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착화의 상징
    성공회 강화읍성당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 포용성
        2018년 02월 07일 11: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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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도는 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져 있고 유적이 많아서 매력적인 섬입니다. 그러나 이전에는 한양에서 가까워 관리와 감시가 용이한 까닭에 안평대군, 연산군 등 왕족들과 중죄인들의 유배지가 되었고, 조선을 넘보는 미국 등 서구열강들에게 침탈당하다가 1876년에는 군사력을 동원한 일본의 강압에 의해 불평등한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소외와 핍박의 섬이었습니다.

    고려궁지와 철종의 용흥궁 등 역사유적지에서 가까운 곳에 한국교회 토착화 시도의 상징인 성공회 강화읍성당(관할사제: 안철혁 신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지막한 언덕위에 고풍스럽게 서 있는 한옥성당은 순전한 전통한식 건물은 아니지만, 교회건축은 그 땅 사람들의 신앙의 표현이란 점에서 조선인의 삶과 마음을 담으려고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강화도민의 심성에 다가서려고 전통문화와 융합을 시도한 것이지요. 이는 신앙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각국의 고유성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한 성공회의 특성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화읍성당은 1900년 11월 15일에 축성되었습니다. 트롤로프(한국명 조마가) 주교가 설계, 감독하였는데, 직접 신의주에 가서 백두산 적송을 뗏목을 서해에 띄워 강화까지 운반했으며, 경복궁을 지은 궁궐도편수가 공사를 주도했다고 합니다. 이런 정성 때문인지 현존하는 대한성공회 최고(最古)의 성당은 아침 햇살에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그림=이근복

    성당은 입구계단, 외삼문, 내삼문, 성당, 사제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언덕과 함께 범선처럼 보입니다. 세상을 구원하는 ‘방주’가 되고자 이런 형태로 건축한 것이랍니다. 중앙의 성당 건물은 넓이 4칸, 길이 10칸의 장방형으로 되어 있고, 성당 정면에는 “천주성전”이란 한문현판이 걸려있고, 수려한 지붕 꼭대기의 십자가는 특이하게 연꽃모양을 담아 동서양의 조화를 찾고자 한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앞마당에 서 있는 큰 보리수나무 두 그루에서도 외래종교인 성공회가 전통적인 민족신앙과 충돌을 피하고자 했던 깊은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전통가옥이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주련(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글씨)도 다섯이 있습니다. 글씨 맨 위에 연꽃문양이 있고 글은 성경의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그 중 ‘神化周流囿庶物同抱之樂’(하느님의 가르침이 두루 흐르는 것은 만물과 동포의 즐거움이다.)이란 주련에서 주눅들어 살아가는 민중들을 말씀으로 위로하고자 한 의도를 헤아려보았습니다. 내부는 서양식 바실리카 건축양식을 응용한 소박하고 아름다운 공간이고, 잠시 관할사제를 만났던 사제관은 깔끔한 한옥이었습니다.

    작년에 목회자인문학아카데미에서 정인재 서강대 명예교수님을 모시고 양명학을 공부할 때, 하곡 정재두 선생의 강화학파가 중심이 되어 양명학을 발전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강화도가 더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성공회대학고 이정구 총장은 강화읍성당은 양명학과 성공회 신학의 융합이라고 밝힙니다. “성공회의 포용주의는 강화에서 꽃피운 하곡학(양명학)의 포용성과 조우함으로써 국내의 다른 지역 한옥식 성당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유교와 불교와 무속이 상호융합된 토착화 양식으로 강화라는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태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이정구 저, “한국교회 건축과 기둑교미술탐사” P.137)

    앞으로 우리 신학이 다른 학문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이것이 한국교회의 건축과 기독교미술 등 기독교문화로 아름답게 표현되길 기대합니다.

    필자소개
    이근복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 전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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