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끝없는 전쟁 끝없는 공작
    2006년 04월 04일 06: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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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브라힘 알자파리 이라크 총리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겠다”며 전쟁의 명분을 내걸었던 미국이 이브라힘 알자파리 이라크 총리 제거를 추진하는 등 이라크 내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지난 2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이 이라크를 깜짝 방문했다. 이틀 동안 머물면서 라이스 장관은 이라크의 주요 정치인들과 잇달아 회담을 갖고 4개월째 교착상태에 빠진 이라크 새 정부 구성에 대해 우려를 전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라크의 국가적 통합을 위한 정부 구성이 절박하다”며 수니파와 쿠르드족의 반발로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자파리 총리에 대한 불신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앞서 잘마이 칼릴자드 주이라크 미국 대사는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의 수장인 압둘 아지즈 하킴과 만난 자리에서 자파리 총리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의견을 시아파 지도자인 알리 시스타니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부시 대통령이 시스타니에게 자파리 총리가 새 정부의 총리로 적절치 않다는 뜻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스콧 맥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열린 브리핑에서 이 보도에 대해 사실확인을 요청하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이 하는 일은 이라크 지도자들이 국가적 통합을 위한 정부를 구성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라며 “누가 총리로 결정되는지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달려있다”는 말로 피해갔다.

하지만 미국의 자파리 총리에 대한 반감은 이미 지난 연말에 있었던 이라크 선거가 미국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15일 실시된 이라크 총선에서 20여개 시아파 정당의 연합체인 통합이라크연맹이 제1당을 차지했고 통합이라크연맹 내 다와당 소속의 자파리가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사드르의 지지를 받아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의 아델 압둘 마흐디 후보를 1표차로 누르고 총리로 당선됐다.

문제는 시아파 지도자 사드르와 자파리가 친이란계 인사라는 점이다. 이란에 대한 압박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이라크에 친이란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대 중동 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통합이라크연맹이 지난 2월 새 정부의 총리 후보로 자파리 총리를 투표로 정했지만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칼릴자드 대사를 이용해 자파리의 총리직 사퇴와 불출마 공작을 진행해왔다.

미국의 계획은 통합이라크연맹 내 양대정당인 다와당과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를 분열시키고 총선 전부터 점찍어 놨던 마흐디를 총리 후보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공작은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LA타임스>의 4일자 보도에 따르면 통합이라크연맹은 4일과 5일 연달아 회의를 갖고 자파리 총리의 퇴진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자파리 총리를 지지했던 쿠르드진영은 친이란계 정부가 들어서면 자치권을 가질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미 돌아선 상태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 후 후세인이 개발했다는 대량살상무기를 단 한개도 발견하지 못하자 후세인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확산시켰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라이스 장관도 이라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담 후세인을 쫓아내고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킨 것은 잘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수천건의 전술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라크인들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있는 미국의 행태는 이런 명분마저 무색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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