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한명숙 카드로 비정규직 친다?
        2006년 04월 03일 12: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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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이 한명숙 총리 카드를 다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여성’이자 개혁적 성향도 비교적 뚜렷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 총리 내정자의 지명이 오히려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목을 죄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비정규직 법안 반드시 통과시킨다"

    열린우리당은 한 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이 기대 이상으로 나타나자 잔뜩 고무된 표정이다.

    정동영 의장은 2일 경기도 양평 남한강수련원에서 가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4월을 ‘대추격의 달’로 규정했다. 브리핑에서 우상호 대변인은 대추격의 근거로 4가지를 들었다. 그 중 핵심은 한 총리 내정자의 지명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었다.

       
     
     ▲ 사진=한명숙 의원 홈페이지
     

    김한길 원내대표는 2일 "한명숙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준 문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법안의 강행처리 여부와 연계해서 총리 인준 문제를 협조하겠다고 했고, 한나라당은 총리 내정자의 당적 포기가 되지 않을 경우 협조할 수 없다, 청문회 날짜를 잡을 수 없다고 하고 있다"고 엄살을 부렸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나 "총리 내정자 인준 문제가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당은 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민의 전반적인 호응이 크기 때문에 정도대로 처리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야당에 대해서는 최대한 설득과 협조를 요청하면서 정상적으로 청문회가 진행되어 인준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여유를 부렸다.

    강봉균 정책위의장도 "비정규직 법과 관련해서도 민주노동당이 법사위를 점거하는 등 또 다시 정상적 회의 진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에 대한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말했다.

    김덕규 국회부의장, "이제 시절이 바뀌었다"

    열린우리당의 이런 강성 행보는 3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노동당이 3일 새벽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한 것과 관련, "민주노동당의 국회 의사일정 방해는 의회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 회의실을 점거하고 국회를 마비시키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덕규 국회부의장도 이례적으로 발언을 자청한 뒤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할 때는 반대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대안없이 투쟁만 하기도 했으나 이제 시절이 바뀌었다"면서 "민주화가 진척된 지금 시대에는 물리적으로 국회의 의사일정을 방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도 브리핑을 통해 민주노동당의 법사위 점거 및 기물파손 등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를 거론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바람으로 비정규직 날린다

       
     
     ▲ 사진=한명숙 의원 홈페이지
     

    열린우리당의 이런 강성 기조는 여론을 등에 업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 총리 지명자에 대한 지지율은 56%에 이른다.

    열린우리당은 4월 임시국회를 한 총리 내정자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구도로 끌고 가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가 2일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법안의 강행처리 여부와 연계해서 총리 인준 문제를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굳이 민주노동당이 ‘총리 인준’과 ‘비정규직 법안’ 처리 문제를 거래하자고 제안한 듯이 암시한 것도 이런 계산을 깔고 있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은 총리 인준과 비정규직 법안 처리 문제를 거래하자고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면서 "다만, 당의 지지 기반이나 정체성 등을 높고 볼 때 비정규직 법안이 처리됐는데도 아무일 없는 것처럼 국회 의사 일정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 연장선에서 총리 인준과 관련된 일정에도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법안 통과 이후의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 이렇게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은 4월 국회를 보는 양당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4월 국회는 총리 인준을 중심으로 도는 반면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법안을 저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김 원내대표의 ‘거래’ 암시 발언은 ‘총리 인준’정국으로 ‘비정규직 법안’ 정국을 포위하려는 고도의 언론플레이로 보인다.

    여기에는 야당의 반대로 총리 인준이 무산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더라도 여론에서 불리할 것은 없다는 자신감도 작용하고 있다. 노웅래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무조건 총리인준이 되어야 한다"면서 "총리 인준이 이뤄지지 않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누가 여론의 부담을 안아야 할 지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표 잃어도, 여론 불리해도 비정규직 노동자 편에 설 것"

    민주노동당도 여권의 이런 생각을 훤히 꿰고 있다. 그러나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는 상태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여권이 한 총리 카드로 장사를 크게 한 번 해보려는 심산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점거하고 몸 싸움하고 의사일정 방해하는 것이 선거에서 표 까먹는 거라는 것도 알고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지지 기반인 노동자들, 특히 국회에 자신들을 대변해줄 세력이라고는 민주노동당 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와 울분을 생각하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동당도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고 싶은 마음은 다른 어느 정당보다 간절하다"며 "국회의원 9명의 소수 정당의 조건상 협상력을 가지기도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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