기 어렵다’ 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을 함께 내놓았다며 이는 얼마전 정의와 법리를 외면했다고 지탄받았던 이재용 2심 재판과 함께 대법원에서 반드시 다시 판단되어야 할 부분으로 남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국가를 대혼란에 빠뜨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법원의 추상같은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국민이 위임한 숭고한 권력을 사유화하고이를 개인의 사리사욕에 이용하는 국정농단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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