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파, 이라크서 석방된 여기자에 뭇매
    2006년 04월 03일 07: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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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3개월 가까이 납치범들에게 잡혀 있다가 풀려난 프리랜서 기자 질 캐롤(28)이 2일 보스톤에서 가족들과 상봉을 했다. 미국의 신문, 방송은 앞다퉈 이 장면을 보도했다. 바그다드에서부터 미국행 비행기를 탄 독일의 람스타인 미 공군기지, 보스톤 공항에 이르기까지 캐롤의 이동경로마다 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극우 세력 "인질범에 동화됐다" 의혹 제기

   
 
납치 당시 이라크 무장세력이 배포한 비디오에 나온 질 캐롤 (사진=복수여단 웹사이트)
 

이라크 무장세력에 대한 경계심과 함께 미국의 애국주의 물결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킬 만한 사안이지만 캐롤의 석방에 대한 반응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바로 극우진영 블로거와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들이 제기하는 이른바 ‘스톡홀름 증후군’ 의혹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로 잡힌 사람이 인질범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는 현상을 말하는 이들 극우세력들은 캐롤이 오랜 피랍기간 동안 “인질범에게 동화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캐롤과 그녀가 납치되기 전에 일을 했던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측이 여러 차례 성명을 발표하며 의혹을 일축하고 있지만 이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들 우파진영의 의혹은 석방되기 직전인 지난 3월 29일 캐롤이 미군의 이라크 주둔을 비판하고 자신은 아무런 위협을 받지 않았으며 이라크인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 석방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한 비디오가 이슬람 사이트에 공개되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 비디오에서 캐롤은 또 “무자헤딘은 명석하며 전쟁에서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캐롤은 이들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석방 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그녀는 문제의 비디오는 강압에 의해 제작됐고 자신은 납치범들의 통제를 받으며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생활했다고 반박했다. 캐롤은 "내가 인질상태에서 강요받아서 한 말에 대해 일부에서는 내 생각을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라크전을 지지하는 우파진영의 블로거와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들은 캐롤이 3개월 가까이 납치된 이후 특별한 경위 없이 갑작스럽게 석방된 점이나 피랍기간 동안 이슬람 복장을 하고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꼬투리를 잡고 있다.

소름끼치는 미국의 ‘애국주의 신드롬’

여기에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가 자유주의적 언론이고 그녀가 이라크에 대해 평소 동정적인 기사를 썼다는 억측까지 덧붙여졌다. 심지어는 캐롤이 자르카위의 아이를 가졌다거나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의 대변인”이고 반역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거슬러지지 않은 채 라디오 전파를 타고 있다.

캐롤은 석방 후 자유를 느끼기도 전에 이들이 제기하는 의혹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애국주의 신드롬’에 사로잡힌 우파진영은 캐롤에게 일말의 관용도 없이 공격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사회가 얼마나 소름끼치게 달라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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