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주화 등 구조적 문제 외면
    CCTV 설치가 타워크레인 사고 정부 대책?
        2018년 02월 07일 07: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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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대책으로 조종석에 영상촬영장비(CCTV)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노동계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7일 오후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조종사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고 책임을 (조종사들에게만) 떠넘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한해에만 타워크레인 사고로 노동자 7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4월 21일 울산 에스오일 타워크레인 전도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5월 1일 노동절에 일하던 노동자 6명은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사망했다. 뒤이어 같은 달 22일에도 남양주 타워크레인 사고로 3명이 사망, 2명이 부상을 입었다. 10월 10일엔 의정부에서, 두 달 뒤엔 용인에서 또 다시 연달아 사고가 발생해 각각 3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연이은 타워크레인 사고로 논란이 일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16일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을 위한 정부합동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건설기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등을 통해 타워크레인 조종석 내 CCTV를 설치하고, 조종사 면허 취소기준을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노동계는 줄곧 타워크레인 작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왔다. 건설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작업 중 하나인 타워크레인 작업은 대부분 외주업체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데다, 이 업무 자체가 신고제로 운영돼 기본적인 교육만 받고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안전, 기술 교육이 온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사고 예방에 가장 중요한 안전검사 또한 정부가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이러한 요구는 배제한 채 조종석 내 CCTV 설치, 조종사 면허 취소기준 상향 방침을 사고 예방 대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노동계는 이런 방침이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조종실 내 CCTV 설치와 면허 취소기준 상향은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조종사 개인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종석 내 CCTV 설치에 대해 “고공으로 높이 30~40m를 오르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1평 남짓 되는 공간에서 노동과 식사와 휴식을 취하기도 하며, 심지어 생리현상까지 그곳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이런 조종석 내부에 영상촬영장비를 설치한다는 것은 조종사 개인의 모든 사생활을 공개하게 되는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설노조는 정부가 건설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이러한 정책을 내놨다고 꼬집었다. 이들에 따르면 정부 측은 “영상장비설치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노조는 “공무원들의 자리마다, 화장실마다 영상촬영장비를 설치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를 모르겠다고 묻는 무지를 보여주는 것과 같다”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조종사 면허 취소기준 상향에 대해서도 “조종사의 면허 취소기준을 상향한다는 대책도 사고의 책임을 조종사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설노조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노후 타워크레인 관리, 전문 신호수 배치 등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권한은 일절 없다”며 “국토부가 내놓은 이 대안은 사고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사고의 책임으로 면허까지 박탈당해 생계수단까지 빼앗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타워크레인 사고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고의 원인은 조종사의 운전 능력과는 무관한 장비의 노후화, 허술한 안전검사, 불량 부품 사용 등 조종사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서 발생했다”며 “원청과 임대사의 타워크레인 관리감독에 대한 문제가 사고를 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주처→원청→타워크레인 임대사→타워크레인 조종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문제와 고용불안 등 건설산업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조종사가 조종사 자신이 죽거나 다치지 않기 위해 현장의 안전문제를 지적한다 한들 건설현장이 변화되는 지점이 미미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사고의 책임을 묻고, 감시하겠다고 하는 것은 잠정적 가해자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이 일하고 생활하는 공간인 조종석 노후화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건설노조는 정부의 타워크레인 사고예방 대책의 잘못을 지적하고 근본적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담은 의견서를 이날 국토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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