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민법 개정 각 정치세력의 입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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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4월 03일 05: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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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이민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상원 법사위에서 불법이민자에 대한 영주권 취득 허용과 합법 이민 확대조치 등이 담긴 ‘케네디 법안’이 통과됐지만 이민법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뉴욕의 뉴스쿨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국제이주와 시민권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이충훈 씨가 이민법에 대한 미국내 정치세력간 입장의 차이를 분석하는 글을 <레디앙>에 보내왔다.  <편집자주>

    하원에서의 불법이주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민법의 통과와 이에 대한 유례없는 대중적 저항, 그리고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케네디 법안’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근 10년만에 벌어진 이민법 개정에 관한 논쟁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주자 투쟁 공화당 보수파 법안 통과 저지 성공

    물론 아직까지 어느 것도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 비록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케네디 법안이 원안대로 관철될 수 있을지는 대단히 불확실하다. 더군다나 이민법 자체가 유일하게 소급 적용을 해야만 하는 ‘예외적’ 법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어느 정도 소급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불법이주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즉, 각론이 어떻게 결정되느냐 역시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총론적 논쟁을 중심으로 이민법을 둘러싼 각 정치세력들의 정치경제적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보는 것은 이제까지의 논쟁과 향후의 전망을 검토하는데 매우 중요한 함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민법 논쟁에서 가장 커다란 쟁점인 노동자 초청제도와 시민권에 대한 각 입장을 검토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우선 이민법의 당사자인 (불법)이주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이주자들은 50만명이 참여한 로스앤젤레스 투쟁을 통하여 이민법 개정 과정에 일단 성공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주자들의 투쟁은 불법이주자들의 단속과 추방에 초점을 맞춘 공화당 내 보수파의 법안이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하는 것을 저지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공화 온건파 연합 vs 공화당내 자본파 싸움

    둘째로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부시로 대표되는 공화당내 자본파의 법안과 케네디 법안으로 대표되는 민주당과 공화당내의 온건 보수파 연합이 제안한 이민법안과의 분명한 차이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노동자 초빙제도에 대하여 전자의 법안이 전통적인 입장, 즉 일정기간 동안 이주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그 기간이 지난 후에 본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내용을 견지하고 있다면, 후자의 법안은 노동자 초빙제도를 미국 시민권 획득과 연결시켜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불법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반면에 공화당의 경우,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만이 분류한 것처럼, (불법)이주노동자를 단속하고 추방하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보수파는 그들의 법안을 법사위원회에서 통과시키는데 실패한 반면, (불법)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자본파는 절반의 성공을 달성했다.

    즉, 자본파의 경우 노동자 초빙제도를 통하여 이주 노동자를 법적, 제도적으로 착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다원적 시민권을 인정해야하는 딜레마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공화당 내 세 분파 정치적 행보 주목 필요

    그러나 이러한 딜레마는 역으로 공화당내 분파간의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즉, 이주문제와 관련하여 정당성을 상실한 보수파가 노동자 초빙제도에 관하여 침묵하고 대신에 대부분이 정도는 다르지만 동의하고 있는 국경통제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에, 자본파의 경우 보수파의 침묵을 바탕으로 다원적 시민권 없는 노동자 초청제도를 관철하는 방식의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화당내에서 각각의 분파를 대변하는 부시(자본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보수파), 그리고 맥케인(케네디 법안을 지지하는 온건 보수파)의 정치적 행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올해에 있을 중간선거 역시 공화당내의 분파간의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히스패닉 인구가 급격히 성장해왔던 아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플로리다와 같은 붉은 주(red state: 공화당이 우세한 주)에 출마하는 공화당의 의원들은 그들이 보수파라 할지라도 그 입장을 강력하게 개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이들 지역에서 이제까지 히스패닉 투표가 중요했기 때문은 아니다. 실제로 이들 지역에서 이제까지의 선거 결과는 히스패닉 투표가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히스패닉 이주자 2세들 투표연령, 공화당에 큰 압력

    문제는 80년대부터 이들 지역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히스패닉 이주자들의 2세들이 올해 중간선거부터는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이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칠지, 그리고 참여한다면 어떠한 정치적 입장을 선택할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특히 근 20년 이상 미국내 히스패닉계의 출산율과 인구성장율이 다른 어떤 인종 집단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러한 불확실성이 위에서 언급한 주에 출마하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큰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할만한 것이다.

    반면에 (불법)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통일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민주당 쪽에서 나온 이민법이 이번에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통과된 케네디 법안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착시현상은 이해할만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이주 노동자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공화당 못지않게 내부적으로 균열되어 있다.

    민주당내의 전통적인 자유주의 분파의 이주에 대한 입장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 이데올로기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열심히 일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는 사람들은 미국시민으로서의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적 지위나 인종에 상관없이 그가 열심히 일해왔고 세금을 제대로 냈다면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케네디 법안은 바로 이러한 이데올로기에 기초해있다.

    민주당 사민주의 분파와 AFL-CIO ‘노동보호주의(?)’

    케네디가 이 법안을 제출했다는 사실은 그 법안이 민주당의 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대표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그가 아일랜드 이주자의 후손이라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이다. 19세기말까지만 해도 아일랜드 이주자들은 미국 동부의 중국인으로 대접받았다.

    아일랜드 이주자들이 백인으로 취급받게 될 수 있었던 주요 이유 중의 하나 역시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 이데올로기에 전형적으로 부합한다. 많은 아일랜드 이주자들이 어려운 직업의 상징인 소방관으로 일함으로써 그들의 인종적 지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물론 그 배후에는 흑인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백인의 단결의 필요성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반면에 민주당내의 자유주의적 사회민주주의 분파의 경우는 다원적 시민권의 프로젝트에는 공감하지만, 노동자 초청제도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이들은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의 착취를 강화할 것이며, 사회보장이나 교육에 대한 재정지출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 초청제도에 반대한다. 즉, 케네디 법안 중 이주 노동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노동자 초청제도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정치적 지지 기반중의 하나인 미국노동총연맹(AFL-CIO) 역시 노동자 초청제도에 있어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자본이 노동력의 원활한 공급과 저임금 노동력을 확보하고, 나아가서는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거나 파업시 대체 노동자로 투입하기 위하여 이주노동자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노동자 초청제도에 대한 미국노동총연맹의 반대는 충분히 이해할만한 것이다. 그러나 총연맹 역시 기존의 (불법)이주 노동자에게는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공통적이다.

    공화당 자본파가 총자본 이해 대변 못하는 이유

    그러나 노동자 초청제도에 대하여 모든 노동세력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산별노조로서는 가장 많은 노조원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노조(SEIU) 와 섬유호텔레스토랑노조(UNITE HERE)는 기존의 (불법)이주 노동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 초청제도에도 찬성하는 입장에 있다.

    이들은 노동자 초청제도는 자본의 노동 착취를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기존의 불법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고 이주 노동자를 조직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노동자 초청제도에 반대하기보다는 이를 통하여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고 노조의 조직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노동자 초청제도 및 시민권 부여에 대한 자본의 입장은 어떠한가? 공화당 자본파는 총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이민법 개정과 관련하여 노동자 초청제도를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자본은 농업, 서비스, 그리고 건설업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이 노동자 초청제도를 요구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저임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에 저항하기 위하여 이주노동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 초청제도가 충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들의 차선책은 기존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불법이주노동자, 즉 산업예비군을 이용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불법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데 따르는 고용인 제재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자본, 이해관계 따라 이주노동자 시각 갈라져

    반면에 이들 자본은 (불법)이주노동자에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에는 반대할 수밖에 없는데, (불법)이주노동자가 시민권을 가지게 될 경우, 이들에 대한 자본의 통제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이주노동자들이 직장을 함부로 옮기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자본 분파들의 경우, 노동자 초청제도나 시민권의 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하이테크 산업의 일부 자본의 경우, 이주 노동자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산업에서 좀더 중요한 문제는 산업의 해외 이전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IBM의 경우,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인도로 이전할 예정에 있다. 또한 산업자본 역시 노동자 초청제도가 핵심적인 이슈인 것은 아니다. 또 미국내 최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 모터스의 경우 어떻게 하면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을 통하여 노동자들을 퇴출시키는가가 최대의 화두이기 때문에, 고용을 전제한 노동자 초청제도는 이들 자본의 이해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이미 초국적 자본가 지위를 차지한 금융자본 종사자들

    지구화시대에 가장 급격하게 성장한 금융자본 역시 마찬가지이다. 금융자본의 종사자들의 경우, 국제 이주와 관련해서는 이미 초국적 자본가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근대 국가 체계를 전제한 노동자 초청제도는 이들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즉, 이들의 국제 이주는 어떠한 제약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굳이 노동자 초청제도나 시민권의 문제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번 미국에서의 이민법개정, 특히 노동자 초청제도와 (불법)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민권 부여의 문제에 대한 주요 세력들간의 정치적 지형은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이상에서는 현재 이민법 논쟁에서 가장 커다란 쟁점인 노동자 초청제도와 시민권의 문제에 관하여 미국내의 정치 세력들이 어떠한 지형을 구성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보충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첫째로, 미국내의 주요 정치세력중의 하나로서 종교의 입장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점에서 가톨릭과 개신교의 입장을 비교하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추측에 불과하지만, 현재 문제시 되고 있는 (불법) 이주노동자의 대부분이 중남미 출신이라고 했을 때, 그 보수성에도 불구하고 카톨릭은 민주당 자유주의 분파의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반면에 개신교의 경우는 좀더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공화당 보수파와 자본파를 매개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둘째로 이제까지의 이야기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이민법에 관한 절반의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나머지 절반의 이야기, 즉 국경 통제의 강화에 대한 분석 역시 시급하게 요구된다 할 것이다. 특히, 노동자 초청제도와 시민권에 대한 첨예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모든 정치세력들이 국경 통제의 강화에 대해서는 정도는 다르지만 동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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